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이강인 뛰어야 세대교체인가? 벤투호는 이미 변하고 있다
입력 : 2019.03.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진정 변화를 주저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벤투 감독은 A대표팀에 변화를 주고 있다. 다만 우리가 강하게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벤투호가 볼리비아, 콜롬비아를 상대한 3월 A매치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 탈락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런데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정된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운영해 경쟁 구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또한 실험도 실종됐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전 국가대표인 이천수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적인 의견도 한 몫 했다. 이천수 실장은 26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벤투 감독은 선수에게 폭넓게 믿음을 갖지 못한다. 이 선수라고 하면 계속 의지한다. 조현우가 잘해도 다음 경기는 김승규”라며 벤투 감독 체제 하의 대표팀에서 경쟁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 지난 22일에는 “폭 넓게 선수를 기용했으면 한다”고 백승호, 이강인 등 3월 A매치에 선발된 어린 선수들의 기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분명 건전한 비판과 지적은 발전의 계기가 된다. 그렇지만 현재의 분위기가 과연 발전을 위한 비판과 지적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 벤투 감독은 플레이 스타일을 지키려 한다
그 동안 한국 축구의 단점은 수시로 성향이 뒤바뀐다는 점이다. 주어진 선수의 구성이 달라지면 경기 스타일도 달라지기 일쑤였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에 기반을 두며 안정적이고 조직적인 축구를 추구한다. 이 스타일은 취임 첫 경기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 유지로 인해 벤투 감독이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플랜B가 없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스타일 유지는 필수다. 어떤 선수가 뛰어도 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벤투 감독이 큰 폭의 선수 변화를 가져가지 않는 것도 이 부분에서 설명할 수 있다. 기존 자원 중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 위주로 기용을 해서 틀을 만들려는 것이다. 틀이 완성이 되어야 다른 선수들도 이에 익숙해질 수 있다. 최대한 오류를 줄이기 위한 선수 구성이라 볼 수 있다.

골키퍼로 김승규를 중용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김승규, 조현우 모두 뛰어난 선방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승규가 조현우보다 발기술이 낫다고 평가한다. 빌드업 축구는 골키퍼부터 정확한 패스를 요구한다. 한 관계자는 “조현우가 어린 시절부터 선방 능력은 인정 받았지만 연령별 대표팀에서 후보 골키퍼로 밀렸다. 동기들보다 발기술이 부족해 감독들의 선택을 못 받았다”고 전했다.

조현우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친 것은 대표팀이 역습에 무게를 둔 축구를 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수비에 많은 무게를 뒀기 때문에 선방 능력이 좋은 조현우가 제 몫을 100% 이상 해냈다. 콜롬비아전에서도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자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 대신 수비에 중심을 둔 경기 운영을 했다. 조현우도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펼쳤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9월 취임해 이달로 7개월을 보냈다. 취임 4개월 만에 치른 아시안컵은 중간 평가로 보기 어려웠다. 아직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맞다, 틀리다로 논하기는 이르다. 지금은 지켜봐야 할 때다.



▲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를 통해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에서 변화를 보여주었다. 기존의 4-2-3-1 포메이션에서 4-1-3-2 포메이션으로 공격 전술의 변화다. 자신이 그렸던 4-2-3-1 포메이션에 빌드업 축구를 기반으로 한 경기 운영의 결과가 좋지 않자 새롭게 시도한 것이다. 결과는 볼리비아, 콜롬비아에 모두 승리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사람들은 변화라 하면 180도 바뀌는 것만 생각한다. 그렇기에 벤투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변화로 여겨지지 않는 모습이다. 선수들도 이전에 발탁됐던 선수들이 대부분이기에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원톱에서 투톱으로의 변화는 공격, 수비 모두 영향을 끼친다.

4-2-3-1 포메이션에서는 중원의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배치된다. 후방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이루어진다. 4-1-3-2 포메이션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1명으로 줄어든다. 미드필드와 포백라인에서 수비 부담이 커진다. 그것을 조직력으로 커버해야 한다.

또한 투톱의 호흡도 중요하다. 투톱의 콤비 플레이가 더욱 요구되는 공격 전술이다. 이러한 변화로 대표팀에 최적화된 포메이션과 전술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콜롬비아전에서는 후반 종반에 스리백을 가동했다. 변화가 없다는 벤투 감독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 이강인의 A매치 출전에 조급할 필요 없다
3월 A매치에 소집된 선수 중 올해로 18세인 이강인의 출전에 많은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이강인의 출전은 불발됐다. 백승호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세대교체를 하려면 이들의 출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기량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꼭 출전만이 정답은 아니다.

우선 이강인이나 백승호의 포지션에는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들이 월등히 앞서는 실력을 갖추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을 뿐이다.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은 분명하나 아직 대표팀에서 뛰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긴 것이다.

석현준을 예로 보자. 석현준은 2010년 9월 7일 열렸던 이란전에 A매치 후반 33분 교체 출전하며 A매치 데뷔를 했다. 19세 70일로 역대 최연소 A매치 출전 1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당시 석현준은 아약스 소속이었고 화제를 일으키는 중이었다.

그리고 석현준은 5년 뒤인 2015년 9월 3일 라오스전에서 두 번째 A매치를 치렀다. 19세에 치른 A매치 데뷔가 그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물론 이동국, 이천수, 박지성, 구자철, 기성용, 손흥민 등 과거부터 18~19세 때 A매치에 데뷔해 대표팀 핵심으로 활약한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대표팀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으며 주전 선수로 맹활약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않는 한 빠른 A매치 데뷔가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벤투 감독은 세대교체를 서서히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들이 대표팀에 가세하고 있다. 황인범은 어느새 A매치 14경기를 소화하며 대표팀의 새로운 자원으로 등극했다. 김정민, 나상호, 이진현, 김문환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다.

박지수는 지난해 K리그1에서의 활약으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권경원은 현재까지 A매치 9경기를 소화했지만, 벤투 감독 부임 후에만 4번의 A매치를 소화했다.

다음은 과거 아시안컵 이후 3월 A매치 명단이다.

2011년 3월 온두라스, 몬테네그로전에서 27명 중 2010 남아공 월드컵 출전 선수는 7명이었다.
명단 : 김신욱, 김정우, 박기동, 박주영, 이근호, 지동원, 고창현, 기성용, 김보경, 김성환, 윤빛가람, 이용래, 이청용, 조영철, 조찬호, 곽태휘, 김영권, 김태환, 박주호, 이상덕, 이정수, 최효진, 홍철, 황재원, 김진현, 정성룡, 하강진

2015년 3월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전에서 23명 중 2014 브라질 월드컵 출전 선수는 12명이었다.
명단 : 이정협, 지동원, 구자철, 기성용, 김보경, 김은선, 남태희, 박주호, 손흥민, 이재성, 한교원, 한국영, 곽태휘, 김기희, 김영권, 김주영, 김창수, 윤석영, 정동호, 차두리, 김승규, 김진현

그리고 이번 A매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 선수는 27명 중 10명(김승규, 조현우, 김영권, 정승현, 홍철, 이승우, 이재성, 정우영, 주세종, 손흥민)이었다. 분명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이루어지고 있다.

한 축구 전문가는 “이승우, 백승호, 이강인이 뛰어야 세대교체인가”라고 일갈했다.



▲ 분명 폭 넓은 기용은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를 바꿔 나가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지 않기에 현재 모습이 정체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렇지만 벤투 감독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넓게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황인범은 어느새 A매치 14경기를 뛰었다. 세대교체로 생각하는 일부 선수들에게 집중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선수의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한 관계자는 “변화가 적으면 이질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K리그에서 잘하던 선수가 모처럼 대표팀에 들어와도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새로운 팀으로 이적했을 때의 분위기”라며 하나로 엮기 위해서는 선수 변화를 계속 가져가면서 대표팀에 건전한 긴장감이 흐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선수 운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벤투 감독은 볼리비아, 콜롬비아전을 내용보다 결과에 집중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여론이 안 좋아진 만큼 그것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분위기는 바꿨다. 벤투 감독도 다시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을 그릴 힘을 얻었다. 그런 만큼 지금보다 좀 더 폭 넓은 대표팀 운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사진=강동희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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