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포커스] 계속 써 봐도 안 되는 스리백, 예선에서 먹힐까
입력 : 2019.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현민 기자= 한국이 조지아와 최종 모의고사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터키 이스탄불 바샥셰히르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조지아와 평가전서 황의조가 멀티골로 맹활약했지만, 종료 직전 실점해 2-2 무승부에 그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파격적인 선수 구성과 더불어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선수들은 익숙하지 않은 스리백에서 허둥지둥했다. 볼 간수, 간격 유지, 빌드업 등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야심찼던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뚜껑을 열자 조지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4위라 믿기지 않을 만큼 꽤 안정적이었다. 공수 균형을 유지했고, 몰아칠 때 확실히 매서웠다. 90분 통틀어 한국보다 나았다.

이날 박지수, 김영권, 권경원이 수비 라인을 형성했다. 김진수와 황희찬이 좌우 윙백에 배치됐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백승호가 출격했다. 스리백 세 명의 공간은 눈에 띌 만큼 벌어졌고, 윙백들의 수비 가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어색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군 위험 지역에서 패스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황희찬의 윙백 실험은 독이 됐다. 공격적 임무를 부여받았던 터라 당연히 후방에 약점이 드러났다. 박지수와 백승호가 돌아가면서 커버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조지아가 지속적으로 우측을 두드린 이유다.

후방이 안정돼야 전방에서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 연발로 빌드업은 엄두조차 못 냈다. 중원에서 이강인의 몇 차례 침투, 전환 패스로 이뤄진 공격이 전부다.

시간이 꽤 흘러도 안정되지 않았다. 결국, 전반 40분 선제골을 헌납했다. 조지아 공격수 아나니제가 골문을 파고들어 오른발로 감아 차 득점에 성공했다.

이 과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 수비수 3명, 상대 공격수는 4명. 박지수의 백업이 늦었고, 계속 문제가 드러난 우측이었다. 윙백인 김진수와 황희찬, 수비형 백승호의 백코트가 늦었다. 44분경 아크에서 해서는 안 될 패스 미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후반 시작 들어 벤투 감독은 수비와 허리에 변화를 줬다. 백승호, 박지수를 대신해 정우영, 김영권을 넣었다. 동시에 공격에서는 이정협을 빼고 황의조를 투입했다. 후반 3분 손흥민의 크로스를 황의조가 벼락 골로 연결해 동점을 만들었다.

분위기를 타는가 싶었다. 하지만 득점 후에도 수비진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수비수와 수비수 사이, 2선과 3선의 간격이 계속 벌어졌다. 상대 압박이 거세지자 수비수들은 볼을 전방으로 길게 찼다. 정확한 목적지가 없는 나 몰라라 킥이었다. 우측이 더디거나 막히면 좌측에서 풀어줘야 하는데, 김진수는 무색무취였다. 좌우 윙백 균형도 문제였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수문장 구성윤의 경험 부족도 겹쳤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늘 발밑을 강조했다. 최근 현대 축구의 흐름은 필드가 아닌 골키퍼도 공수 모두에 관여한다. 김승규가 계속 주전으로 기용되는 건 골키퍼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구성윤은 첫 출격이라 그런지 문전 핸들링도 불안했고, 발에서 과감하게 나가는 패스는 전무했다.

한국은 후반 40분 황의조의 역전골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기는 듯했지만, 막판 부심이 조지아 득점에서 오프사이드를 불지 않아 무승부에 그쳤다. 2실점. 우리도 황의조의 첫 번째 골이 오프사이드였다. 양측 오심 하나씩. VAR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르는 일. 사실, 결과는 의미 없다.

한국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스리백은 다양한 포메이션을 실험하고 적응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지금까지 스리백을 써서 진 경기는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조지아전에서의 스리백은 내용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양쪽 윙백을 하나는 수비적으로, 하나는 공격적으로 가동했지만 공격시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앞으로 있을 여정이다. 조지아와 앞선 경기에서 플랜B의 일환으로 스리백을 가동했다. 그럴 때마다 같은 문제를 노출했다. 개인적, 팀적으로 룰을 부여받았을 때 확실한 전술 이해가 필요하다. 오히려 선수 개인의 장점이 퇴색되는 건 아닐지.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안 쓰기도 애매하다. 냉정히 실전에 쓰기 불안한 면이 많다. 월드컵 예선에서 통할지 의문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