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정정용 마지막 주문 ''모두 레벨을 올려서 만나자''
입력 : 2019.06.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축구회관] 조용운 기자= "모든 U-20 대표팀의 행사는 어제 저녁으로 끝났다."

'여름 동화'를 완성한 정정용호가 환희를 뒤로하고 현실로 돌아간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첫 준우승 쾌거를 이룬 정정용호는 해산했고 언젠가 만날 미래를 위해 경쟁력 높이기에 집중한다.

17일에 귀국한 대표팀은 전날 청와대 만찬을 끝으로 공식 환영행사를 모두 마쳤다. 전국이 들썩인 경사였던 만큼 정정용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쉴 틈 없는 축하 자리를 만긱하며 피로를 풀었다.

이제는 다시 경쟁 속으로 빠져든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U-20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정용 감독은 "행사는 이제 모두 끝났다"라는 말로 새로운 여정의 출발을 알렸다.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이르면 주말 K리그부터 그라운드를 누빌 수도 있다. 이강인을 비롯한 유럽파는 다음 시즌을 위해 값진 휴식기간을 만끽한다.
코칭스태프도 일단 해산한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와 2년 재계약을 체결한 정정용 감독은 논의 이후 새로운 팀을 맡을 전망이다. 귀국 인터뷰에서부터 "어린 선수들을 만들어 가는 사명감이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이야기하면서 한국 축구에 발전이 된다면 힘을 쏟겠다"라며 여전히 유소년 전문 육성을 우선했다. 인창수 코치는 여자 U-16 대표팀 감독의 일정을 시작했고 공오균 코치를 비롯한 김대환, 오성환 코치 등도 다음을 준비한다.

정정용 감독의 마지막 요구는 발전이었다. 그는 "다음에 언제든 만났을 때 레벨이 더 올라갈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라고 요구했다. 당장 이번주부터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제발 봤으면 좋겠다"라고 이별사를 대신했다.



다음은 정정용 감독 일문일답.

- 대회를 마친 소감은.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이 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한국에 들어와서 행사에 참여하면서 국민들이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시고 지켜봐주신 것을 느끼게 됐다. 감사드리고 받은 것을 되돌려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유소년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

- 지금 선수들이 성인대표팀까지 이어져야 할텐데.

"청소년 선수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제적인 경험을 최대한 축적해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유소년 때 만들어져야 한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갈 확률이 높아질 것.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올라와야만 성인대표팀의 퀄리티가 올라갈 것이다."

- 대회 중 아차했던 순간이 있었는지.

"굳이 이야기하면 결승전이다. 아쉬움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보는 사람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시는데 그럴수록 아쉬움이 더 커진다. 34도에 육박한 결승전 날씨를 처음 겪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준비했어야 한다는 후회를 한다. 선수 기용도 최대한 잘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냉철하고 세심하게 했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결승전 구상 방향성이 어땠는지.

"여러가지 상황을 미리 생각한다. 골을 넣고 난 뒤 지키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선수들이 수비 라인을 내리는 걸 느껴서 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더이상 뛸 수 있는 체력이 아니었다. 날씨와 겹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우영이 빠졌는데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도 궁금하다. 정우영이 포함된 것이 플랜A였다. 공격수에 좋은 선수들이 있는데 정우영이 있었으면 팀내 경쟁이 더 펼쳐졌을 것이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부터 합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우영을 16강부터 활용하는 것으로 추진했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그럴 수 없었다."

- 이강인의 소속팀은 어떻게 설득했나.

"구단 방문을 먼저 했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고마움이 컸다. 시간이 없어 공항에서 이강인과 부모님을 만났다. 강인이가 월드컵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 경기를 뛰지 못했기에 미리 합류해 피지컬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다행히 4주 전에 같이 합류할 수 있었다. 자기가 더 많이 하겠다고 해서 맞추기가 어려웠지만 고맙게 생각한다."

- 이강인이 발전할 부분에 대해 말한다면.

"나보다 잘하는데(웃음). 지도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가지고 있는 기술은 말할 부분이 없다. 피지컬을 봤을 때 근력 코어에서 밸런스를 더 맞추면 충분히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 마음 속 골든볼을 꼽자면.

"주장인 황태현이다. 태현이랑 2년 가까이 하면서 지금은 열심히 해 많이 올라왔다고 본다. 그러나 과정에서 '주장인데 경기 못 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스스로 잘 이겨냈다. 주장으로 100% 자기 역할을 해줬다."

- 대회 동안 제갈용이라고 불렸는데.

"경기 끝나면 3~4일의 시간 동안 상대를 분석하고 순간 대처법을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선택을 감독이 했을 뿐 코치들과 의논을 많이 했다. 결과가 좋았던 부분이 많았는데 지도자는 롤러코스터 쾌감을 느낀다. 생각한 방향으로 결과가 이어지면 짜릿하다."



- 과거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며 실패한 적이 있는데.

"흑역사가 있다. 우리나라는 한번에 잘못되면 한방에 훅간다. 2009년 처음 U-14 감독을 맡아서 아시아 청소년 대회서 금메달을 땄다. 이후에 U-17 월드컵을 위한 예선을 준비하면서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했다. 축구협회에서 그만두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었다. 트라우마가 됐다. 전임지도자는 유소년을 위해서 노하우들이 있는데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육성하는 지도자들은 결과에 치우쳐 움직이면 안 된다. 프로구단 감독이나 단장님을 만날 때마다 방향성을 가지고 유소년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선수들로 3년 후가 어떨지로 지도자를 판단해야지 당장 우승으로 판단하는 건 방향성이 틀린 것 같다."

- 지난 2년을 지금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지.

"늘 꿈궈왔던 부분이다. 2년 전에 한국서 U-20 월드컵이 열려 쭉 지켜봤다.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4강 진출 팀은 골키퍼가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김대환 코치에게 골키퍼에 대해 많은 요구를 했다. 2년 전에 준비했던 것들이 준비과정을 통해 결과를 만든 것 같다. 파트별로 분업이 잘 됐다."

-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다면.

"모든 U-20 대표팀 행사는 어제 저녁으로 끝났다. 코칭스태프 모두 한마디씩 했다. 다음에 언제든 만났을 때 레벨이 더 올라갈 수 있도록 경쟁력 있게 준비하라고 했다. 당장 이번주부터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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