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의 축구산업①] 선수 출신만 축구인이 아니다
입력 : 2019.05.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필자는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출신으로, 일반 기업 경영 후 다시 축구계로 돌아와 프로축구단 마케팅 총괄을 경험했습니다. 현재 축구산업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을 통해, 10년 이상 축구계에 몸담으며 겪은 한국 축구의 근원적 부분과 나아갈 방향을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모든 연구나 과제를 시작할 때 용어 정리는 필수다. 이 글의 주된 목적은 축구산업이나 이전에 대한축구협회에서 시행했던 기획실 업무 비하인드 스토리다. 그 전에 축구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축구인들을 위해 ‘축구인’이라는 용어를 명확히 정리하고 싶다.

많은 이들은 축구인이라는 단어를 흔히 축구선수 출신(선출)로 생각한다. 과연, 선출만 축구인 일까. 선수 출신만 축구인이라면, 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됐던 이들. 공식적으로 범위를 정한 것도 없으며 따로 정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종종 ‘너는 초등학교 때까지 선수 했으니, 축구인이라고 하기에 부족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나는 그래도 대학교까지 공을 찼으니, 축구인이지’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었다. 실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이는 그저 틀에 갇힌 이기적인 생각일 뿐이다.

축구산업 안에는 단지 축구경기만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이 좁은 판에서 축구인을 따로 구분하는 건 오랫동안 길들여진 습성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겪었던 학원축구 시절 주변의 무관심, 학부모 외에는 찾아볼 수 없는 무관중에 가까운 분위기에 익숙하다. 이런 환경에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프로 구단이 100억 가까이, 그 이상 쓰는데 관중은 5천 명 미만(모든 구단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이다. 이 관중들이 1, 2만석 규모의 큰 경기장에 있다 보니 현재 뛰는 선수들, 평생 축구를 업으로 삼았던 사람들조차 ‘우리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자연스레 자신들의 울타리를 친다.

축구산업을 구성하는 축구인의 의미를 이렇게 한정시켜선 안 된다.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이 지금 이 시간에도 개인의 살을 깎고 희생하며 축구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보다 더 넓은 범주로 축구인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축구 한 경기가 열리기 위해 전문 시설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인력, 경기 운영을 위한 행정인력, 미디어 전문인력, 관람객 편의를 위한 식음과 구단 상품 판매 인력 등 각계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실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와 심판, 이 모든 게 한데 어우러져야 축구 팬들이 즐겁게 관전할 수 있다. 이것이 축구산업의 일면이며, 이에 동참하는 전문가 모두 축구인이다.

실제 내가 알고 있는 축구협회와 프로축구단 행정가들, 축구전문 언론인, 각종 스포츠 브랜드 축구 담당자, 그 외에 다양한 축구산업을 구성하는 전문 인력들 역시 축구인이다. 이들이 축구인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축구인인지 궁금하다.

따라서 축구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전문 인력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필요하다. 비 선수 출신이라고 배척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우리 축구산업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가능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엘리트 축구와 생활체육 축구가 분리돼 있었다. 엘리트 축구인만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돼 있었다. 경기인들만 축구인이라 칭했다. 이제 대한축구협회로 모든 게 통합돼 유럽이나 남미 같은 축구 선진국처럼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방향성을 볼 때 크디 큰 축구인의 범주는 더욱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

만약, 축구인이라는 범주 안에서 확실히 구분 짓고 싶다면, ▲ 축구 경기인 ▲ 축구 행정가 ▲ 축구전문 언론인 ▲ 축구 심판 등으로 명확히 분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 구성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고, 동기부여도 명확하다. 안에 속한 모든 구성원이 발전을 위해 애쓴다면 축구산업이 더욱 발전할 것이다.

[최호영]
전)부산아이파크 축구단 홍보마케팅 실장
전)사단법인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리버풀대학교 축구산업대학원 축구MBA
인디애나대학교 경영학과

글=최호영
사진=스포탈코리아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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