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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Note] ''팀보다 개인 먼저'' 어느 대학 감독의 슬픈 지시

기사입력 : 2018.11.13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강릉] 홍의택 기자= 조금은 가슴 아린 지시였다. "이번 대회는 어떻게 돼도 뭐라고 안 할 테니 팀보다는 개인 먼저 생각해". 김형열 가톨릭관동대 감독이 선수단에 전한 말이다.

사실 웃을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올해 가톨릭관동대는 대회 대부분에서 상위 입상했다. "쟤넨 고학년이 많잖아"란 깎아내리는 말도 들어야 했지만, 단순히 연령대가 높다고 낼 수준의 성적은 아니었다. 지도자 지시에 맞춰 땀 내고 발맞춘 성과물은 제법 신성했다.

U리그(대학리그) 강원 권역 우승은 말할 것도 없다. 그밖에 춘계연맹전 4강, 전국체전 동메달 등을 일궈냈다. 타 학교보다 한두 해 많은 선수들이 버틴 게 경험이나 피지컬 면에서 도움이 됐으리라. 하지만 개개인이 부족할 때는 원팀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이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 미리 짜둔 각본대로 경기를 풀었다.

그랬던 가톨릭관동대가 올해 마지막 대회 U리그 왕중왕전에서는 노선을 바꿨다. 김 감독은 "팀보다 개인 먼저"를 외쳤다. 어째 이상하다. 특정인을 내세우는 건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정도를 보유한 원맨팀이나 하는 일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단다. "그렇게라도 본인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어요"란 게 김 감독 설명이다.





김 감독은 "제가 어제 서울을 좀 다녀왔습니다. 애들 취업 때문에 죽겠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요즘 시기가 딱 그렇다. 어느 대학 감독이든 발 벗고 뛰느라 정신이 없다. 꽝꽝 얼어버린 취업계는 축구판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는데, 이마저도 여러 제도 문제로 더 척박해졌다. "○○대 ○번이 ○팀 간다던데"란 뜬소문은 있어도, "아직 확정은 아니다"란 말이 따라붙는다.

'만 23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K리그2는 만 22세 이하)'을 일부 손봐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도 어쩌면 그 때문이다. U-23 룰은 신인이 메말라가는 황무지에 단비를 뿌렸다. 구단별로 어린 선수들을 끌어모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끔 했다. 고령화(?)돼가는 판도에 전에 없던 활기가 돌았고, 이들이 쑥쑥 커나가 한국 축구의 기둥이 되리란 기대도 피어난다.

여기까지는 다들 인정한다. 이만한 취지가 또 없어 보인다. 다만 일률적으로 못 박은 데 아쉬움도 분명 있다. K리그1은 U-23으로 정하더라도, K리그2마저 U-22로 묶어야 했느냐는 것. "요즘 대학 고학년은 상품 가치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이 연령대를 몇 년만 높여 풀을 넓히면 놓치지 않을 자원이 훨씬 더 많을 텐데'란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현행대로라면 늦게 피는 꽃들은 설 자리가 도저히 없다.

김 감독뿐 아니라 대부분 대학 감독들의 고민 포인트가 여기 있다. "우리 학교도 저학년은 콜을 좀 받는데, 고학년이 합당한 평가를 못 받고 있어요"라던 김 감독은 "국내에서 도전해볼 기회조차 못 얻으니 동남아 쪽으로 눈을 돌립니다. 인력 손실이 있을 수밖에요"라고 털어놨다. 한 살이라도 어린 선수를 뽑는 건 시장 체제에서 당연한 일. 운동선수들의 감가상각은 일반 노동자들의 그것보다 훨씬 심하다. 단, 아예 가능성조차 닫아버려 적잖은 이들이 평가 자격조차 잃었다.

가톨릭관동대는 전국대회에 목숨을 건다. 굳이 강원 지역까지 찾지 않는 스카우트들이 전국대회에는 몰리니 그럴 때라도 한 번 더 쇼케이스에 올라야 한다. 그런 학교가 '팀'보다 '개인'을 강조했다. 다함께 승리하면 좋지만, 패배 속 한 명이라도 살아나가길 바라는 게 김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 마음이다. 지방팀 설움이야 한두 해 겪는 일도 아니지만, 그 꿈이 한국 축구 발전이란 명분 아래 막힌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슬픔이다.

김 감독은 "제가 올해로 4년째입니다. 졸업반 아이들이 저와 처음부터 같이 하면서 정말 좋아졌어요.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마음이 너무 안 좋죠"라고 말한다. 화려한 국가대표는 아닐지라도, '한국 축구'란 울타리 속에서 함께 땀 흘린 선수들이었다. 이들이 K리그1 우승권 팀들의 S급 계약만 고집하는 게 절대 아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영상=풋앤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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