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침묵한 사이타마... 이제는 ’일본 격파’ 상징으로
입력 : 2019.04.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준호 기자= 일본이 사이타마에서 다시 한번 침묵했다.

전북 현대는 9일 오후 7시 3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3차전에서 우라와 레즈에 1-0으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쌓은 전북(승점 6)은 우라와(승점 4)를 2위로 밀어내고 조 1위에 등극했다.

경기가 열린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는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가진 경기장이다. 우선, 지난 2010년 5월 열린 한일전에서 박지성은 경기 초반 멋진 선제골을 터트린 후 일본 홈팬들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뛰는 일명 ‘산책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당시 일본 관중석은 박지성의 벼락같은 선제골을 보며 침묵에 빠졌다.

침묵과 산책은 이어졌다. 시기는 2013년 4월로 돌아간다. 당시 전북과 우라와의 경기에서 이동국은 팀이 0-1로 지고 있던 후반전 교체 투입돼 동점골을 돕는 데 이어 역전골까지 터트렸다. 득점한 이동국은 박지성을 연상시키는 ‘산책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국내 팬들을 열광시켰다.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 산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4월 수원 삼성과 우라와의 대결에서 수원 카이오는 후반 43분 역전골을 터트렸다. 득점한 카이오는 '산책 세리머니'를 재연하며 열렬히 응원하다가 침묵에 빠진 우라와 관중석에 귀를 대는 제스처도 함께 선보였다.

약 4년 만에 찾아온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 한일 구단 간의 자존심 대결에 전북 선수들은 비장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손준호는 지난 8일 가지회견을 통해 “한일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정신적인 면에서 좀 더 집중을 하게 된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 경기는 우라와를 상징하는 빨간 색 옷을 입은 일본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시작됐다. 전북 선수들은 시작부터 우라와를 강하게 몰아붙이며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로페즈와 최철순이 연달아 강력한 슈팅을 때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동국도 선발 출전해 공격 전개를 도왔다.

심지어 전북은 전반전 한때 슈팅 개수에서 우라와를 8-0으로 압도했다. 득점이 터지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후반전에 들어서자 위기를 넘긴 홈팀 우라와는 전북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경기 양상은 과열됐고, 양 팀 선수들은 강하게 부딪혔다. 우라와의 공세에 전북의 공격력은 무뎌졌다.

이상을 감지한 전북 조세 모라이스 감독은 변화를 선택했다. 후반 18분 이동국을 대신해 아드리아노가 투입됐고, 아드리아노는 후반 32분 로페즈의 뒷발 패스를 받아 구석에 정확히 꽂히는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그 순간 모두가 ‘산책 세리머니’를 기대했고, 아드리아노는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며 우라와 골대 뒤편을 산책했다.

아드리아노의 득점이 터진 순간,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는 다시 한번 침묵에 빠졌다. 응원하던 우라와 응원석의 깃발은 축 처졌다. 과거 박지성과 이동국의 득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1-0 승리를 챙긴 전북은 우라와와 4년 만의 맞대결에서 또다시 승리하며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를 ‘일본 격파’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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