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피치만 간절한 게 아니었다...'세오 복귀' 후 달라진 수원
입력 : 2018.10.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수원] 서재원 기자= "빨리 와! 얼른 모여! 우리도 어깨동무해!"

서정원 감독 복귀는 수원 삼성의 분위기를 바꿨다. 선수단 전체가 똘똘 뭉쳤다. 이는 엔트리에 제외된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승부차기의 순간, 본부석 2층 꼭대기에 수원 선수단 모두가 어깨동무를 한 채 피치 위의 선수들을 응원했다.

수원은 17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2018 KEB 하나은행 FA컵' 8강에서 승부차기 끝 승리(2-2, 승부차기 2-1 승)했다. 제주를 꺾은 수원은 3년 연속 4강에 진출하며 FA컵의 강자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수원에 중요한 경기였다. 더불어 서정원 감독의 복귀로 화제가 된 경기이기도 했다. 지난 8월 28일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히고 구단을 떠난 서정원 감독이 약 한 달 만에 복귀했다. 자연스레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난 서정원 감독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짙게 묻어있었다. "솔직히 나도 돌아오게 될지 몰랐다. 대표이사님이 요청을 계속하셨다. 감독 선임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마음 아팠다. 선수들도 메시지는 물론, 집까지 찾아왔다. 힘든 상황 속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정원 감독은 수원을 버릴 수 없었다.

물론 한 가지 확실히 못 박은 건 있었다. "이번 시즌까지만 하고 나가겠다"는 말이었다. 말을 번복한 것이 스스로에게도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결과가 어찌됐든, 지금의 힘듦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시한부 복귀라고 할 수 있지만, 서 감독의 복귀는 많은 것을 바꿨다. 선수단에 미친 영향이 컸다. 복귀 첫 날 훈련에서 몇몇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임상협도 "월요일(15일) 훈련을 하고 있는데, 감독님이 수원 옷을 입고 있어 꿈인 줄 알았다.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염기훈도 "정말 힘들었는데, 감독님 얼굴을 보니 모든 게 싹 가라앉았다"라고 했다.

경기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운이 달라졌다. 제주와 경기는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으로 펼쳐졌지만, 수원이 탈락할 거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신이라 불리는 신화용의 존재도 있었지만, 전북 현대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수원의 변화는 본부석 2층에서 느낄 수 있었다. 기자석 뒤편 꼭대기 부근, 본래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들, 2군 선수들이 앉아 있는 위치였다. 승부차기에 접어들자, 주장 김은선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야! 빨리와! 얼른 모여! 우리도 어깨동무해!"

김은선은 2층에 뿔뿔이 흩어져있던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이어 피치 위에 있는 선수들처럼 어깨동무를 했다. 줄줄이 선 선수들은 골키퍼 신화용의 이름을 외쳤다. 수원 선수들이 키커로 나설 때도 각자의 이름을 불러줬다. 신화용의 선방이 나올 때마다 같이 환호했고, 실축이 나오면 같이 탄식했다. 수원의 승리가 확정되자, 모두가 뛰어 내려갔다. 경기장 안팎 모두가 하나 된 모습이었다.

서정원 감독의 복귀는 확실히 수원의 분위기를 바꿨다. 이 기운이라면, 24일 펼쳐질 가시마와 2차전도 문제없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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