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쿠니모토의 뜨거운 눈물, “대표팀은 누구나 꿈”
입력 : 2019.04.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가시마(일본)] 이현민 기자= “내가 달라졌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쿠니모토 타카히로(22)는 어느 때보다 단단히 마음먹었다. 경남FC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서는 일본 원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실력을 뽐냈다.

경남은 24일 오후 7시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4차전에서 후반 18분에 나온 쿠니모토의 결승골로 가미사 앤틀러스에 1-0 승리를 거뒀다.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을 잡았다. 승점 5점으로 순위는 여전히 조 3위지만, 남은 두 경기를 다 잡으면 16강에 오를 수 있다.

이날 승리 주역은 쿠니모토였다. 중앙 미드필더, 2선 측면에서 김종부 감독이 부여한 임무를 확실히 수행했다. 안정된 볼 키핑, 드리블, 연계를 통해 상대를 지속적으로 흔들었다. 때때로 나오는 공간 침투나 상대 중심을 무너뜨리는 드리블은 일품이었다.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후반 18분에는 머치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해 경남에 창단 첫 ACL 승리를 안겼다.

일본 내에서는 이런 쿠니모토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단연 돋보였으니 경기 후 취재진 수십 명이 그에게 몰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 응한 쿠니모토는 “전반에 많은 기회를 못 만들었다. 후반에 더욱 열심히 했고, 한 골을 넣어 기뻤다. 개인 능력에서는 가시마가 높은 능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팀으로 뭉쳐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고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쿠니모토는 벅찬 듯 득점 후 눈시울을 붉혔다. 경기 후 멀리 원정 온 경남 팬들과 마주한 뒤에는 눈물을 쏟아냈다. 어떤 의미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일본에서 축구를 그만하게 돼 한국으로 왔다. 개인적으로 한국 무대에서 뛰고 있지만, 일본팀과 경기에서 자국 분들이 나를 봐주셨으면 했다. 내가 달라졌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강하게 임했다. 이런 마음이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울음을 터트린 건 ACL 첫 승, 무실점, 뭔가 해냈다는 기쁨의 의미였다.”

이날 일본 축구대표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쿠니모토의 플레이를 현장에서 직접 봤다. 모리야스 감독은 언론을 통해 “쿠니모토가 장점을 잘 보여줬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지금 기세라면 충분히 대표팀 승선도 가능하다.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뽑힐 수 있는 나이다. 본인도 어느 정도 욕심은 있었다.

쿠니모토는 “감독님이 현장에 오신 건 전혀 몰랐다.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대표팀을 바라고 꿈꾼다. 한 번 좌절했던 경험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승선 여부를 떠나 내가 가진 걸 보여드려 뿌듯하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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