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포커스] 학범슨의 취사선택(取捨選擇), 위기 속 빛난 '확신+대처법'
입력 : 2018.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축구회관] 서재원 기자=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서 골라잡았다. 취사선택(取捨選擇)은 김학범호의 성공 비결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회를 결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민성 코치, 김은중 코치, 차상광 코치 등도 함께 자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김학범 감독도 “처음 23세 감독을 맡고 나서 말씀 드린 것이, 힘들고 어렵고 도전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했다. 그 길을 피해서 가지 않겠다고도 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도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부분에 대해 스스로 약속을 지킨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는 짧은 소감 뒤, 격식 없이 질문해줄 것을 취재진에게 먼저 청했다.

김 감독의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조현우의 부상 당시의 분위기를 시작으로, 군 복무 중인 아들, 도쿄올림픽, 황의조 논란, 인터넷 댓글, 병역 면제, 한일전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김 감독도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답변으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그 중 전술 변화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감독 스스로에게는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었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 후, 기존에 준비했던 스리백을 버리고, 포백으로 전환한 이유와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이었다.

김 감독은 쿨하게 답했다. “사실 스리백을 써야겠다고 정한 첫 번째 이유는 사이드백 때문이었다. 사이드백에서 수비 성향을 가진 선수들을 차출하기 어려웠다. 김진야와 김문환은 자리를 바꿔야 했다. 현지에 가서 스리백을 쓰는데, 선수들이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했다. 코치들이 포백을 건의했고, 선수들에게 바로 주입시켰다.”

김 감독은 발 빠르게 대처했다. 스리백을 버리고 포백을 택했다. 준비했던 플랜A를 대회 도중에 변화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큰 결단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도전 등이 필요했다. 그러나 김 감독과 코치진은 자신들의 판단착오를 부정하지 않았고, 빠른 변화를 통해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버린 게 스리백이라고 하면, 고집스럽게 취한 건 황의조였다. 처음 인맥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정면 돌파를 선택했던 그였다. 김학범 감독은 “코칭스태프와도 많은 고민을 했다. 일본을 건너가서 보니 몸 상태가 괜찮았다. 사실 일본 구단에서는 반대했지만, 어렵게 설득했다. 믿는 게 있었다. 감독들이 무턱대고 밀고나가지 않는다. 설령 실패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확신이 없을 때는 밀고 나가지 않는다”라고 위험을 무릅쓰고 황의조를 믿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의 확신은 정확했다. 황의조는 대표팀의 신의 한수가 됐다.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기록하더니, 위기의 순간마다 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가장 큰 위기였던,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도 또 다시 해트트릭을 기록, 금메달 획득의 일등공신이 됐다.

취하는 것에는 확신이 있었고, 버릴 때는 과감했다. 결국 김학범 감독의 취사선택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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