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이 최고의 축구행정가로… 이철근 전 전북 단장 에세이 출간
입력 : 2019.07.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전북 현대를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만든 이철근 전 단장이 자신의 인생을 자전적 에세이 ‘서류 봉투 속 축구공을 꺼낸 남자’를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 축구가 지금보다 더 큰 발전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선수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유소년 때부터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필요하고, 그 어린 선수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며 자랄 수 있는 관련 인프라도 있어야 한다. 또 이 모든 기초를 기획하고 재정하여 이끌어 가는 제대로 된 ‘축구 전문 행정가’도 많아야 축구 전반이 발전일로에 접어들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는 많은 부분에서 성장을 이뤘다. 세계적 수준엔 아직 부족하지만, 짧은 시간 여러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환경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이강인 등 세계적 선수를 탄생시키건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축구 행정 쪽에서는 이렇다 할 인재가 나오지 않았다. 축구 전문 행정가를 기르는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탓이다.

이런 요즘 한국 축구 행정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이가 이철근 단장이다. 경기인 출신이 아닌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저자가 축구와 인연을 맺고, 한국 최고의 축구 행정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솔직 담백하게 녹아 있다. 특히 축구 행정가가 된 이후에는 더 좋은 축구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저자의 에피소드가 책 속에 가득하다.

이철근 단장은 지난 2003년 전북 사무국장으로 부임한 후 2017년 2월까지 햇수로 15년 동안 구단의 발전을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었다. 1995년 울산 현대 사무국장으로 부임해 일한 2년을 더하면 도합 17년을 프로축구계에 헌신했다. 저자는 지방의 중소 구단이던 전북 현대를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으로 발돋움시켰고, 특히 전라북도 전주시를 축구 도시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서류 봉투 속 축구공을 꺼낸 남자’에는 저자가 한국에 좀 더 제대로 된 축구 행정가가 많이 나오길 마음으로, 이 땅의 축구가 더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2년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고뇌하며 저술한 책이다. 축구 행정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한 구단을 아시아 최고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현재 축구 관련 일을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깊고 긴 울림을 줄 것이다.

‘서류 봉투 속 축구공을 꺼낸 남자’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샐러리맨과 축구인의 삶을 녹여낸 책이다. 그러나 굳이 ‘샐러리맨’과 ‘축구’란 두 단어에만 치우치지는 않는다. 물론 저자의 삶이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프로축구단 단장을 지냈기에 두 이야기가 축을 이루긴 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꼭 기억해야 할 아주 귀한 지침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일’을 바라보는 자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 의미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일을 해야 하는지를 솔직하게 적었다. 안 되는 일이라도 해야 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해내야 진짜 일이 된다는 대목은 많은 직장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예로 일본과 2002 FIFA 월드컵 유치 경쟁이 한창이던 1996년 일본과는 다른 누런 잔디를 보여주기 싫어 비닐하우스를 동원해 파란 잔디를 만들어 시즌 개막전을 치른 일화나, 100년이 넘어도 흔들리지 않는 프로축구단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2003년의 일화는 어떻게든 완성해야 비로소 일을 다 한 것이란 그의 철학을 아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조직이 하나로 뭉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문제점들에 대해 정확히 기술했고, 그 문제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어떤 해법이 필요한지도 경험을 통해 상세히 들려준다. 요즘 말로만 외치는 ‘원 팀’이 아닌 진짜 원 팀이 되기 위해 구성원이, 특히 리더가 어떤 사고와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지도 이 책을 통해 체득할 수 있다.

이 책은 축구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앞으로 축구 관련 직업을 갚고 싶어 하는 취업 준비생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 현재 축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저자가 직접 겪은 일들과 그 일들을 풀어나가는 방법들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고, 축구 관련 취업 준비생들은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자녀를 둔 학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가 훌륭한 축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론이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한 프로축구단이 명문 구단으로 발전하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만난 무수한 선수들의 이야기가 있기에 꼭 읽고 아이들에게 교훈으로 전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서류 봉투 속 축구공을 꺼낸 남자’는 샐러리맨의 삶과 축구 행정가의 삶을 겪은 저자의 진솔한 경험담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이가 귀 기울여 듣고 가슴에 새겨야 할 교훈이 가득한 책이다.

사진=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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