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원하면 뭐든지’ K리그 선도하는 울산 홍보 전략
입력 : 2018.09.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현민 기자= K리그 전통의 명가 울산 현대가 앞서가는 홍보 전략으로 팬심(心)을 사로잡고 있다.

울산은 현재 K리그1 3위다. FA컵에서는 8강에 진출해있다.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향해 순항 중이다.

최근 울산은 성적과 함께 유행에 발맞춘 콘텐츠로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숙적 포항 스틸러스를 도발했다.

울산은 15일 오후 2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영원한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와 159번째 동해안더비를 치른다. K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치열한 라이벌 경기다.



경기를 앞두고 울산은 공식 SNS에 ‘동해안더비’ 영상을 공개했다. 이영재-에스쿠데로-배재우가 3인조 그룹을 결성했다. 한 종합비타민 음료를 패러디, 신나는 음악에 맞춰 화려한 춤을 선보였다. 포항을 상징하는 검붉은색 띠가 둘러진 음료를 들이키며, 호랑이굴에서 승점자판기인 포항을 잡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지난 12일에는 동해안더비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통상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는 축구회관에서 미디어데이를 통해 열기를 고조시킨다. 울산과 포항이 나선 건 이례적이다. 울산이 빠르게 움직였고, 포항의 협조도 잘 이뤄져 진행됐다. 김도훈 감독, 최순호 감독, 울산 이근호, 포항 김승대가 자리했다. 취재진들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울산은 행보는 이번 동해안더비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빠르게 유행을 파악, 팬들이 원하는 게 니즈(needs)를 충족해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울산 유니폼을 주니오. 8월 9일 ‘축구 어떻게 볼래?’라고 한국어로 직접 언급, 초특가 시즌권 판매 영상에 등장했다.

주니오는 춤사위와 연기력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브라질에 있는 친구와 지인들은 ‘한국에서
무비 스타가 됐느냐‘
고 물을 정도로 파급 효과를 자아냈다. 연기력은 덤, 최근 연이은 득점포를 가동하며 울산의 질주를 이끌고 있다.



울산의 기대주 한승규는 홀로 고기 먹방에 나서기도 했다. 프렌즈숍인 한 고깃집에서 고독한 미식가의 모습을 담았다.

이근호, 이종호, 이영재는 지난 7월 주유소에서 주유기를 들고 댄스 삼매경에 빠졌다.

국가대표 박주호는 최근 일요일 프라임 타임 때 KBS2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딸인 나은이와 출연 중이다. 울산은 흔쾌히 수락했다. 온 가족이 모인 주말 저녁 시간에 울산이 전파를 타고 전국적으로 알려질 기회였기 때문이다. 박주호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부상을 당했다. 열심히 재활하면서 TV에 출연 중이다. 물론 이로 인해 아빠 박주호보다 딸 나은이가 더 유명해졌지만. 울산을 넘어 K리그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큰 결실을 맺고 있다.

울산 사전에 안 되는 건 없다. 부딪히고 발로 뛰고, 스폰서도 그렇게 구한다. 회의 시간에는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든 의견을 낸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

앞서 언급된 영상 콘텐츠도 구단 내부에서 나왔다. 짧은 영상이 주는 효과를 극대화, 유행에 민감한 젋은 층을 겨냥했다. 단순 홍보부터 마케팅까지. 돈이 필요할 경우 과감하게 쓴다. 박주호, 이근호 등 빅네임 국가대표를 영입한 것도 그런 전략이다.



베테랑이 앞장서니 후배들도 안 할 수 없다. 사무국에서 선수단에 요청하면 곧장 팬들 앞으로 달려간다. 소통하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스스로 가치를 끌어올린다.

울산은 수년째 팬들과 호흡하려 노력 중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단순히 90분만 하고 마는 축구가 아닌, 울산 지역의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경기가 열리는 날 문수축구경기장은 축제의 장이다. 경기 전 1시간, 본 경기 2시간, 경기 후 1시간까지. 팬들을 위한 4시간이 마련됐다.

어린 아이가 즐길 수 있는 레이싱, 에어바운스, 버스킹, 다양한 체험, 먹거리 등 행사를 마련해 가족, 연인, 장년층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프타임에는 연예인의 축하 공연이 늘 열린다. 장르를 불문, 가수, 개그맨 등 유명 인사들이 울산에 힘을 실어준다.

경기 후에는 승패를 떠나 일부 선수들과 팬들이 만난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 최선을 다해 응원한 팬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교감한다.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다양한 구단 상품을 만들어 적재적소에 공급하고 있다. 팬들 지갑도 자연스레 열리게 만든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팬들이 관전하는 시설 역시 으뜸이다. 울산광역시와 함께 2016년 5월부터 관중석 교체 공사를 시작, 단계적으로 경기장 보수를 진행했다. 2층은 통천으로 덮었고, 관중석은 울산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도배됐다. 포효하는 호랑이, 밝고 화려한 조명 시설도 갖췄다. 그라운드 컨디션은 전국에서 최고로 꼽힐 정도다.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았다. 계획, 준비, 실행하기까지 그간 노력의 결과다.

앞으로도 팬들 의견을 적극 수렴해 구단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게 울산의 목표다. 이 행보는 분명 K리그,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울산 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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