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기묘한축구] '9월 76,254 함성', 부산은 왜 A매치 실패했나
입력 : 2018.09.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박대성 기자= 2018년 한국 축구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이후로 나뉜다. 월드컵 전 침울했던 분위기가 독일전 극적 승리로 반전됐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에서 폭발했다. 한국 축구를 향한 작은 기대감은 파울로 벤투 감독의 9월 A매치로 이어졌다.

한국의 9월 A매치 상대는 코스타리카와 칠레였다. 실리와 압박이란 정반대 스타일을 지닌 두 팀은 2019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항해를 시작할 벤투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한국은 코스타리카에 2-0 승리, 칠레와 0-0 무승부를 거두며 9월 A매치를 마무리했다.

9월 A매치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연장선이었다. 황의조, 이승우, 손흥민, 기성용 등 부상을 제외한 최고의 전력이 고양과 수원에 집결했다. 관중 동원도 환상적이었다. 12년 만에 2경기 연속 매진을 해냈고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고양에 유효좌석 36,127명, 수원에 40,127명이 운집했다.

9월 수도권에 울린 76,254명의 함성은 부산에 없었다. 당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칠레와의 한 판 승부는 부산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2004년 독일전 이후 14년 만에 A매치 유치를 추진했지만 최종 무산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2018년 안에 아시아드 53,769명 함성이 울려 퍼질 일은 없다.

표면적인 이유는 잔디다. 칠레전 확정 후, 칠레 대표팀 실사단과 대한축구협회 측이 경기장을 답사했고 A매치 개최 불가 판정을 내렸다. 연이은 폭염과 7월 가수 공연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쉽게 말해 경기를 할 수 없는 잔디였다.

저명한 잔디 전문가에 따르면 소생 가능성은 있었다. 7월 공연으로 크게 훼손됐지만 뿌리까지 죽지는 않았다. 체계적인 관리로 비료와 물을 준다면 긴급 보수가 가능했다. 논의는 했지만 추진은 없었다. 10월에 예정된 아시아송페스티벌 때문이다. 9월 실패를 만회하려던 10월 우루과이전이 ‘계획’에 그친 셈이다.



부산시는 9월과 10월 A매치 실패 이후, 2019년 A매치 유치를 계획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돌아보면 개최가 어렵다. 아시아드에는 콘서트, 페스티벌 외에도 종교 행사까지 개최된다. 부산에 2만 명 이상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사실상 없기에 일어난 일이다.

7월 가수 공연과 같은 큰 행사는 대관료를 지불하지만, 부산 시민을 위한 공연은 대관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반면 축구와 같은 스포츠 행사는 대관료를 받은 경우가 많다. 대관료 지불이 중요 쟁점은 아니지만, 체계적인 잔디 관리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사실 부산의 A매치 유치 계획은 지난해 12월부터 밑그림을 그렸다. 부산시축구협회는 개인 자본 2억원을 투자해 A매치 유치에 나섰다. 부산 아이파크는 칠레 대표팀에 훈련장 사용을 허락했다. 모든 시설이 갖춰진 최적의 환경이라 판단해서다. 그러나 미흡한 아시아드 잔디 관리로 14년 만에 A매치 유치는 실패로 끝났다. 서로의 합이 맞지 않았던 셈이다.

A매치는 시 차원의 행사다. A매치 유치를 원한다면, 경기장 관리를 담당하는 시의 체계적인 계획과 추진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울산시는 A매치 추진에 두 팔을 걷어 붙였고,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해 세르비아와의 A매치에 성공했다.

A매치 유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 강서체육공원 전용구장 및 축구 센터 추진에 따른 인프라 보완, 구축이 하나의 방법이다. 강서체육공원에 전용구장이 생긴다면 김해, 양산에 열리는 고교 대회와 연계도 가능하다. 전국 대회에 따른 낙수 효과는 경주화랑대기로 증명됐다. 9월 아시아드와 같은 잔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부산시는 좁게 2019년 A매치, 넓게는 202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축구와 관련된 국제 대회 개최를 위해 9월과 같은 실패를 반복 해선 안 된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발판이 된 부산 축구 브랜드를 위해서라도 전용구장과 같은 보완 계획이 시급하다.

* 본 사진은 9월 칠레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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