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단독 인터뷰] 절벽 앞에 선 장현수에게 두려움은 없다
입력 : 2018.10.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도쿄(일본)] 김성진 기자= 장현수(27, FC 도쿄)에게 2018년의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많은 기대를 받고 출전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장현수는 모든 비난의 중심에 섰다.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한 비난은 수비수로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평가였다. 하지만 악의적인 댓글과 이에 편승한 일부 매체의 보도는 장현수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다.

몇 달의 시간이 흘렀고 장현수는 당시의 아픔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각급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주장을 도맡아 했을 만큼 경기력, 정신력 모두 강한 선수였기에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대표팀에서도 수비의 중요 자원으로 선택 받았다. 벤투 감독은 장현수가 가진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이 그리는 빌드업 축구를 완성하기 위한 자원으로 꼽았다. 장현수에게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지난 4일 도쿄도 고다이라시에 위치한 FC 도쿄 클럽하우스에 장현수를 만났다. 그는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면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글귀를 가슴에 담고 있었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은 만큼 그것을 이겨내겠다는 다짐이었다.



- 우루과이, 파나마를 상대하는 10월 A매치에 나서게 됐다.
대표팀은 언제나 영광이고 매 소집 때마다 마음가짐을 강하게 하고 들어간다. 최근 (나에 대한) 여론과 평가가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영광스러운 위치에 오르려면 좋은 선수들에게 배우고 얻어야 한다. 노력하고 있다.

- 현재 도쿄는 J1리그 5위다. 그러나 최근 결과가 좋지 않아 주장으로서 걱정이 클 텐데?
프로 생활을 7년 하면서 8경기 무승은 처음 경험하는 것 같다. 예전에 광저우 R&F에서 뛸 때 팀이 강등 위기여서 아슬아슬했지만 6경기 만에 이겼던 기억이 난다. 좋았던 팀이 한순간에 어려워지니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과 일본의 정서가 다르다. 다른 문화의 나라다. 내가 하고자 하고 싶은 것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내가 한국 팀 주장이면 같이 밥 먹으면서 얘기하고 팀에 도움이 되려 하지만 일본은 선수들이 퇴근하면서 각자 쉬는 일상이다. 내가 노력해서 선수들을 불러낼 수도 있지만 여기는 개인적인 생활이 강하다. 내가 조심해야 하고 매 경기 이기려고 노력해야 한다. 항상 희망을 갖고 매주 열심히 하고 있다.

- 외국인 주장이기에 팀을 이끄는데 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하세가와 감독님께서 주장을 맡기셨을 때 가장 큰 문제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간단한 말은 하지만 깊이 있게 대화를 못 한다. 주장이 완장만 차고 경기하는게 아니고 동기부여를 일으켜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면 그런 것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감독님께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하니 안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지 않다. 네가 훈련과 경기 때 보여주는 모습이 일본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그 점을 좋게 봤기에 주장을 맡긴다”고 말씀하셨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단점이 있지만 경기장 나갈 때나 누구보다 투지 있게 하려고 한다.

- 월드컵 이후 팀에 복귀했을 때 한 동안 경기에 나오지 않았는데?
그때 발목이 아팠다. 복귀한 뒤 3일 정도 훈련을 했다. 구단에서 점검 차 MRI를 찍었는데 발목이 너무 안 좋다고 나왔다. 이대로는 훈련이 안 된다고 해서 상의하고 3경기 정도 쉬었다. 팀의 배려로 발목이 좋아졌다.

- 월드컵 이야기부터 하자. 본인에게 좋은 기억이 남는 대회는 아니었을 것 같다.
월드컵 때 내 실수를 인정한다. 스웨덴전은 운이 없었다. 태클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이 들렸는데 볼이 내 손으로 향했다. 그러나 멕시코전은 내 실수다. 좀 더 침착했어야 했다. 태클하지 않고 좀 더 침착하게 경기해야 했었다.



- 장현수의 축구인생에 있어서 흑역사라는 표현도 등장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내가 실수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이겨내고 있다.

- 지금까지 각급 대표팀에서 모두 중용됐다. 많은 지도자들이 장현수라는 선수를 선택하는 것은 분명 장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코스타리카, 칠레와의 9월 A매치를 보면 전체적으로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칠레전 종료 직전의 백패스 하나 빼고는 괜찮았다. 항상 경기장에 들어갈 때는 감독님께서 원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훈련 때도 마찬가지다. 감독님께서 어떤 축구를 추구하는지 생각을 많이 한다. 감독님의 축구의 맞춰 가는 점이 눈에 들었나 보다.

- 지금은 벤투 감독의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감독님께서 꼼꼼하고 세밀한 플레이를 강조하신다. 그것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수 안 하고 하면 완벽한 선수다.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노력이 중요하다.

- 9월 A매치 때 가장 많은 패스(117개)를 시도했다. 볼 차단도 8번이었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빌드업 축구에 걸맞은 활약 같은데?
감독님께서 후방에서 빌드업 신경을 많이 쓰신다. 칠레전 후반전 때 (김)진현 형이 골킥을 하기 전까지 선수들이 위치를 잡았다. 킥을 하면 스프린트로 올라가는 것을 주문하셨다. 후방에서 빌드업을 요구하시니 패스 숫자도 많아 지는 것 같다.

-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이 오히려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독일전 때 그랬고 9월 A매치에서도 45분을 뛰었다. 자신의 생각은?
예전에도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은 미드필더라면 좀 더 저돌적으로 수비할 수 있고 내가 뚫리더라도 뒤에서 커버해줄 수 있다. 수비는 내가 뚫리면 안 된다. 어느 포지션이 편하다고 할 수는 없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그래도 몸은 수비수가 편하다. 위치를 잡고 이동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 벤투 감독 부임 후 대표팀이 동기부여가 잘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 생각은?
분위기가 좋다. 큰 대회를 치르고 난 뒤라 자신감이 생겼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경험을 얻었다. 그 경험이 자신감이 되고 있다.

- 10월 A매치에서는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 에딘손 카바니를 상대한다. 이번 10월 A매치도 매진됐다.
티켓 판매를 하자 마자 매진됐다고 들었다. 그런 선수들과 상대하는 것을 언제 해보겠는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9월 A매치 때 보니까 (손)흥민이, (이)승우 팬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깜찍한 승우 덕분이다. (웃음) 승우는 스타성이 있고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

- 하반기 A매치는 내년 1월 열리는 UAE 아시안컵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을까?
그러면 좋겠다. 최근 들어 느낀 건 아무리 준비를 해도 1경기를 이기는 것이 힘들다. 대표팀과 소속팀은 다르지만 요즘 소속팀에서 8경기를 연속해서 못 이기니 더 느낀다. 아시안컵을 우승하려면 7~8경기를 이겨야 한다. 팀이 하나가 되고 경기를 뛰는 선수는 못 뛰는 선수를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못 뛰는 선수는 그만큼 더욱 준비를 더 잘해야 한다. 준비 과정에서 팀이 하나가 되면 우승할 수 있다.

- 이번 아시아게임을 보면서 4년 전 금메달을 땄던 생각이 났을 것 같다.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금메달을 땄을 때 마음과 목표가 달라졌다. 한국 축구가 더 강해지려면 금메달을 따서 많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4년 전에는 인천에서 해서 홈 이점이 있었다. 당시 (박)주호 형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 가담을 많이 했고 (김)승규 형이 골키퍼라서 든든했다. 승규 형이 북한과의 결승전 때 “비겨도 된다. 승부차기는 내가 막겠다”고 해서 큰 힘이 됐다. 이번에도 (조)현우가 서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생겼다. 나는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에서 패했을 때 잘 졌다고 생각했다. 그 경기 패배로 우승할 것이라고 봤다.



- 소속팀 경기도 매진해야 할 것이다. 3위권에 다시 진입해야 할텐데?
결과만 안 올 뿐 내용은 좋다. 그런데 골이 들어갈 것은 안 들어가고 실점하지 않을 상황에선 실점하고 있다. 결국 선수들이 이겨내야 한다. 매주 1경기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남은 6경기 준비를 잘해서 3위 안에 들어가겠다.

- 올해가 본인에게는 다사다난했다. 어떤 시즌으로 마무리하고 싶은가?
2018년은 내게 잊을 수 없는 해가 될 것이다. 특히 6월은 잊을 수 없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다. ‘그저 나이기만 하면 돼’라는 책인데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면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글귀가 있다. 낭떠러지 앞인데 서고 싶어서 선 게 아니고 밀려서 섰지만 두려울 것이 없으니 앞으로 나가서 도전하고 싸우라는 말이다. 6월에 낭떠러지 앞까지 갔다. 안 좋았던 순간들이지만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 안 좋은 순간을 한 순간에 바꿀 수 없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을 충실히 하면 바뀌게 된다. 다사다난했지만 앞으로 있을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진=스포탈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FC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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