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백성동에 대한 오해...''J리그도, 수원FC도 돈을 쫓지 않았다''
입력 : 2019.07.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수원] 서재원 기자= K리그가 아닌 J리그행, 다시 한국으로 복귀, 그리고 수원FC까지. 백성동(28, 수원FC)의 선택에는 늘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왔다. 하지만 스스로는 당당했다. 자신의 선택에는 충분한 고민과 이유, 그에 따른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수원FC에 특이점을 하나 꼽으라면, 백성동의 위치를 말할 수 있다. 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알려진 그가 2선도 아닌 3선까지 내려왔다. 정확히 말해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선다. 시즌 초반에는 공격수로 나올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밑으로 내려갔다.

주장으로써 희생과 헌신이었을까. 백성동에게 묻자, "코칭스태프 의견도 있고, 제 의견도 반영됐다. 사실 프로에 와서 처음 뛰는 위치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본인은 희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앞쪽에 섰을 때보다 여러 가지로 많이 다른 것 같다. 경기를 보는 시야 자체가 달라졌다. 공격수로서 희열은 없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는 포지션이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포지션 변경에 고민도 됐을 터. 백성동은 "고민은 했다. 그런데 여기서 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보다는, 여기서 어떻게 하면 잘 할까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때는 그 포지션을 봤지만, 대학교부터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성인무대에서 처음 보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고민은 지금도 한다. 역시나 어떻게 하면 더 잘 할까하는 고민이다. 백성동은 "개인이 튀면 위험이 있는 포지션이다. 그동안은 앞쪽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골은 많이 넣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만들려 했던 선수였다. 앞쪽에서 섰을 때는 경기 후 '오늘 슈팅이 좋았어'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 포지션은 경기 후 '내가 뭘 하다 나왔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허무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 포지션만의 매력을 조금씩 느끼는 것 같다. 훈련 때마다, 경기 때마다 재미를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의외였다. 지금까지 백성동에 대한 이미지는 희생, 헌신과 거리가 멀었다. K리그행 포기하고 J리그 직행을 택했을 때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당시 모두가 손가락질 했다. 'K리그를 버렸다', '대표팀 형들의 말에 현혹됐다', '어린 나이에 돈부터 밝힌다' 등 비판을 받았다. 일본으로 건너간 후 대표팀과도 멀어졌고, 해명할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중에게 그는 '전체가 아닌, 자신 밖에 모른다'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박혔다.

때문에 7년 전 이야기를 다시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 K리그가 아닌, J리그를 택했을 때의 일이다. 백성동은 "갑자기 J리그를 가게 된 건 아니었다. 중학교 때 전북 현대 경기에 볼보이로 많이 갔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하는데 감바 오사카의 플레이가 인상 깊었다. 그 때부터 J리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한테도 말한 부분이다. 고등학교 진학 후 만난 에이전트에게도 가장 먼저 요청 드린 부분이 일본 진출이었다. 올림픽 팀에 J리그 형들이 많으니, 혹해서 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돈만 쫓느라 K리그를 버렸다는 것도 오해다. 백성동은 "돈을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K리그에 비해 J리그 1년차 연봉이 큰 게 아니었다. 당시 K리그 1년차가 최고 5천만원을 받았다. 돈을 보고 갔다면 최소 3~4배 이상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 수준은 아니었다. 돈을 보고 쫓아갈 정도의 금액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K리그 팀 중 저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을 주신 팀도 없었다. 1~2 팀은 관심을 보였지만 적극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주빌로 이와타에서 제 대학교 경기를 보러 오실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제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일본행을 택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일본행은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다. 이와타는 백성동 이적 후 1년 만에 2부리그로 강등됐다. 큰 부상도 당했다. 2015년엔 사간 토스로 팀을 옮겨 재기를 꿈꿨지만, 생각지 못한 감독 교체 등 불운이 반복됐다. 2016년 후반기에는 V바렌 나가사키로 임대 돼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백성동 역시 일본에서의 생활을 성공이라 말하지 않았다. 그는 "가서 1~2년은 재미있게 했다. 1부든, 2부든 제가 원했던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가지로 순탄치 않았다. 부상은 변명이고, 제가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을 거다.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은 것도 그 이유인 것 같다"며 자신을 자책했다.

백성동이 다시 K리그행을 택하게 된 것도 터닝포인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일본 생활은 지칠 대로 지쳤다. 백성동은 "마지막에 있었던 팀에서 계약 연장 제안을 받았는데,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남았으면 생활을 편했을 거다. 하지만 5년 동안 힘들었던 시간이 2년이었다. 그 2년이 너무 강력했다. 그래서 바꿔보자고 선택을 한 것 같다"라고 K리그로 돌아온 이유를 밝혔다.

백성동이 K리그로 오면서 선택한 팀이 수원FC다. 당시 수원FC는 1부에서 2부로 강등된 직후였다. 한 때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던 선수가 K리그2 소속의 수원FC로 이적했으니, 많은 말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K리그1의 한 기업 구단이 그를 원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백성동은 또 돈을 쫓은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이에 그는 "제가 수원FC를 택한 이유는 가장 적극적인 팀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가장 크게 생각한 부분이 만족할 수준으로 뛸 수 있는 팀이었다. 터닝포인트를 주되, 경기를 뛸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가자고 생각했다. 나아가 코칭스태프에서 나를 가장 원하는 곳으로 가자고 마음먹었다"며 수원FC와 연을 맺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백성동에게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더 좋은 조건을 원했다면 일본에 남았을 거다. 조금이라도 더 뛸 수 있는 팀, 자신을 인정해주는 팀이 필요했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수원FC가 백성동에게는 최고의 팀이었다. 백성동은 한국으로 복귀와 수원FC를 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안 한다. 결혼 후 아기도 있는데, 가족들도 편안해 한다. 가족적인 부분이나 축구적인 부분 모두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며 "비록 환경적인 부분에서 일본 클럽이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원FC의 환경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확실히 일본과 차이는 있다. 축구 환경, 인프라, 서포터 등 모든 게 그렇다. 하지만 숫자와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의식이나 열정은 수원FC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3년 째 있지만, 먼 원정에도 항상 와주시는 3~4명의 팬들이 있다. 한 번도 원정석이 빈 적이 없었다. '확실히 숫자가 (일본에 비해) 적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열정과 의식은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백성동은 자신에게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준 수원FC의 모든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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