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은퇴] ‘금빛날개’ 김동진, “칸 상대로 골 넣은 독일전 기억 남아”
입력 : 2019.07.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효창운동장] 한재현 기자= 전 국가대표 왼 측면 수비수이자 유로파리그 우승 경험 지닌 김동진이 축구화를 벗는다.

김동진은 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선수 시절 2004 아테네 올림픽 8강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기여했다.

클럽팀에서도 이력은 화려했다. 2007/2008 러시아 명문 제니트에서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뤄냈고, 이후 울산 현대, FC서울, 항저우 뤼청, 무앙통 유나이티드, 서울 이랜드를 거쳐 키치SC와 호이 킹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선수 커리어를 마감했다. 오는 2일부터 키치 코치로서 새 출발한다,

김동진은 “선배와 동료들의 은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저 자리에 오게 될까 생각했는데 실감나지 않는다. 선수 생활 지속 가능성이 있었다. 1월에 플레잉 코치를 하면서 유소년을 가르쳐 보다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지 느끼게 되더라”라며 “선수로 뛰면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돌려 드릴 수 있을지, 가치 있는 일을 찾다가 적절한 시기에 코치로 결정했다. 더 뛰고 싶었지만, 좋은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에 이바지 할 지 생각하다 은퇴를 선택했다”라고 은퇴 선택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오는 24일 홍콩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프리 시즌 친선전을 통해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팀 맨시티를 상대로 은퇴경기는 그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다.

김동진은 그보다 지난 2004년 12월 독일과 친선전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당시 대표팀은 홈에서 독일을 3-1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그는 “독일은 최정예였고, 일본을 3-0으로 이기고 왔다. 우리는 세대교체 기간이라 베스트 멤버가 아니었다. 올리버 칸을 상대로 골을 넣어서 승리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하 김동진 기자회견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선배와 동료들의 은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저 자리에 오게 될까 생각했는데 실감나지 않는다. 선수 생활을 지속 가능성이 있었다. 1월에 플레잉 코치를 하면서 유소년을 가르쳐 보다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지 느끼게 되더라. 선수로 뛰면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돌려 드릴 수 있을지, 가치 있는 일을 찾다가 적절한 시기에 코치로 결정했다. 더 뛰고 싶었지만, 좋은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에 이바지 할 지 생각하다 은퇴를 선택했다. 은퇴를 선택하니 지나온 고교 졸업 이후 2000년 이후 20년 동안 선수 생활하면서 이 날이 올 줄 몰랐다. 시원섭섭한 마음도 든다.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또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좋았던 순간은 첫 국가대표 되어 2006 독일 월드컵에 나간 기억이다. 제니트 유니폼을 입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했던 장면도 마찬가지다. 독일과 A매치는 대표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짧은 시간이지만, 기쁨을 나눴던 장면이라 생각한다.

-2004년 독일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
독일은 최정예였고, 일본을 3-0으로 이기고 왔다. 우리는 세대교체 기간이라 베스트 멤버가 아니었다. 올리버 칸을 상대로 골을 넣어서 승리했다.

-한국축구가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 점은?
제가 유럽에 진출할 당시에는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선수 밖에 없었다. 차이를 말한다면 젊은 선수들이 유럽에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 많이 뛰는 자체만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겨 증명했다.

-은퇴 소식에 가장 아쉬워했던 사람은?
주위에서 그만 해라라고 하더라. 영표 형도 3주 전 홍콩에 왔는데, 그만하고 새로운 길을 조언했다. 김판곤 위원장님도 조언을 해주셨다. 친구인 조재진은 그만하고 한국 오라고 하더라. 가족들도 아쉬워할 것 같은데, 새로운 길을 권유했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아내에게 가장 감사하다. 감독님은 2분 계신다. 2000년 안양LG(FC서울) 시절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님이 저를 발탁하고, 성장하도록 가르침을 주셨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님을 저를 제니트로 데리고 가셔서 좋았던 커리어를 함께 하도록 도와주셨다.

-이상적인 지도자 상은?
여러 유형의 지도자들이 계신다. 전술과 전략을 기본으로 가져야 한다. 선수 마음을 읽는 지도자가 이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과 외국을 거치다 보니. 한국은 지도자를 어려워한다. 외국을 보면 선수들이 감독과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이야기 하는 걸 보면, 서로 장점을 결합하면 좋을 것 같다.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지만,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다. 선수들의 능력을 120% 쏟아낼 지도자가 되고 싶다.

-건강 문제로 위기가 있었는데?
10년 전 파주에서 쓰러진 이후 롤러코스터처럼 확 바뀌었다. 건강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대표팀에서 멀어지면서 기회가 2010 월드컵 이후로 없었다. 지금까지도 물어보신다. 뛰는 것도 모르는 분도 많다. 10년 동안 나의 마음은 ‘김동진이 아직도 건강하게 뛰는 걸 증명하자’라고 다짐했다. 그 마음을 가지고 뛰었더니 오랫동안 선수 생활 할 수 있었다. 가족이 힘이 되었고, 없었다면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키치에서 역할은?
1군 수비코치로 역할을 하게 된다. 키치는 유소년 코치도 병행해야 한다. 15세 팀도 같이 지도한다.

-스스로 선수 생활 점수를 준다면?
80점을 줘도 될 것 같다. 월드컵과 올림픽, 아시안컵 나가면서 높은 커리어를 쌓았겠지만, 나는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갔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 태국, 홍콩을 갈 때 팬들이 납득하지 않았다. 한국선수로서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많은 선수들이 열린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걸 보면, 제 자신에게 고마웠다. 힘들었고 외로웠다.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아쉬워한 점은?
UEFA 챔피언스리그를 나갈 기회가 있었다. 거의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챔피언스리그를 뛰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아시아 리그로 생각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젊은 선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유럽을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태국은 축구장이 꽉 채울 정도로 열기가 있다. 태국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뒤처지지 않는다. 내가 중국 갈 당시에는 본격적인 투자 전이다. 중국 축구는 팀 적으로 약하다. 그러나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상대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젊은 선수들은 유럽으로 가야 한다. 유럽은 환경과 수준이 다르다. 중하위권 리그라도 젊은 선수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실패해도 얻고 돌아오는 건 있다.

-대표팀에 수준급 측면 수비가 없는데?
이영표라는 독보적인 선수가 있어 걱정 안 했다. 지금도 왼 측면 수비수 보면 개성과 능력이 있다. 왼발을 잘 쓰는 선수들이 있다. 공격적인 재능은 좋다. 김진수와 홍철을 보면 크로스도 좋다. 좀 더 경험을 쌓고, 계속 경기를 하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키치 코치로 이루고 싶은 점은?
지도자 커리어를 쌓으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 유럽에서 온 지도자가 있다. 그 분들에게 배우면서 좋은 지도자로 거듭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도록 이바지 하겠다.

-맨시티와 은퇴 경기를 치르는 소감은?
은퇴 경기를 좋은 상대와 많은 팬들 앞에서 뛴다는 자체가 좋다. 맨시티는 챔피언스리그 나가는 팀이라 영광이다. 걱정된다면 제가 못하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선수들을 상대로 수비만 해야 한다.

사진=한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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