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인터뷰] “아시안컵 욕심 나지만...” 김문환의 꿈은 이제부터다
입력 : 2018.09.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부산] 박대성 기자= “아시안게임, 9월 대표팀 이후 팬들께서 많은 관심을 주셨어요. 너무 행복해요. 행복하지만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부산 아이파크 승격 등 많은 목표가 있어요. 항상 절실하게, 간절하게 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문환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후에 부산의 아이콘이 됐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인 투지 넘치는 활동량과 화력 지원은 김학범호 금메달에 큰 원동력이 됐다. 아시안게임 활약은 파울로 벤투 감독의 시선을 훔쳤고, 9월 A대표팀 승선까지 해냈다. 금의환향 후 리그에 돌아오자, 팬들은 구덕 운동장에서 김문환을 열렬히 응원했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추석 전에 만난 김문환은 “행복하다.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팬들의 관심을 듬뿍 받은 그는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보여주려고 한다.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을 항상 가슴에 품은 채 말이다.

■ “8강전에 눈물 왈칵”, “일본엔 절대 뚫리기 싫었어요”



김문환에게 아시안게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우승을 목표로 파주에서 담금질을 시작했고, 금메달만 바라보며 인도네시아에 입성했다. 대회 전에 조 편성과 평가전 취소 등이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도리어 “준비만 잘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바레인전 대승으로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조별리그 2차전에 온 고비는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다. 김문환은 “정말 큰 계기가 됐다. 토너먼트에 진출해서도 말레이시아전을 생각했다. 100% 준비를 하고, 120%의 정신력을 가져야 했다”며 말레이시아전 이후를 말했다.

16강전은 쉽지 않았다. 한국은 중동 강호 이란을 넘어야 했다. 김문환은 “어려운 상대를 16강에 만나 오히려 잘 됐다”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란전에 출전한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부진 각오는 집중력으로 이어졌고, 0-2 완승에 성공했다.

우즈베키스탄은 김문환 스스로에 큰 동기부여였다. 김문환은 지난 1월 중국 쿤산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출전했는데, 연장 혈투 끝에 우즈베키스탄에 패배했다. 당시의 쓰린 기억을 아시안게임에서 갚아 주고 싶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동기부여는 컸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등을 지려다 공을 빼앗겨 우즈베키스탄에 실점했다. 실점에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실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내 실책으로 먹혔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멘탈을 잡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김)민재 등이 다독이며 잊어버리라고 했다. 선수들의 신뢰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며 힘들었던 당시를 기억했다.

하나로 뭉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황의조의 동점골에 참았던 눈물샘이 폭발했다. “(황)의조 형의 골이 터졌을 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눈물도 나왔다. 그런데 옆에서 (김)민재도 같이 울고 있더라. 그러나 눈물을 닦고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했다. 그때 (황)희찬이 골이 터졌다. 빨리 가서 안아주고 싶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러지 못했다”며 극적인 4강 진출을 말했다.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의 눈물은 선수단 전체를 대변한 것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을 잡았지만 가야할 길은 멀었다. 기쁨은 운동장에 묻어두고 4강전을 준비했다. 김학범 감독이 지적한 수비 라인 간격 유지를 언제나 되뇌었다. 긴장한 베트남을 제압하고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싸웠고, 꿈에 그리던 우승에 성공했다.

물론 한일전은 결승전 이상의 경기였다. 첫 한일전을 치른 김문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김학범 감독님이 ‘일장기가 태극기 위에 있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소름이 돋았다. 동기부여가 엄청났다. 공격수를 믿었고 버텼다. 더 강하게 일본과 부딪혔다. 일본 선수에게 죽어도 뚫리기 싫었다. 뚫리면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다른 어떤 경기보다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다”며 한일전 그날을 말했다.

■ 꿈에 그리던 A대표팀, 짧았지만 벅찼던 9월



아시안게임 도중 꿈에 그리던 일이 일어났다. 9월 코스타리카-칠레전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됐다. “자고 있는데 너무 많은 진동이 울렸다. 축하한다는 메시지더라. 대표팀 소집 명단을 보니 내 이름이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김문환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앞엔 우즈베키스탄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학범 감독도 “축하하지만, 지금은 발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김문환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우즈베키스탄전 승리 후 지인들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대표팀에 합류했다. 인도네시아 출국 전 왔던 파주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정확한 크로스를 닮고 싶었던 이용, 대표팀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 등이 훈련장에 있었다.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등 월드컵 멤버와 호흡했던 김문환이었지만, A대표팀은 느낌부터 특별했다.

조금씩 선배들 틈에서 적응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친해졌다. 기성용 등이 다가와 말도 건넸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고 어려웠지만 편하게 다가와 주셨다. 물론 아직도 조금 어렵지만 정말 좋았다”며 대표팀 소집을 말했다.

코스타리카전과 칠레전에 선발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교체로 출전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칠레전에서는 경기 막판 아찔한 순간에 적극적인 수비를 하기도 했다. 김문환에게 9월 2연전은 누구보다 소중했고 특별했다.

“A대표팀은 느낌부터 달랐어요. 아시안게임과 또 다른 기분이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했어요. 교체 출전만으로도 정말 좋았어요. 너무 가슴 벅찬 순간이었어요. 앞으로 더 꾸준히 발탁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 부산 승격, 아시안컵, 김문환의 꿈은 이제부터



행복했던 아시안게임과 9월 A매치를 끝내고 부산에 돌아왔다. 부산에 돌아온 김문환은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5,000명에 가까운 팬들이 구덕 운동장에 모였고 김문환 이름을 연호했다. 경고 누적으로 아산전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부천전에 천금 같은 동점골로 존재감을 알렸다.

갑작스러운 인기로 으스댈 법 했지만 김문환은 아니었다. 응원에 몸 둘 바를 몰랐고 더 절실한 마음을 가슴에 새겼다. 부천전이 끝나고는 팬들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사인을 했다.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너무 감사했기 때문이다.

“팀 버스에 올라 가려는데 기다리고 계셨어요. 오랜 시간 기다리셨을 텐데 너무 감사했어요. 그래서 모두에게 사인을 했어요. 프런트에 물어보니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선수로서 너무 행복했어요.”

가장 큰 버팀목이자 최고의 팬인 가족도 잊지 않았다. 부천전 이후 짧게 받은 휴가 때 본가에서 미니 팬 사인회를 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에는 몇 달 동안 뵙지 못한 할머니 목에 직접 금메달을 걸어 드리고 기쁨을 나누려 한다.

이어 “갈 길은 멀지만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가족들의 헌신이 있었다. 가족들의 힘이 컸다. 나 때문에 언제나 많이 걱정하신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경기에도 찾아와 응원을 해 주셨다. 형과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다.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더 효도하려 한다. 천천히 보답하겠다”며 항상 가족과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김문환의 목표는 부산 승격이다. 부산은 최윤겸 감독 지휘 아래 분투하고 있지만 리그 4위에 머물렀다.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성남FC와 승점 차이를 고려할 때 실질적인 K리그2 우승은 어렵다. 플레이오프 승격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쉽지 않지만, 더 절실하게 헌신하려 한다. 김문환은 “올 시즌 승격이라는 중요한 목표가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란 걸 알고 있다.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뜻대로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말 간절하게 노력하고 있다”며 절실한 마음을 말했다.

간절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면, 대표팀 승선은 더는 꿈이 아니다. 김문환은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해 꿈을 현실로 만들려고 한다. 10월, 11월 평가전에 이어 아시안컵 승선까지 말이다.

“아시안컵이 욕심나지만, 먼저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해요. 파워적인 부분, 크로스를 더 보완해야 해요. 더 연구하고 발전해야 해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아시안게임 우승, 9월에 꿈에 그리던 대표팀 승선을 해낸 만큼, 하나씩 이뤄가고 싶어요. 정말 간절하게 노력하고 있어요.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셔서 응원해주시면 저한테도,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돼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진=부산 아이파크 제공,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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