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숙명이지만… 지소연은 너무 많은 짐 짊어졌다
입력 : 2019.04.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춘천] 김성진 기자= 한국 여자축구의 에이스는 ‘지메시’ 지소연(28, 첼시 위민)는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지소연은 너무 많은 역할을 소화하고 있었다.

지소연은 아이슬란드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2선 공격수로서 한국의 공격을 주도했다. 9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두 번째 평가전에서는 0-1로 뒤진 전반 27분 강채림의 도움을 받아 동점골을 넣었다. 자신의 54번째 A매치 골이기도 했다.

두 번의 아이슬란드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는 한국(14위)이 아이슬란드(22위)보다 앞섰지만, 체격 차이에서 오는 불리함은 쉽게 이겨 내기 어려웠다. 주장 조소현은 “선수들이 키 큰 선수들과 붙으면 겁내는 것 같았다”면서 “이런 경험이 크다”고 오는 6월 참가하는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대비한 예방주사로 여겼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소연의 활약은 눈 부셨다. 지소연은 2014년부터 첼시 위민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유럽의 수많은 선수들과 상대한 경험이 있기에 이들을 어떻게 상대하고 이겨낼 지 몸으로 알고 있었다. 지소연 스스로 “내가 다른 선수보다 경험이 많다”며 경험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아이슬란드전에서의 득점 장면도 좁은 공간에서 빠른 타이밍으로 슈팅을 연결했기에 골문을 열 수 있었다. 유럽 선수들의 느린 순발력을 역이용한 노련한 플레이였다.

윤덕여 감독은 지소연을 비롯해서 이금민, 여민지, 문미라 등 공격에 배치한 선수들이 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했다. 하지만 지소연은 온전히 공격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후방에서 볼 배급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지소연은 상대 진영을 넘어서면 센터 서클 부근에서부터 볼을 잡아 문전으로 파고들어갔다. 2선 공격수이면서 후방 플레이메이커로서 1인 2역을 한 셈이다. 게다가 지소연은 상대의 밀착 방어마저 개인기로 뚫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체력 소진도 더 빨라질 수 밖에 없었다.

윤덕여 감독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어 한다. 지소연을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중요하다”며 “지소연에게 국한된 플레이 보다는 주위 선수들이 오히려 더 움직임을 갖고 지소연이 상대 벽에 붙어 있을 때 돌파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더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소연을 중심으로 하지만 지소연에게 의존하지 않는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아직까지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지소연은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지소연은 더욱 많은 짐을 짊어진 채 여자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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