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K리그의 사회공헌활동, 진정성으로 다가가야 한다
입력 : 2018.11.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 내 팀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 일회성 아닌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 지역을 대표하는 팀으로 지역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스포탈코리아] 현재 프로축구 K리그 팀들은 과거처럼 단순히 승리와 우승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팬들을 모으기 위해 경기장 밖으로 나가, 봉사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연고지와 함께 하려 한다.

그러나 국내 프로스포츠팀들의 사회공헌활동은 미진하다. 분명 다양하게 준비하고 열심히 하지만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과연 무엇인 문제일까? 이를 알기 위해 일찌감치 중요성을 인지하고 활발하게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J리그 팀들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K리그에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으리라 본 것이다.

‘스포탈코리아’는 총 4회에 걸쳐 한국과 일본 프로축구팀의 사회공헌활동을 비교, 분석한 보도를 연재한다. 이를 통해 K리그 팀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길 기대한다.

① 일본 J리그 팀의 사회공헌활동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 (1) 일본 J리그 팀은 프로축구팀 그 이상을 꿈꾼다
- (2) 일본 축구팬들에게 J리그 팀은 생활의 일부다
② 코리언 J리거가 경험했다, “J리그 팀들은 팬과 함께 한다”
③ K리그의 사회공헌활동, 진정성으로 다가가야 한다
④ 스포츠산업 전공자들이 본 국내 사회공헌활동의 모습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프로스포츠 팀들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시즌이 끝난 뒤 선수단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봉사활동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즘에는 시즌 내내 수시로 팬들을 만나는 다양한 스킨십 활동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K리그 팀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K리그 팀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지켜보면 ‘다른 팀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명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만 구체적인 목적 없이 그저 팬을 만나는 것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한 팀을 특정해서 지목할 수 없다. 대다수 팀들의 사회공헌활동을 보면 천편일률적이라 할 만큼 특징 없이 비슷하다. 유소년을 대상으로 축구 클리닉을 하거나 짧은 시간 초, 중, 고를 방문해서 이벤트를 할 뿐이다.

또한 일회성 활동이 부지기수다. 선수를 앞세워 물품 판매 등의 활동을 했지만 이것이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선수의 최근 인기를 이용해서 이슈를 일으키려는 의도일 뿐이다. 이는 구단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겠다는 목적 의식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K리그 팀들의 사회공헌활동에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스포탈코리아’는 2018시즌 K리그1 우승을 차지한 전북현대와 지난해 창단한 프로 2년차 안산그리너스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려 한다.

▲ “전북현대를 인식해야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수 있다”
전북현대는 대외적인 사회공헌활동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구단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연간 사회공헌활동은 약 50회 정도다. 주 1회 가량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분명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숫자다.

그러나 이것은 대외적으로 알리는 사회공헌활동의 횟수다. 선수들이 산간벽지 초등학생들을 홈경기 때마다 초청한다. 유소년 선수들은 지역 내 단체를 찾아 봉사활동을 벌인다. 이러한 활동이 포함되지 않은 횟수다. 전북현대 김상수 홍보팀장은 “이런 것까지 합하면 100회 이상이다. 물론 많은 횟수는 아니”라고 말했다.



전북현대의 사회공헌활동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팬들을 향한 접근 방법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전북현대는 1994년 창단해 올해로 24주년을 맞았고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구단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지역민들이 구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올 시즌 K리그1 경기에서 경기당 1만 1,715명이 입장했지만 전북현대는 팬층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김상수 팀장은 “설문조사를 하니 전북현대를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이동국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 결과를 보고 우리가 뭐하는 거였나 싶었다”며 예상 밖의 결과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결국 경기장에는 오는 사람만 왔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구단에 대한 인식이 먼저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북현대는 경기장이 있는 전주시를 비롯해서 클럽하우스 소재지인 완주군, 익산시, 고창군, 무주군, 진안군 등 전라북도 내 지자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팀을 알리고 있다. 김상수 홍보팀장은 “구단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자체와 연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북현대는 팬들을 만나는 스킨십 활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선수들이 급여의 1%를 기부해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예산을 준비한다. 그리고 선수들이 지역 행사를 방문해 팬들을 만나고 사인회를 통해 팬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다. 간단한 활동일 수도 있지만 팬들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산간벽지 초등학생을 초청하고 신학기 때마다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용품을 선물하는 활동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에 좋은 기억을 심어줘 전북현대라는 축구단을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김상수 팀장은 “즐거웠던 추억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자라서 생각할 때 어린 시절 가장 즐거웠던 추억이 축구장을 가는 것으로 떠올린다면 자신의 아이에게도 좋은 기억을 심어주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분명 전북현대의 사회공헌활동은 부족한 점이 있다. 그렇지만 팀을 인식하는 것이 현재의 목적이라는 점에서는 최선의 활동이기도 하다. 지역에 팀이 인식되지 않았는데 여러 기관, 단체와 사회공헌활동을 함께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북현대의 운영 철학은 3P(Pleasure, Premium, Partnership)다.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팬들이 원하는 팀으로 성장을 하고, 팬과 지역 내 여러 단체와 동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3가지는 서로 수평적이다. 하나가 되려며 다른 두 가지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상수 팀장은 “우리는 한 가족 모두가 전북현대를 알고 사랑하며 자랑스러워 하는 팀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려며 지금보다 팀에 대한 인식이 커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내 팀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한 활동을 먼저하고 있다. 인식을 해야 그 다음 사회공헌활동을 하는데 있어 지역민들이 받아들이기 쉽다”고 전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팀들은 역사가 오래 됐지만 여전히 연고지역 내에서의 인식이 부족하다. 전북현대의 활동은 그런 국내의 현실 속에서 무엇이 우선인지 판단하고 진행하는 모습이다. 사회공헌활동이 1~2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북현대의 스킨십 활동은 미래에는 분명 긍정적인 작용을 할 전망이다.

▲ 안산그리너스가 제시하는 300회의 사회공활동 의미
안산그리너스는 최근 사회공헌활동을 300회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접한 타 구단 관계자들은 “어떻게 300회를 할 수 있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매일 1번씩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가능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안산그리너스는 지난해 창단한 시민구단이다.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만큼, 창단 초부터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안산그리너스에는 타 팀과는 다른 사회공헌활동만 전담하는 직원이 있다. 팀 창단과 함께 입사한 이제영 씨는 안산그리너스의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이제영 씨는 안산그리너스가 창단하기 전인 2016년에 J리그 반포레고후에서 2개월간 인턴십을 했다. 반포레고후는 J리그 내 대표적인 시민구단이면서 엄청난 횟수의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팀으로도 유명하다. 이제영 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반포레고후에서 일하며 몸으로 직접 사회공헌활동을 체험했다. 이것은 그대로 안산그리너스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안산그리너스는 하루에 3차례 가량의 사회공헌활동을 한다. 대부분이 일주일에 1차례씩 진행되지만 매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안산시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제영 씨는 “처음 기관, 단체에 연락했을 때 사진 찍으러 오는 것이며 오지 말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보여 주기식으로 도우려는 것은 필요 없다는 의미였다.

이제영 씨는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3~4차례씩 미팅을 가지며 진정성을 나타냈다. 안산시민을 위해 창단한 팀인 만큼 안산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렇게 하나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이제는 안산그리너스의 사회공헌활동은 지역 내의 명물이 됐다.

현재 안산그리너스는 11개의 프로그램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J리그 팀들이 강조했듯이 이제영 씨도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꾸준한 진행과 진정성 있는 행보로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영 씨는 “회비를 낼 테니 내년에도 해달라는 요청이 오고 있다. 물론 지금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무료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산그리너스가 펼치는 사회공헌활동의 특징은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주말에 경기가 열리는 일정을 기본으로 할 때 선수들은 월, 화, 수요일에 주로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한다. 봉사활동도 하고 안산시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포도 수확을 하러 가기도 한다. 많이 참여한 선수는 30회 이상 참여할 정도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지역 품으로 들어가려는 구단의 방침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안산그리너스는 기업체의 후원을 통한 사회공헌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기업체가 제공하는 다양한 물품을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기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홍보가 된다. 이제영 씨는 “현재 여러 기업체에서 문의가 오고 있다. 향후에는 사회공헌활동용 유니폼에 사회공헌활동 메인 스폰서를 노출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물론 이 같은 활동이 직접적인 관중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안산그리너스의 올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은 1,726명이다. 분명 기대에는 밑도는 수치다. 그러나 이제영 씨는 “중요한 것은 안산시민들에게 팀의 이미지를 심는 것”이라며 “안산시 70만 시민들이 1번씩은 경기를 보는 것이 목표다. 그 중 50%는 다시 안 올 수 있지만, 나머지 50%는 분명 안고 갈 팬이다. 그 분들이 더 방문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안산그리너스의 사회공헌활동은 K리그 내 여러 팀들의 관심 대상이기도 했다. 몇몇 팀들은 안산그리너스의 사회공헌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며 참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팀들은 “안산그리너스 때문에 우리 팀도 힘들게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사회공헌활동의 중요성을 간과한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안산그리너스는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안산그리너스의 사회공헌활동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민구단으로서 안산시민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제영 씨는 “장기적으로 사랑받고, 사랑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다른 팀에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팀의 마케팅 이미지 플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공헌활동의 왜 필요한지 피력했다. “선수에게 2~3억원을 투자했는데 실패하면 피해 여파가 크다. 그 돈을 지역에 투자하면 5~10년 뒤에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사회공헌활동 횟수가 중요하지 않다. 안산시를 대표하는 팀으로서 안산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선수들도 안산시민이다. 시민과 시민이 같이 어우러지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어쩌면 K리그 팀들이 구단을 운영하면서 잊고 있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수도 있다.

스포탈코리아 특별 취재팀(김성진, 이상용, 서재원, 최동규, 김정민)
사진=스포탈코리아, 전북현대, 안산그리너스

*본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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