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김판곤 ''꽃으로 때려도 안 되는 시대...더 냉정히 평가''(일문일답)
입력 : 2019.09.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신문로] 서재원 기자=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김판곤 위원장이 여자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한 소홀함을 인정했다. 시대 흐름에 맞춰 더 정확한 평가를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대한축구협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인철 감독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선임소위원회에 여자축구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다. 협회는 최 감독의 의사를 존중해 사퇴를 수락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수들을 향한 폭언 및 폭행 의혹이 문제였다. 최인철 감독이 2011년 여자 대표팀 감독을 수행할 당시, 폭언 및 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선수의 증언이 나왔다. WK리그 현대제철 시절과 학원축구를 지도할 때에도 미성년 선수들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추가 증언이 이어졌다.

최인철 감독은 "이번 언론에 보도된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겠다. 오래 지난 일이라고 해서 없던 일이 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죄송한 마음뿐이다.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상처를 입은 선수들에게 이 자리를 비려 깊은 사죄를 드리고 싶다"는 사과문을 전달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10일 오전 10시 축구회관에서 최인철 감독 사퇴 및 향후 감독 선임 절차와 관련된 브리핑을 가졌다. 그는 "송구스러운 일로 뵙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 결과가 많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위원장으로서 깊은 사과를 드린다. 전력강화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어떤 과정을 통해 감독을 결정했는지, 어디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지 말씀을 드리고 질문에 성실히 답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7명의 감독들과 만났지만 완벽한 감독은 없었다. 방향을 정할 때 일선 지도자들과 다 만나보고, 그분들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바를 많이 들었다. WK리그 감독들을 만났고, 한국 여자축구를 잘 아는, 가장 역량이 뛰어난 감독을 선임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국내 감독을 우선순위로 염두에 두고 생각을 했다. 저희가 설정한 기준이 높았기 때문에,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후보가 몇 명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에, 소위원회에서는 외국 감독까지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다. 7명의 인터뷰 패널 중 3명이 국내 감독이었고, 4명이 외국 감독이었다. 국내 감독들과 직접 면담을 했고, 외국 감독들과 스카이프로 통화를 했다. 2명과는 직접 만나 대화를 했다. 경력이나, 결과, 역량, 인터뷰 과정에서 최 감독이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다. 최 감독이 프레젠테이션을 보면, 영상과 함께 현재 국가대표를 평가하고, 미래의 목표지점까지 잘 설정을 했었다. 현재 세계 축구 트렌드가 어떤지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감독의 기술적 역량에선 월등했다"고 최인철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협회도 최인철 감독의 과거 의혹들에 대한 인지를 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에서도 감독의 강성 이미지가 약점임을 알고 있었다. 주변에 평판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WK리그 일곱 분을 만나는 과정에서, 최인철 감독을 추천한 경우도 있었다. 한 분이 최인철 감독의 강성 이미지 때문에 현대제철을 제외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오는 것이 편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을 했다. 그 부분을 포인트로 잡아 인터뷰 때 제일 먼저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제철 선수 4명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월드컵에서 어떻게 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적으로 최 감독에 대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한 선수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최 감독의 강성 이미지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 선수가 '선생님 위해 달라. 열심히 하신다.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감독의 말을 의심 없이 믿었다. 최 감독이 말하길, 옛날에 어렸고 미숙했다고 했다. 한 선수에게 팔로 머리를 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반성하고 사과했다고 했다. 지금은 좋은 관계라고 해명했다. 그런 계기를 통해 자신이 성숙해졌다고도 했다. 저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표팀에서 그런 일들이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결정을 할 때는 역량을 중점으로 봤다. 그래서 계약서상에 폭언 및 폭행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했다"며 최인철 감독의 성향을 알고, 보완 장치를 설정해뒀음을 강조했다.

최인철 감독에 대해선 "최초에는 부인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경 변화가 있었다.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를 줬다. 선임소위원회가 프로세스를 설정하고, 선임한 감독이 7명이 된다. 프로세스 과정에서 더 의심하고, 더 파고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부분이 소홀했다면 제가 사과를 드린다. 지도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감독들도 과거의 일을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과거를 돌아보면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최 감독은 자신의 모든 것을 털고, 반성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 더 성실하고, 바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 이하 일문일답

- 최인철 감독이 최초에 의혹을 부인했다.

개인의 심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진행 과정에서 심리적 변화가 발생했다고 본다. 마지막 사임을 결심할 때는 반성한다고 했다. 그 부분이 잘못됐다는 점을 느끼고 있고,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 추후 지도자에 대한 검증 잣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소위원회는 어떤 방법으로 도덕적인 문제를 검증할 계획인가.

그 부분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올림픽 감독을 선임할 때도, 감독 후보들 모두 하나씩 루머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상벌위원회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경찰에 가서 범죄 사실 내역 발급을 요청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알고 있다. 주변에 물어보는 정도인데 많이 고민해보겠다. 외국 감독들 중에는 자신의 커리어를 보고 할지 말지 결정하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역량에다 철학이 맞는 감독을 선임해야 해 에너지를 많이 쏟고 있다.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썼다. 최인철 감독도 한해도 쉬지 않았다. 여러 문제가 있었다면 끊어졌을 텐데 계속 이어졌다. 여러 분들의 제언이 있다면 잘 보완하겠다.

- 논란이 될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더 세밀한 조사가 없었는가.

선수들의 피드백은 상당히 좋았다. 현대제철 선수라 더 좋았을 수도 있지만 포지션 별로 무작위로 불러 인터뷰를 했는데 좋았다. 그(폭행 관련) 부분을 더 깊게 짚지 못했던 점이 상당히 아쉽다. 송구스럽다.

- 선임 프로세스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여자 선수들이라면, 협회의 여성 직원이 선수들과 진솔한 면담이 필요했던 게 아니가 생각한다.

좋은 제안인 것 같다. 협회에 있는 분들을 지원해서 더 깊이 조사하는 부분을 보완하도록 하겠다.

- 최인철 감독이 폭행을 인정한 선수들을 만날 계획은 없었는가.

그 이후 이적하는 과정에서 많이 도와줬던 것은 인식하고 있었다. 그게 회복이라고 생각했다. 만나서 말할 상황은 아니었다. 첫 번째는 만나서 꼭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든 것은 죄송하다. 본인이 많이 성숙했다면서 그 케이스를 이야기했다. 그걸 내가 파야겠다고 하기 보다는 성숙한 계기를 말한 거라 ‘그렇구나’하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팠다면 가장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 대표팀 재직 시절 일어났던 일이다. 보고 체계에 전혀 남아있지 않았는가.

2011년도였기 때문에, 물어보지 않았다. 현재 있는 팀에서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포커스를 뒀다. 현재 그 일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그때 기록은 없다고 들었다. 논란이 발생한 이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하지 않는 것이다. 본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말을 하기가 어렵다. 당사자가 원하고 있어서 여러분들도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인철 감독이 인정한 부분은 현대제철 시절의 일이다. 감독은 진솔하게 사과하고 있고, 현재 선수와 관계가 좋다고 말했다.

- 한국 축구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고민이 커질 것 같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도자들이 무지하고, 어린 부분이 있다. 때로는 부족하다. 빨리 변하는 사회의 속도에 지도자들이 맞추지 못하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지도자를 선임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번 일로 지도자들이 많이 생각할 것 같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꽃으로도 때리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바뀌고 더 성숙하게 될 것 같다.

- 여자 지도자에 대한 풀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

지도자 풀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인터뷰 한 인원들이 모두 완벽하지는 않았다. 여성 지도자들에게 용기를 주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생각해보니, 저 자신부터 용기가 사라졌다. 저도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자축구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위로를 주고자 했던 부분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지도자 선임소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여성지도자 전문가를 소위원회에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추후 조사 계획과 공정위원회 개최 여부는.

사실관계들이 나오고 있고, 상황에 맞게 처리하겠다.

- 차기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올림피크 리옹 출신 페드로스 감독을 접촉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사실이 아니다. 1차에 13명의 감독을 추렸고, 2차에 7명의 인터뷰 대상을 선정했다. 페드로스 감독과 직접 만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과정에서 만나진 않았다. 과거의 일이 지금 보도화됐다. 3명의 우선순위 대상자를 올렸고, 1번 감독이 실패했기 때문에 2번과 협상을 하겠다. 남성이다.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 10월 A매치가 있다.

사실 협상이라는 게 잘 진행된다면 좋지만, 안 될 경우는 문제가 된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풀을 완전히 넓혀 선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2순위 후보와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 대표팀 소집하게 되면,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 같다.

월드컵 때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만날 때도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남자 대표팀과 비교를 했을 때 지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WK리그 현장이나, 여자 학원축구 현장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 대표 선수가 된 선수들에게 늘 미안했다. 월드컵에서 두 번째 경기 후 경기력이 좋지 않았음에도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월드컵 이후 고참급과 이야기를 해봐도, 스스로 '많이 풀렸다', '끈끈함이 없어졌다', '쉽게 포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안타까웠다. 이번 일이 터지면서, 개인적으로 걱정이 많다. 많은 사항이 잘 융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빠르게 잘 추스릴 수 있도록 하겠다.

- 마지막 한 마디.

다시 한 번 여러분들께 선임위원회에 주신 권한이나 책임에 대해 좋은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상당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잘 개선하고, 수정해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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