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준프로' 부산 권혁규, “박종우 형처럼 되고 싶다”
입력 : 2019.08.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부산] 이현민 기자= 부산아이파크의 미래 권혁규가 K리그에 반드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권혁규는 지난 7월 16일 고등학생 신분으로 부산과 준프로계약을 체결했다. K리그2 최초다. 조덕제 감독은 “가진 기량이 있고, 성실함도 갖췄다. 성인 무대에서 통할 재목”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190cm가 넘는 큰 키에도 유연하고, 빠르고, 볼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다. 특히 조율하고 패스하고, 마치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하다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1군에 합류한 지 채 두 달이 안 됐다. 아직 앳된 모습이었지만, 각오만큼은 형들 못지않았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처음에 실감이 안 났다. 박형주(개성고) 감독님 연락을 받았는데, 내가 동경하는 형들과 함께할 생각을 하니 긴장됐다. 내 앞에서 호물로, (김)문환이 형이 패스하고 꿈만 같았다. 1, 2주 정도 정신없이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이제 조금 적응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권혁규는 콜업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기 미안했다고 한다. 당시 대회 기간이었고, 함께 땀 흘리며 노력했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3 친구들이 축하를 해줬다. 처음에 말하기 껄끄러웠다. 아직 진로가 결정 안 난 친구들도 있고, 나도 대학 진학 준비도 병행하고 있었다. 준프로 계약까지 이뤄질 줄 몰랐다.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모두 축하해줬다. 이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부산은 국내 선수 31명 중 유스 출신 선수들이 17명에 달한다. 유스 1세대인 이정협은 전국구 스타가 됐고, 이동준과 김진규는 일찌감치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런 형들 덕에 프로에 적응하기 한결 수월한 측면도 있다.

권혁규는 부산 U-12, 15, 18팀을 거친 성골 유스다. 그는 “지금 같은 개성고 출신 (박)경민, (신)창렬이 형과 같은 방을 쓰고 있다. 처음에 왔을 때 (이)동준, (김)진규 형이 가장 반겨줬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선수들이 많아 끈끈하다. 막상 프로에 와보니 더 그런 것 같다”면서, “고등학교에 비해 프로가 훨씬 체계적이고 규칙적이다. 특히 식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프로 훈련이 배로 힘들다. 이걸 안 먹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훈련장 안팎에서 많은 걸 배우는 단계다. 적응하면서 내 장점을 발전시키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조덕제 감독의 가르침 아래 권혁규는 프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포메이션이 중앙 미드필더였는데, 프로 입성 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지난 25일 FC안양과 K리그2 25라운드에서 처음으로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권혁규는 “조덕제 감독님이 성실함을 강조하셨다. 아직 피지컬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다. 그래서 클럽하우스에 있는 형들과 새벽 운동을 하고, 오전에는 피지컬 코치님과 별도로 웨이트를 한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간다고 말씀해주셨다”며, “고등학교 때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득점하고 침투하고 그런 역할을 맡았다. 조덕제 감독님이 수비적인 임무를 주셨다. 종종 맡은 적이 있다. 우리팀도 그렇고 프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외국인 선수들이 주로 선다. 살아남으려면 피지컬을 활용할 수 있는 수비형도 좋은 것 같다. (박)종우 형이 하는 걸 보고 많이 배우려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권혁규가 언급한 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하는데 베테랑 박종우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박종우는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이자,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해외 경험도 풍부하다. 그는 “종우 형이 회식 때 부르더니 ‘힘든 점 없느냐’고 물으며 격려해줬다. ‘실수를 두려워 말라. 나도 실수한다’고. 장점을 살리려 노력하면 잘 될 거라고 조언해줬다”고 미소를 보였다.

프로라면 언제나 출격 가능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권혁규도 그런 마음이다. 곧 기회가 갈 수 있다. 막상 훈련해보니 할 만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그다.

“처음에는 내가 뛰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형들과 부딪혀보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올해는 개인적 욕심보다 팀에 어떻게든 보탬이 되는 게 우선이다. 그러려면 감독님, 코칭스태프, 형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많은 팬 앞이라 긴장되겠지만,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 욕심난다. 기회가 오면 내 이름을 알리고, 꿈을 펼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