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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작소] 39년 만의 재창단, ‘큰형님 리더십’ 조태수 우신고 감독을 만나다

기사입력 : 2019.05.18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포탈코리아] 햇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4월 말, 인터뷰를 위해 우신고등학교를 찾았다. 교문을 따라 걷다 보니 잘 정리된 운동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야구부 전용 운동장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마련된 장비들을 보자 준비가 참 잘 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1979~1980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이 학교에도 한때 야구부가 존재했다. 훗날 LG 트윈스에서 투수로 활약한 김태원 같은 선수가 당시 우신고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같은 재단 소속의 우신중학교로 시선을 넓힌다면 메이저리거 오승환까지도 넓은 의미의 야구부 동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신고는 올 시즌을 앞두고 39년 만의 야구부 재창단을 선포했다. 과연 오랜 세월을 넘어 이뤄진 재창단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우신고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태수 감독을 만나봤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들이 선택한 일인 만큼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적어도 팀 분위기는 어느 팀보다도 좋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야구는 선수들이 합니다. 감독의 역할은 지도와 팀 융화에 최선을 다하고 경기에 내보낸 선수들을 믿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선수들은 아직 어립니다. 저도 아직 젊습니다. 지도자 경력이 짧은 만큼 저의 젊음을 토대로 아이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줄 생각입니다.”

“선수들이 마음껏 넘어지고 하면서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넘어질 때 일어서려는 의지만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시 일어나기 위한 도움은 얼마든지 줄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화곡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충암중학교과 충암고등학교 그리고 배명고등학교를 거쳤고, KIA 타이거즈에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선수 생활을 한 37살의 젊은 감독 조태수라고 합니다.

-37세라면 아직 현역으로도 충분히 뛸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빠른 나이에 감독으로 데뷔하셨는데 현역 연장에 대한 생각은 없으셨나요.

없었다면 거짓말이죠.(웃음) 아직도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 140km를 넘길 수 있고, 실제로 실업 야구단도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프로구단의 테스트를 받은 적도 있고요. 하지만 잘 되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2013년부터 서울고등학교 코치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우신고에는 과거 아주 잠깐 동안 야구부가 있었다가 해체됐습니다. 39년 만에 이루어진 재창단 과정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요?

예전에는 우신고에 축구부, 유도부, 야구부가 전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체의 이유는 역시 성적 부진이 아니었을까요?(웃음) 글쎄요, 재창단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교장선생님께서 워낙 야구를 좋아하시니까 좋은 취지를 가지고 지원해주신 것 같아요. 저 같은 야구인들에게는 감사한 일입니다.

-2018년부터 인천권 소속으로 주말리그에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창단 작업이 늦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리그도 올해부터 참가하게 된 걸로 알고 있고요.

어느 정도는 맞아요. 실제로 2018년을 앞두고 감독 면접도 봤습니다. 학교는 준비를 모두 완료했는데 이사회 쪽에서 반대가 있었죠. 야구부에 1학년이 7명 있어야 KBO에서 지원금을 내준다는 문제도 있었고요. 그때 야구부를 창단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렇게 서울고 코치를 1년 더 하면서 창단 과정을 더욱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님들의 지원도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결국 작년 10월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받았고 올해부터는 리그에 정상적으로 잘 참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감독님께서 어떤 분인지, 그리고 재창단 과정이 어땠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이제 올해부터 맡게 되신 우신고 야구부와 감독이라는 직책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게요.

-‘감독 조태수’의 야구관이 궁금합니다.

제가 아마추어 생활을 할 때까지만 해도 구타가 많았고 선배들도 무서웠습니다. 분명히 야구가 재밌어서 (야구부 생활을) 했는데 눈치를 보며 생활해야 했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죠. 돌이켜 생각해보니 야구만 했지 얻는 게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야구가 좋아서 시작한 선수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인성교육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때문에 선수들에게 항상 ‘열심히 하자’ 대신 ‘스트레스 없이 해보자’는 마음을 강조합니다.

-감독은 쉽지 않은 자리라고들 합니다.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야구가 있다면, 그리고 팀에 녹아들게 만들고 싶은 철학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역시 즐기면서 재밌게 하자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역시 즐기는 것과 죽기 살기로 해서 잘하자는 목표 사이에는 모순이 있죠. 그래서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들이 처음 좋아서 시작한 그 마음만큼은 꼭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야구에서 수비는 정말 중요해요. 기본기가 잘 돼 있어야 빛을 보는 것이 수비이고, 그런 기본기를 바탕으로 성장이 이뤄지거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부상 없이 오래 야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새는 훈련량과 휴식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가장 노력하고 있어요.

-재창단 팀의 사령탑을 맡는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본래 서울고라는 강팀에서 코치직을 맡으셨는데, 우신고의 사령탑을 맡으신 이유가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아직 초보 감독이라 많이 배우는 중입니다. 사실 감독직을 맡기 전부터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벌써 (감독 자리로) 가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해보고 싶은 야구가 있었기 때문에 도전했습니다/

사실 신생 팀에게 정말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매번 이기면 좋겠지만, 그건 어렵기 때문에 승리할 때마다 자신감을 얻는 분위기 좋은 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청소년들이니까,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패한다고 딱딱해지지 않는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아주 중요하겠죠. 저는 선수들을 정말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율성이 있는 ‘믿음의 야구’를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이제는 조금 냉정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엘리트 야구의 절대적인 목표는 바로 프로 지명입니다.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일각에서는 성과 중심의 아마추어 운영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고교 야구팀 감독으로서 여기에 대해 어떤 고민과 철학을 품고 계신가요?

선수들은 몰라도 감독은 빠르고 냉정하게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 진학을 생각 중인 선수, 프로 진학이 가능할 것 같은 선수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죠. 그러려면 출전 시간, 집중 관리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역시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프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인의 현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해야 하겠지만, 절대 미리부터 꿈을 접지는 말았으면 해요. 본인이 어떤 목표나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훈련과 노력으로 표출해준다면 저는 도와줄 준비가 돼 있으니까요.

-감독님께서는 KIA에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서 10년 가까이 활약하셨어요. 하지만 지명을 받지 못하고 꿈을 접는 선수들이 훨씬 많은 게 현실입니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야구는 ‘구력’이 오래된 친구들이 잘해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 모릅니다. 그리고 꼭 프로가 아니더라도, 운동에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다른 쪽으로도 얻는 게 많으리라고 생각해요.

계속 말하지만 포기는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우는 건 감독의 역할이니까 선수는 일어날 힘만 갖춰주고 있으면 되거든요. 인생을 봐도 고등학교 시기가 저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선수들 파이팅입니다.

-그럼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질문을 드려볼게요. 현장에서 가장 피곤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투수들의 이닝 및 투구수 관리라고 들었습니다. 이 투수가 정말 던져줘야만 한다 싶은 순간도 분명 오기 마련이니까요. 여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신생 팀인 만큼 투수가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아직 주말 리그 2연전을 치르는 건 조금 버거워요. 하지만 그래도 부상 방지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고교 리그에서 투구수 제한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1일 최다 투구수를 105개로 제한하고, 76개 이상을 던졌을 때는 4일 휴식, 61~75개는 3일 휴식, 46개~60개는 2일 휴식, 31개부터 45개까지는 1일 휴식을 의무적으로 선수에게 부여하는 방식인데요, 신생 팀 감독 입장에서는 조금 민감할 수도 있는 사항인 것 같아요. 투구수 제한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감독님의 솔직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많은 분들이 신생팀은 상대적으로 투수가 부족하니까 이 규정이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대로 장점도 있어요. 대부분의 선수를 기용하며 시험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 팀은 아직 큰 부담이 없습니다. 3학년 두 명을 제외하면 팀 대부분이 2학년이라는 점도 있어서요. 또, 앞으로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을 위주로 집중 지도할 생각입니다. 그런 선수들이 키우는 재미가 있거든요.(웃음)

-그럼 프로에서 10년간 활약하시면서 수많은 신인들의 입단과 성장을 지켜보신 입장에서 지금의 아마 야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지도자분께 질문을 드려도 똑같은 답을 주실 거라 생각해요. 한 가지 첨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시합에서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연습 때부터 하나하나 관리해주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신생 팀 감독 입장에서 고교야구 팀 숫자 증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감독님이 평소부터 가지고 계신 철학이 궁금합니다.

늘어나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학교 팀의 증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시도 그렇고 야구도 그렇고, 대학을 성적으로 진학하는 방향이 옳기는 하지만 현행 입시 제도에서는 그 문이 너무 좁습니다.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에 맞는 동기 부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교야구 팀의 숫자를 늘린다면 대학 팀의 증설 역시 필요해요. 그들이 진학할 대학 팀이 없는 상황임에도 고교 팀의 숫자만 늘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신생 팀 입장에서 기존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붙기 위한 전략이나 대비책 같은 것이 있을까요?

사실 우리 팀은 이미 재창단 후 첫 승을 거뒀습니다(2019년 4월 6일 청원고등학교 상대). 그날따라 실책 없이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어요.

대비책이라고 하니 조금 거창한데, 선수들이 결과에 신경 쓰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토대로 해본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줬으면 해요. 우리는 패배해도 경험으로 삼을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긴장하는 쪽은 상대 팀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 야구부의 총 인원은 20명도 되지 않습니다. 서로 붙어 있는 시간도,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많을 수밖에 없죠.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역시 단합력 아닐까 싶어요. 인원은 적지만 ‘소수정예’ 같은 팀워크를 강조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올 시즌 라이벌로 생각하시는 팀, 혹은 꼭 잡아보고 싶은 팀이 있을까요? 올해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입장인 신생 팀과는 좋은 경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국대회에서 만났으면 좋겠고, 실제로 만난다면 정말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목표는 사실 첫 승이었는데 이미 해버렸어요.(웃음)

그래서 상향 조정을 하겠습니다. 5월까지 주말리그를 잘 버텨내면서 전국대회 첫 승을 해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첫 단추를 잘 꿰면 우승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웃음)

또 한 가지, 3학년 두 명의 미래가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정말 열심히 도와줄 생각이고요. 성실한 친구들이에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오의 한마디 부탁드리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배팅볼을 직접 던져줍니다. 아마 고교야구 감독들 중에서 제가 두 번째로 어릴 거예요. 그만큼 신체적으로 선수들을 더 잘 지원해줄 수 있는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 감독, 같이 뛰는 감독. 그게 제 각오의 한마디입니다.


감독이라 하면 겉으로는 과묵하지만 뒤에서 따뜻하게 챙겨주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성인이 아닌 청소년들의 무대인 고교야구에는 같이 뛰고 같이 즐기면서 보다 가까운 눈높이에서 지도해줄 감독도 필요하지 않을까.

날이 더워질수록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열기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날 만나본 조태수 감독은 선수들 못지않게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 인물이었다. 막 재창단을 마친 팀을 하나로 묶기에는 그의 ‘큰형님 리더십’만큼 좋은 무기가 없어 보였다. 과연 우신고 야구부는 올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이들의 약진을 기대해보자.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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