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처럼 승리 증발…“레일리 살풀이라도 해야 하나”
입력 : 2019.09.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광주] 김현세 기자= 롯데 자이언츠 공필성 감독대행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팀 건사하는 이라고는 브룩스 레일리뿐인데, 승운이 영 따르지 않아서다.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 시작 전 공 대행은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잘 던지고 있는데 5승에 그치는 선수는 레일리뿐일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오늘은 악순환이 끊겼으면 한다. 정말 살풀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모처럼 승운이 따르나 싶었다. 레일리는 6이닝 동안 안타 7개를 맞고도 3실점으로 잘 버텼다. 삼진도 5개 잡고, 볼넷은 1개밖에 안 주는 투구 내용을 썼다. 삼자범퇴도 세 차례나 완성하면서 발군의 안정감을 보였다. 타선도 꾸준히 지원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경기 초반부터 전준우가 특급 도우미를 자청했다. 3타점을 독식했다. KIA 선발 김기훈의 영점이 잘 안 잡혔고, 상대가 수비 불안을 보인 틈을 잘 포착했다. 1회 무사 만루에서 적시타를 쳤고, 2회도 만루 기회에서 볼넷을 골라 밀어내기로 점수를 보탰다.

그런데 레일리가 흔들렸다. 레일리는 2회 2사까지 잘 잡고도 1, 2루에서 백용환에게 추격 1타점 적시타를 맞더니, 3회 안타 네 방을 맞고는 동점까지 허용했다. 레일리가 주춤하자 타선이 재차 어깨를 가볍게 했다. 4회 민병헌과 제이콥 윌슨이 2타점을 합작하면서 리드를 선물했다.

레일리도 응답했다. 6회까지 남은 3이닝에서 삼자범퇴만 두 번 완성할 정도로 잘 던졌다. 바통을받은 김건국도 7회를 삼자범퇴로 군더더기 없이 막았다. 지난 7월 18일 KIA 경기부로 없던 승리를 62일 만에 챙기는 듯했다. 2점 차 리드가 다소 불안했는데, 슬픈 예감은 현실이 됐다.

8회 김건국이 1사 1루 상황을 진명호에게 넘겼다. 진명호는 마운드에 오르기가 무섭게 최형우, 이창진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점 줬다. 이어 1사 2, 3루에서 대타 신범수 땅볼 때 2루수 강로한이 홈 송구로 아웃 카운트를 쌓았다. 이제 한 타자만 더 처리하면 됐다.

집중력이 요구됐고, 롯데 벤치는 고효준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2사 1, 3루에서 등판한 고효준은 첫 타자 류승현 타석 때 폭투, 주자 2, 3루 상황까지 몰렸다. 곧바로 류승현에게 좌익수 키 넘는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레일리 승리가 날아간 순간이다. 덩달아 팀도 역전당했고, 최종 점수 5-6으로 졌다.

이쯤 되니 과학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레일리 만큼 박복한 투수도 없다. 퀄리티 스타트를 19번 이상 기록한 선수가 5승에 그치는 것도 레일리뿐이다. 불운이 쌓여만 간다. 이대로면 ‘살풀이’ 같은 비과학적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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