백승호에게 튄 불똥, 인고로 보내야 할 전반기
입력 : 2018.09.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백승호(21, 지로나FC)에게 또 시련이 닥쳤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꿈도 잠시 미루게 됐다.

백승호는 지난여름 부상으로 많은 걸 잃었다. 6월 인도네시아 현지로 떠난 U-23 대표팀 훈련 막바지 햄스트링을 다쳤다. 아시안게임 희망을 접고 재활에만 매진했다. 소속팀 지로나 1군 승격과 맞물려 프리시즌에 뭔가를 보여줘야만 했다.

선수는 "괜찮다"였지만, 구단 측은 "그래도 완벽해야 한다"를 고수했다. 회복 속도가 준수했어도 지로나는 여느 유럽 클럽이 그렇듯 재발 방지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 그 사이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등 격동의 시간이 흘렀다.

백승호는 백지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지로나 2군 격인 페랄라다에서 거의 모든 경기에 출장했지만, 사크리스탄 감독의 입맛에 새롭게 맞춰야 했다. 다행히 궁합은 괜찮았다. 1군 훈련 복귀 사흘 만에 호평을 받아냈다.

그 결과가 1군 엔트리 진입이다. 백승호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한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라운드 홈 경기를 함께 준비했다. 경기 중 잔디를 밟아보지는 못했지만, 대기 전력으로 벤치에 앉았다. 석 장이 주어지는 비유럽 선수(Non-EU) 쿼터도 차지했다는 얘기가 됐다.

하지만 어떤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구단에서 쿼터 확정 사인을 보냈을지라도, 이적시장 종료 직전까지는 선수 등록과 맞물려 바뀔 수도 있었다. FC바르셀로나에서 역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선수 측이 끝까지 조심스러워했던 이유다.




그랬던 백승호가 3라운드 비야레알전에는 빠졌다. 원정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경기 직전 구단 측의 급작스러운 통보가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더글라스 루이스를 다시 지로나로 보내겠다"는 것. 이적시장 문을 닫기 전, 비유럽 선수 쿼터가 가득 찬 상황에서 밀고 들어왔다. 백승호를 1군 멤버로 쓰지 않을 거라면 진작에 "다른 팀을 알아보라"고 했겠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루이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여러 클럽과 연결됐다. 맨시티로선 워크 퍼밋 등 문제로 당장 쓸 수는 없고, 그렇다고 남 줄 수도 없는 자원이었다. 셀틱, 포르투 등이 거론됐지만 맨시티와 조건이 맞지 않았다. 타 팀들은 선수 가치를 높이고 되팔 요량으로 완전 영입 옵션을 원했다. 하지만 맨시티는 단순 임대로 시간을 벌고자 했다.

마지막 협상마저 결렬됐다. 맨시티는 결국 지로나에 재차 손을 뻗었다. 지분 절반을 확보해 위성 구단처럼 삼은 관계다. 주젭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까지 나서서 사정을 설명했다. 스페인 '스포르트' 등에 따르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루이스가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지로나에서 플레이할 것이다. 이 선수를 맨시티 스쿼드에 추가하려 했지만, 워크 퍼밋 미발급으로 무산됐다"라고 알렸다.

여기에 지로나 측이 당황할 일까지 벌어졌다. 지로나는 당초 임대해 온 콜롬비아 수비수 요한 모히카를 돌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활약 등에 고무돼 완전 영입 뒤 재이적으로 이윤을 남기려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던 중 모히카가 다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외국인 쿼터까지 한 장 소비한 상태였다.

백승호는 다시 인고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적시장을 하루 남기고는 다른 팀을 알아볼 여력조차 안 됐다.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이미 각 팀 선수단 구상은 종료된 뒤였다. 사전 교감한 팀도 없었다. 요구 조건을 맞춰 협상을 벌이고, 계약서까지 준비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너무도 부족했다. 끝내 다른 팀으로 가지도 못했다.

지로나 측은 "할 말이 없다. 유감이다. 겨울 이적시장 전 기존 외국인 선수들을 내보내든, 국적을 해결해서든 쿼터를 마련하겠다"라고 전했다. 레알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백승호가 우리를 도울 좋은 소질을 봤다"라던 사크리스탄 감독 역시 "전반기만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종전처럼 1군 생활에 2군 실전을 겸할 백승호의 운명은 오는 겨울 다시 결정될 전망이다. 넉 달이 남았다.

사진=지로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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