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할3푼인데요 뭘…” 박경수, 그렇게 베테랑이 된다
입력 : 2019.08.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사직] 김현세 기자= “2할3푼인데요 뭘….”

박경수(35, KT 위즈)는 1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 결정적 3점 홈런으로 KT가 6-0으로 이기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오랜만에 손에도 짜릿한 전류가 흘렀다. 지난 5월 15일 KIA와 경기 후로 91일 만이다.

되레 자세를 낮췄다. 부진을 벗어나는 데까지 아직 요원하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올 시즌 박경수는 예년 대비 유독 고전하는 일이 잦았다. 침체가 길었고, 많은 경기(106)에 나섰지만 타율 0.229, 8홈런 52타점 OPS 0.672로 좋지만은 않았다.

공교롭게도 박경수가 가라앉자 KT는 솟아올랐다. 그런데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는 창단 후 지금껏 하위권을 맴돌던 KT를 이끈 선수다.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그중 20홈런을 넘긴 것만 세 차례다. 주장 완장도 차면서 힘겹게 팀을 지탱했다.

올 시즌은 팬들의 반응도 나뉘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혹은 ‘그래도 박경수가 그동안 해준 게 얼마냐’면서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팬도 있었다. 분명 힘이 됐다. 그러나 박경수는 “2할3푼 정도인데요 뭘…”이라면서 “제가 한 게 뭐가 있습니까”라고 손사래 쳤다.

이어 박경수는 “시즌 도중 2군에 다녀올까도 했다. 너무 죄송했으니까. 그런데 감독님이 먼저 눈치를 채셨다”면서 “프로 17년 차 선수로서 감독님 입장에서 생각해봤는데, ‘내가 얼마나 밉겠나’ 싶었다. 그런데도 내색 않고 믿어 주시니 보답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팀에 필요한 베테랑이 되려고 마음 먹었다. 3, 4일 고척 키움과 경기에서는 타선의 가교 역할을 했고, 14일 경기에서는 쐐기 타점을 쳤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수가 홈런도 치고, 타격이 나아지는 게 고무적”이라면서 “앞으로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박경수도 모를 리 없다. 그는 “그런 게 감독님이 베테랑에게 바라는 부분일 것”이라면서 “(유)한준이 형보다 그런 모습이 적었지만, 비록 타율은 낮더라도 치려는 마음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기복이 있더라도 매 타석 악착같이 해보겠다는 의미다.

“모든 걸 인정하고 쿨해지자”고 마음을 고쳤더니 조금씩 실마리가 보인다. 또, 고연차 선수임에도 여전히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 박경수가 진짜 베테랑이 되어간다.



사진=스포탈코리아, 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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