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GK 논쟁’…무조건 조현우? 아직까진 김승규다
입력 : 2019.06.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곽힘찬 기자= “과연 누가 골키퍼 장갑을 낄까?”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있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다.

대표팀 골키퍼 주전 경쟁은 지난해 8월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단 한 명. 포지션 특성상 주전 장갑을 끼는 순간부터 주전은 잘 바뀌지 않는다.

최근 대표팀에서 김승규(빗셀 고베), 조현우(대구FC),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선순위는 김승규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전 경기에서 골문을 지켰다. 조현우는 세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김승규가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국내 축구팬들은 조현우의 출전을 원한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2-0승)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그래서 A매치가 열리는 날이면 벤투 감독을 향해 ‘왜 조현우를 선발로 출전시키지 않는가’라는 의문부호를 던진다.

김승규가 계속 신뢰를 얻고 있는 데엔 이유가 있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을 중요시한다. 전방 압박의 강도가 강해진 현대 축구의 트렌드에서 골키퍼에게 발밑 능력을 요구하는 현상은 꽤 오래됐다. 현대 축구에서 공격의 시발점은 골키퍼다. 무조건 선방 능력만 좋아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확한 골킥을 통해 최전방 공격수에게 공을 전달해줄 수 있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조현우에 비해 빌드업 능력이 뛰어난 김승규는 골킥 정확도가 높고 전진 패스에 능해 역습 상황에 유용하다. 지난 아시안컵 중국전(2-0승)과 A매치 우루과이전(2-1승)에서 그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팀 트웰브’에 따르면 중국전 당시 김승규는 황희찬(잘츠부르크), 황의조(감바 오사카)보다 많은 30번의 패스를 시도했고 이 중 두 번의 침투 패스를 성공시켰다. 또 빌드업 과정에서 7.4% 관여하며 벤투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우루과이전에서도 수비수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간을 잘 이용했다.

물론 조현우도 김승규 대신 출전할 땐 좋은 모습을 보였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슈퍼 세이브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과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시절부터 조현우를 지켜본 결과 벤투 감독이 요구하는 발밑 능력이 떨어졌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9월 11일 칠레전(0-0무)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선수를 평가할 때 한 장면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수많은 움직임, 판단, 경기의 모든 부분을 본다.” 한 달 뒤 치러진 파나마전(2-2무)에서 킥 미스를 연발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조현우는 경기 중 빌드업 관여를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김승규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됐다.



여기서 ‘한국은 세계 무대로 나가면 약체인데 굳이 빌드업이 필요한가’, 어차피 유럽 강팀을 만나면 ‘선 수비 후 역습’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빌드업은 단순히 패스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골키퍼는 최후방에서 경기 전체를 지켜본다. 공을 어디로 줘야 공격이 쉽게 이뤄지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포지션이다. 백 패스가 왔을 때 공격의 시작점이 돼야 하고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고 난 직후엔 역습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 골킥의 정교함이 요구되는데 김승규와 조현우의 차이가 여기서 발생한다.

몇몇 사람들은 김승규를 두고 빌드업은 조현우보다 낫지만 선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김승규는 국가대표팀 처녀 발탁 시절 선방 능력이 뛰어나 소집됐다. 그리고 자신의 단점으로 지적받던 발밑 능력을 보완했다. 벤투 감독이 선방 능력이 비슷한 두 선수 중 빌드업 관여도가 높은 김승규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벤투 감독과 코치진은 골키퍼 훈련을 따로 하기보다 팀과 함께 훈련하는 걸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규는 벤투 감독의 훈련에 대해 “팀 방향이 전체적으로 볼을 점유하고 지배하는 축구를 하고자 한다. 골키퍼들에게도 빌드업과 관련한 요구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다른 감독이 부임한다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다만 자신의 철학과 방향성이 확고한 벤투 감독 체제에서는 조현우보다 김승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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