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명소’ 사이타마서 '박지성 세리머니' 선보인 K리거
입력 : 2019.06.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사이타마(일본)] 이현민 기자= 울산 현대 주민규가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울산은 19일 오후 7시 30분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2002에서 펼쳐진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서 주민규와 황일수의 골을 더해 우라와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8강 불을 밝혔다.

주민규가 그 유명한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로 사이타마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42분 이근호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타점 높은 헤딩골로 연결해 역전승을 뒷받침했다. 이날 김도훈 감독은 주포인 주니오 대신 주민규를 전방에 배치한 게 한 수였다.

울산은 초반부터 계속된 우라와 공격을 막는데 집중했다. 상대는 좌우를 폭 넓게 활용, 짧은 패스와 크로스를 접목시켜 공격했다. 강민수와 불투이스를 중심으로 한 수비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1, 2선 공격수들도 적극 가담해 힘을 보탰지만, 계속 잽을 맞다보니 후방에 조금씩 균열이 갔다. 결국, 전반 37분 문전에서 스키모토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한 방을 얻어맞은 울산. 우라와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이 더해지면서 뭔가 꼬이는 듯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 42분 베테랑 이근호가 상대 진영을 파고들어 왼발 크로스, 문전에서 주민규가 헤딩골을 터트렸다. 니시가와 골키퍼는 순간 얼었고, 우라와 팬들은 조용해졌다. 주민규는 손을 귀에 대고 아주 천천히 산책 세리머니를 했다. 동료들이 다가와 얼싸 안았다. 달렸던 박지성과는 조금 다른 사뿐히 걸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주민규의 골은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면서, 흐름을 가져온 결정적 한 방이었다. 후반 들어 울산은 우라와 공격을 막는데 집중했다. 주민규는 임무를 완수한 뒤 후반 20분 황일수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후반 35분 황일수의 환상 골을 더해 역전승을 챙겼다.

사이타마스타디움2002는 2010년 5월 24일 박지성이 태극마크를 달고 한일전에서 골을 넣은 후 산책 세리머니를 해 알려진 명소다. 이후 2013년 이동국(전북 현대)이 ACL에서 우라와의 골망을 흔든 뒤, 2017년 동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로 나선 염기훈(수원 삼성)이 동아시안컵에서 김신욱(전북 현대)과 사이타마를 거닐었다. 2년 뒤 주민규가 그 계보를 이으며 K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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