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데얀의 복기, ''권순태, 명백한 퇴장...2차전에서 뒤집겠다''
입력 : 2018.10.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화성] 서재원 기자= 데얀(37, 수원삼성)은 3주 전 패배가 분하고 또 분했다. 2차전을 앞둔 데얀은 수원과 자신을 위해, 반드시 복수를 하겠노라 다짐했다.

수원에 10월 3일은 치욕의 날로 기억된다.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외로운 싸움을 했다. 적지로 향하는 도중 태풍을 만나기도 했다. 약 13000여명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도 견뎌야 했다. 숱한 역경 속에서 킥오프 6분 만에 2골을 넣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자책골을 시작으로, 내리 3골을 실점하며 2-3 패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허무하고, 분했다. 수원 선수단은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르게 떠났다. 취재 업무를 마치고 숙소에 복귀해서야, 그들은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차마 말을 걸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 그중 데얀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는 호텔 1층 로비 기둥에 몸을 기댄 채 쭈그려 앉아 있었다. 하염없이 자신의 휴대폰만 바라봤다. 구단을 통해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미안하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로비에서 직접 마주친 데얀도 "이기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다음날 아침에도 데얀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신 한국에 돌아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당시의 약속은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이행됐다. 다행히 그의 표정은 그 때보다 훨씬 나아져 있었다.

▲ 이하 데얀과 인터뷰 일문일답



- 가시마전 이후 만나고 싶었다. 그 때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리가 정말 큰 기회를 놓쳤다고 느꼈다. 원정에서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우리는 한국을 대표한 팀이었다. 경기 전에 인터뷰 했듯이 나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한 의미도 있었다. 나는 한국인이 아니기에 같은 감정을 느끼진 못하지만, 경기에서 나는 한국인처럼 뛰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2-0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몇몇 선수들이 한국인처럼 뛰지 않았다는 점에 화가 났다. 가시마는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았다. 우리 입장에선 큰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 가시마에서 또 다시 골을 넣었다. 개인적으로 데얀의 이번 시즌 최고의 골로 평가하고 싶다.

우리는 슈팅 하나로 2-0을 만들었다. 첫 번째 골은 그들의 자책골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내 첫 번째 슈팅이 골로 이어졌다는 것이 특별했다. 경기를 정말 완벽하게 열었다. 골도 정말 멋졌다. 하지만 2-0이 된 후 팀에 더 많은 것을 기대했고, 결과가 뒤집혔기에 슬펐다. 무엇보다 이동국의 기록에 1골 차로 다가갈 수 있었다. 완벽했지만, 슬펐다. 우리는 정말 큰 기회를 놓쳤다.

- 이동국의 ACL 통산 36골 기록을 1골 차로 따라 잡았다. 1경기가 남았고, 결승에 간다면 최대 3경기를 치를 수 있다.

내가 기록을 바꿀 수 있다고 맹세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나는 골을 넣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득점을 위해 노력하겠다. 몇몇 선수들도 부상에서 돌아온다. 사실 1-0으로 이겨도 우리가 결승에 갈 수 있다. 1골이면 충분하다. 오직 가시마와 1경기에만 집중하겠다. 만약 결승에 오른다면 우리에게 2경기의 기회가 주어진다. 아시아 챔피언이 돼 모든 것을 바꾸고 싶다.



- 현장에서 1차전을 보면서, 2차전은 충분히 해볼 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은 어떠한가.

물론이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죽이고 싶을 정도다. 우리는 ACL 4강에 올라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동기부여는 당연한 이야기다. ACL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ACL 4강, 결승에 갈 수 있는 기회는 쉽지 않다. 지금 선수들 중 8~90%는 인생에서 마지막일 수 있다, 그렇게 확신한다. 우리는 울산, 전북 등 훌륭한 팀을 물리치고 올라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가 그들보다 낫다. 우리는 모든 준비가 됐다. 지난 실수에 대한 분석도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300%를 쏟을 예정이다.

- 1차전과 비교해 2차전에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우선 홈이다. 선수들 모두가 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더 터프해질 수 있다. 더불어 몇몇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온다. 홈 어드벤티지가 이 경기에 크게 작용할 거라 믿는다. 1-0이면 충분하다. 우리가 한 번의 찬스를 살리거나, 상대가 한 번만 실수하면 된다. 한 번의 세트피스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

- 단 한 번의 찬스라고 말했다. 특별히 기대하는 선수나, 해야 하는 선수가 있나.

모든 선수들이 그렇다. 모두, 모두, 모두다. 몇몇 선수들은 1차전보다 더 잘 해야 한다. 내 생각은 그렇다. 특정 선수를 언급해 압박을 하고 싶지는 않다. 선발로 나갈 11명의 선수는 물론, 벤치에 앉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가 똑같다. 믿어야 하고, 긍정적인 것만 생각해야 한다.

- 전반 막판 임상협과 권순태의 충돌 상황이 논란이 됐다. 그 장면에 대해 논하고 싶다.

주심의 말에 따르면, 그(권순태)가 강하게 차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명백히 퇴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분명히 발로 (임상협을) 가격했다. 모두가 봤다. 그가 먼저 선수를 찼다. 레드카드가 아닌 것이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강하게 차지 않았다고 말하니 황당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심판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2-1로 우리가 리드하고 있었을 때다. 만약 그 상황에서 골키퍼가 퇴장을 당했다면, 우리가 결승에 가는 게 더 편했을 수도 있다.



- 경기 전 본인의 인터뷰도 큰 이슈가 됐다.

포털을 통해 봤다. 에이전트를 통해서도 들었다.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느꼈다. 사실 내가 특별한 이슈를 만들고는 싶지 않다. 12년을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 축구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텅 빈 경기장, 그라운드, 좋지 않은 경기력 등 지적할 부분이 많다. 나는 단지 그 때의 상황에 대해 말했을 뿐이다. 가시마에서 앞에 앉아 있는 기자 한 명뿐이었다. 그래서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 2차전을 앞두고는 부디 다른 선수들에게 더욱 집중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더 이상 인터뷰를 안 해도 된다. 한국에 유일하게 수원이 ACL에 올랐기 때문이다.

* 데얀과 인터뷰는 약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그 중 3분의 2가 한국 축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데얀은 인터뷰 말미 정중히 한국 축구와 K리그에 대한 이슈에 대한 내용을 기사화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미 타 매체를 통해 언급한 부분도 있었기에, 또 다른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기자도 데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차후 기회가 된다면, 데얀의 동의 하 차마 못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 한국 축구에 대한 쓴 소리도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 축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맞다. 한국에서 10년을 생활했다. 돈 때문이 아니다. 만약 돈 때문이라면, 이곳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인도 좋아한다. 내가 한국과 한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에 대한 비판도 하지 않을 것이다. 1~2년은 더 있고 싶을 정도로 이곳을 사랑한다. 단지 그뿐이다.

- 최용수 감독이 돌아왔다. 서정원 감독과 더불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라 했다.

(최용수 감독의 이름을 언급하자, 데얀은 '오! 내 아버지에 대해 묻지 마라'고 웃으며 받아쳤다.) 나는 지금 수원에 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FC서울의 지난 2년간 결정 중 가장 최고였다는 것이다. 정말 최고의 결정이다. 우선 그는 서울의 레전드다. 서울의 모든 레벨을 알고 있다. 서울의 의미도 잘 알고 있다. 그 역시 서울이 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서울은 깨어날 것이다. 서울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나는 수원에 있고, 서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그가 사인을 했다는 소식에 '돌아와서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 데얀과 인터뷰 후 3일 뒤 서정원 감독도 수원에 돌아왔다. 수원 측에 따르면, 서정원 감독을 보자 가장 기뻐한 이가 데얀이라고 했다. 데얀은 '웰컴 백!(Welcome back!)'을 외쳤고, '감독은 원래 힘든 자리다. 돌아와서 너무 기쁘다'고 서정원 감독을 토닥(?)였다고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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