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서 다시 태어난 이성우…비타민이 따로 없다
입력 : 2019.06.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잠실] 김현세 인턴기자= 타구는 중견수 머리 위를 넘어갔고, 그는 1루까지 뛰는 동안 몇 번이고 타구를 확인했다. 그러는 동안 응원 단상에서는 축하 폭죽이, 벤치에서는 선수들이 물통을 들고 뛰어나왔다. 그의 비타민 같은 활약에 LG 트윈스의 기운이 샘솟고 있다.

이성우(38)는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9회 교체 출전한 뒤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쳐내며 LG의 9-8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프로 무대에 첫발을 디딘 2000년 이래 처음 맛본 끝내기 안타였다.

이성우는 이날 유강남이 대주자 신민재와 교체되면서 9회초 포수 마스크를 썼다. 내내 엎치락뒤치락했던 경기는 다시금 8-8 균형을 이뤘고, 벤치에서는 마무리 고우석을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고우석은 이성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삼진 2개를 버무려 KIA 타선을 윽박질렀다.

9회말 채은성과 오지환이 각각 안타, 볼넷으로 먹음직스러운 밥상을 차려놓자 이성우는 기지를 발휘해 끝내기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순간적인 판단력이 탁월했다. 보내기 번트가 본래 임무였음에도 재빠르게 상대 수비 시프트의 움직임을 포착해 강공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 결과 이성우의 유니폼은 생수 세례에 흠뻑 젖고 말았다.



올 시즌 이성우의 역할은 백업 포수다. 그렇다고 비중이 적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SK 와이번스에서 방출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올해는 잠실에서 새 삶을 살고 있다. 이성우는 올 시즌 홈 플레이트 뒤에서 99⅔이닝 동안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KBO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성우가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투수 평균자책점(CERA)은 1.90, 9이닝당 폭투와 포일이 발생한 비율(Pass/9)은 0.181로 낮았다. 비주전 선수의 특성상 표본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LG에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성우는 21일 구단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팬들 앞에서 재입단한 것 같은 기분이다. 유강남의 뒤를 잘 받치는 백업 포수로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가족을 향한 한마디도 덧붙였다. 그는 “첫째는 내가 야구선수라는 걸 아는데, 둘째는 내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그냥 ‘아빠다’ 하고 만다. 올해 원 없이 텔레비전에 나오면서 아버지 노릇도 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