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했던 벤투, 포메이션은 실험했고 변화는 없었다
입력 : 2019.06.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현준 기자= 포메이션은 실험했는데 선수 실험도, 전술 변화도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변화와 유지 사이에서 어중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 6월 A매치 친선전에서 후반 31분 황의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이날 2진 수준의 선발 명단을 짠 호주를 상대로 100%에 가까운 전력을 내보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함부르크)이 투톱으로 나섰고,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김영권(감바 오사카) 등 벤투호 주축이 이름을 올렸다. 황의조(감바 오사카), 이용(전북 현대)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정예였다.

동시에 실험적인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12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가진 평가전에서 꺼냈던 스리백을 재가동했다. 오랜 시간 문제로 지적받은 포백 기반의 플랜A에서 벗어나 전술적 다양성을 모색하겠다는 의도였다.

승리했지만 내용, 과정은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빠른 역습이 필수인 스리백에서 빌드업을 고집했다. 중원에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만드는데 치중했다. 그러자 호주는 강한 몸싸움을 앞세운 압박으로 밀어붙였고, 한국은 볼 소유권을 잃어버리거나 공격 템포가 늦춰지는 장면이 많았다. 전반 내내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할 정도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황의조, 홍철, 나상호를 연달아 투입했다.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를 넣어 승리를 가져오려고 했다. 결국 벤투 감독의 교체 카드는 적중했다. 후반 31분 호주 수비 맞고 굴절된 볼을 홍철의 크로스를 황의조가 감각적으로 발에 맞춰 결승골을 작렬했다. 그러나 승리도 투박했던 볼 전개, 빌드업에 의존한 단일화된 공격 패턴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 6월 A매치는 오는 9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이다. 벤투호가 모험을 시도할 단 한 번의 기회. 그런 점에서 벤투 감독의 스리백 실험은 긍정적이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뼈저린 실패를 겪은 뒤 변화를 통해 대표팀이 활용할 전략을 확대하려고 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전술은 파격적이지 않았다. 스리백에 맞는 변화를 시도한 게 아니라 그동안 활용했던 방식을 고집했다. 마치 스리백으로 구현한 벤투식 포백처럼 보일 정도였다.

선수 선발,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다. 하지만 운용 면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히 남는다. 이날 벤투 감독은 호주를 상대로 단 3장의 교체만 활용했다. 이마저도 황의조, 홍철, 나상호로 벤투 감독에게 신뢰를 받는 자원이다. 나머지 3장은 쓰지 않은 채 호주전을 마쳤다. 새 얼굴로 기대를 모은 김태환, 손준호는 23인 명단조차 들지 못했고, 이정협도 벤치에 머물렀다. 백승호는 지난 3월 볼리비아, 콜롬비아전에 이어 그라운드에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전술적인 플랜 B를 확보하고, 기존에 유지했던 색채를 동시에 유지하려고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욕심이었다. 스리백, 빌드업, 선수 변화 부재는 전혀 다른 색깔로 나오지 않았다. 황의조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 대표팀은 기대에 한참 밑돌았다. 벤투 감독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렸고, 결과는 호주전 경기력으로 증명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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