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대표팀] 눈물 흘린 '엄마' 황보람, 새로운 패러다임 꿈꾼다
입력 : 2019.05.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코엑스] 신준호 기자= ‘봄이 엄마’로 주목받은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황보람(화천 KSPO)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오후 4시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미디어데이와 출정식을 진행했다. 윤덕여 감독을 비롯한 23인의 2019 프랑스 월드컵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윤덕여 감독은 지난 17일 월드컵에 출전할 23인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지소연(첼시 위민), 조소현(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이민아(고베 아이낙) 등 최근 몇 년 동안 대표팀에 꾸준히 승선하던 선수들이 선발되며 큰 놀라움을 주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이목이 쏠린 부분이 있었다. 바로 2015년 캐나다 월드컵 16강 진출 주역 중 한명인 황보람의 깜짝 발탁이다. 황보람은 2016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 중국전 이후 출산과 육아를 하느라 대표팀을 떠났었다. 이번 대표팀 선발은 3년 2개월 만의 일이다.

의외의 선택이다. 월드컵 최종 명단에는 발을 오랫동안 맞춰 온 선수들을 선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존 선수의 부상이 없는 경우, 깜짝 발탁은 드물다. 육아로 인해 한동안 그라운드를 비웠던 ‘엄마 선수’가 월드컵에 나가는 건 최초이기 때문에 놀라움은 더했다.

황보람이 뽑힌 이유는 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여자 대표팀은 공격으로 상대방을 쩔쩔매게 만들고도, 수비에서 단 한 번의 위기를 실점으로 허용하며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월 펼쳐진 아이슬란드와 2연전에서도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1무 1패를 기록했다.

그래서 대표팀이 선택한 게 ‘경험’이다. 월드컵을 이미 경험한 황보람의 관록이 대표팀에 힘을 실어 줄 거라 판단한 것이다. 윤덕여 감독은 “나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포지션 경쟁에서 여타 선수와 뒤지지 않는다.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라고 선발 이유를 밝혔다.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황보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책임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소감을 묻자 “젊은 선수들에 비해서 체력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핑계로 삼고 싶지 않다. 한국도 수비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엄마’라는 꼬리표의 책임감도 알고 있다. 황보람은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이 있다. 제가 잘해야 후배들도 저와 같은 길을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산했다’, ‘나이 들었다’ 등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라며 “월드컵에서 뛴다면 너무 뿌듯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황보람은 축구에 관해 물으면 당찬 포부를 밝히는 국가대표지만, 14개월 된 딸만 생각하면 마음이 여려지는 ‘엄마’였다. 황보람은 “가족들은 집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할 것 같다. 가족들이 찍어주는 영상으로 딸을 보고 있다”라고 말한 후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최근 보지 못한, 앞으로도 몇 주 동안 보지 못할 딸이 생각난 것이다.

황보람은 잠시 진정한 후 말을 이어갔다. “아프다는 말을 듣거나 사진을 보면 울컥한다”라고 밝히며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려 후회 없는 경기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친 황보람은 곧바로 이어진 출정식 행사에 딸을 안고 입장했다. 행사 도중에도 남편이 안고 있는 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엄마’는 이제 ‘첫 엄마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월드컵에 나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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