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손흥민 눈 찔림+반말' 선수 향한 사랑 왜곡 될 수 있어
입력 : 2019.06.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부산] 곽힘찬 기자=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이후 대한민국은 축구 열기로 뜨거워졌다. 그리고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만들어낸 그 열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에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호주전이 열리던 날 부산은 떠들썩했다. 15년 만에 열린 A매치를 위해 5만 2,000여 팬들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았고 부산 하늘엔 ‘부산 갈매기’가 아닌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호주를 1-0으로 격파하며 역사적인 날에 의미를 더했다.

8일 오전 10시 강서체육공원에서 열린 ‘오픈 트레이닝’은 오랜만에 찾아온 부산 축구 열기의 연장선이었다.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총 700명의 팬들이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사인을 받았다. 15년 만에 부산에서 개최된 A매치라 누구 할 것 없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자연스럽게 문제가 발생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백승호(지로나), 황의조 등이 모습을 드러내자 순식간에 많은 팬들이 몰렸다. 제한된 공간에 갑자기 많은 팬들이 집중되자 여기저기서 “아, 좀 밀지 마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관계자들이 급하게 다가와 제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순간 지난해 5월 29일 대구에서 열렸던 ‘오픈 트레이닝’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당시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날씨까지 더운 나머지 팬들 간에 몸싸움이 발생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인을 먼저 받으려던 팬을 뒤에서 누가 밀자 싸움까지 번진 것이다.

이번 ‘오픈 트레이닝’에선 불똥이 선수들에게 튀었다. 몇몇 팬이 자신에게 차례가 오지 않자 선수를 향해 왜 사인을 해주지 않느냐며 반말을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은 팬들 모두에게 사인을 해주지 못하자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700명’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김태환(울산 현대, 개인 사정)을 제외한 24명의 선수들이 700명과 사진을 찍고 모두 사인을 해주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이란전(11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사인에만 열중한다면 정작 더 중요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아무리 700명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된 팬들이라 하더라도 사인을 받지 못하는 인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일엔 부산에 도착한 뒤 숙소에서 손흥민이 한 팬으로부터 눈을 찔리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당시 손흥민은 눈을 찔려 아파하는 와중에도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물론 팬이 일부러 그런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선물을 전해주는 상황에서 팔을 부딪히며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작년부터 경호 인력을 늘려 대표팀과 함께 이동할 정도로 선수들의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당시 해프닝이 일어난 숙소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치고 동선을 논의해서 진행을 했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팬들이 몰리는 바람에 사고가 발생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팬들 역시 인지하고 있다”면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팬들의 사랑을 왜곡시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좋아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고 사인을 요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오픈 트레이닝’ 해프닝과 같이 우발적인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팬들의 관심이 왜곡될 수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많은 네티즌들이 손흥민의 숙소를 찾아간 팬들을 비난하고 있다. 순간의 사고로 인해 순수한 마음으로 찾아간 팬들까지 모두 비난받는 것이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국내엔 축구 열풍이 불어닥쳤다. A매치 7경기 연속 매진을 이어가고 있고 K리그 관중 수는 대폭 증가했다. 축구는 팬들이 만들어 나간다. 동시에 팬들이 성숙한 팬 의식의 중요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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