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최다 관중 6078명' 다 같이 즐기는 제주 극장의 '해피앤딩(Happy Anding)'
입력 : 2019.08.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제주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의 주황색 물결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제주는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4라운드 홈 경기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무려 6078명의 유료관중(전체관중 8249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4월 13일 전북과 시즌 첫 홈경기 유료관중 6034명을 뛰어넘는 올 시즌 최다 유료관중 기록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평균 유료관중 3043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여름 관광 성수기 및 폭염이라는 흥행 악재도 넘어섰다. 2017시즌부터 무료관중을 전면 폐지하며 유료관중을 적극 유치하는 한편 능동적인 마케팅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제주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실제 제주는 여름 휴식기 동안 부지런히 발로 뛰었다. 잠재적 팬층을 사로잡기 위해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다양한 도전과 함께 프로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특히 울산전을 앞두고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마치 테마파크처럼 탈바꿈시켰다.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킥오프를 앞두고 제주 선수단은 팬들이 가득한 W석을 가로지르며 승리의 하이파이브와 함께 그라운드로 등장했다. 이에 제주 팬들은 응원 피켓과 머플러를 머리 위로 올려 승리의 길을 밝혀줬다. 그동안 축구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의 '스킨십 마케팅'이다.

오늘의 선수로 지정된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팬들과 함께 행복한 연장전을 치른다. 울산전은 윤일록 DAY였다. 윤일록은 경기 후 매표소 앞에서 팬사인회를 갖고 자신의 사진이 인화된 경기 티켓에 정성스레 친필 사인을 해주고 기념 촬영까지 했다. 평소 투철한 팬서비스 정신이 없다는 불가능한 일이다.



윤일록은 "팬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과의 만남은 내게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팬들에게는 영원한 추억이 될 수 있다. 물론 경기가 끝난터라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는 팬들의 미소를 보면 눈녹듯이 사라진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축구 경기만 보던 경기장 분위기도 완전히 바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리코더, 템버린, 응원막대, 페트병, 각종 악기 등 자신만의 응원도구를 활용해 다 같이 주황색 리듬에 취하는 '승리의 난타'는 제주의 새로운 응원 문화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제주도의 푸른밤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 하프타임에 흘러나오는 '제주도의 푸른밤' 노래를 따라 경기장에 모든 관중이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머리 위로 흔들며 반짝이는 별빛을 만든다. 이제는 원정팬마저 따라할 정도로 축구,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무더운 더위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보내는 제주의 '축캉스(축구+바캉스)'는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워터 카니발 콘셉트 아래 구단 최초로 E석 광장에 필드가 보이는 시야로 15개가 배치된 POOL석뿐만 아니라 대형 POOL까지 설치해 타 구단 대비 가족 단위 관람 비율(70%)이 높은 제주의 팬심을 저격했다.




비록 결과(0-5 패)는 원하는 해피엔딩(Happy Ending)이 아니었지만 제주 팬들은 해피앤딩(Happy Anding)을 꿈꿀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주 관계자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팬들의 다양한 니즈를 수합하고 자구적 노력과 개발을 시도해 팬과 함께 진화하겠다"라고 제주 극장의 계속된 흥행을 예고했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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