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ZOOM-IN] 친정과 잔인한 싸움... 박진섭, ''광주 먼저, 부산도 함께''
입력 : 2019.09.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부산] 이현민 기자= “어찌 됐든 나는 광주FC에 몸담고 있다. 광주의 승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광주와 부산 아이파크의 승격 전쟁. 박진섭(42) 감독 입장에서 ‘잔인한 싸움’이다.

박진섭 감독이 현역 시절 마지막 불꽃을 태운 곳이 부산이다. 울산현대미포조선에 잠시 몸담긴 했지만, 프로는 부산이 마지막이다. 은퇴 후 부산 산하 U-18팀 개성고등학교 감독을 지내다 프로 코치를 맡았다. 2015년 부산은 사상 첫 강등을 당했다. 본인에게 뼈아픈 기억이다. 4년째 부산은 K리그2에 머물러 있다.

운명의 장난일까. 박진섭 감독은 광주를 이끌고 K리그2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번 시즌 만날 때마다 부산을 못 살게 했다. 먹히면 따라 붙고,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 그렇게 세 판 모두 비겼다. 23일 승점 8점이 앞선,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부산을 만났다. 시즌 마지막 대결. 이기면, 최소 비기기만 해도 승격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판이었다.

1, 2위답게 치열했다. 전반에 작정하고 나온 부산에 고전했다. 전반 18분 호물로, 24분 이동준에게 연거푸 실점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27분 하칭요가 부산 골대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그러나 VAR로 오프사이드 판정, 골이 취소 됐다. 이후 부산 공격을 막는데 주력했다. 박진섭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으듬, 후반 5분 엄원상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줄기차게 두드리니 열렸다. 후반 9분 김주공이 터닝슛으로 만회골을 뽑아내더니, 18분 김주공의 크로스를 윌리안이 문전에서 논스톱 슈팅 득점으로 균형을 맞췄다. 이제 됐구나 싶었던 그때, 순간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후반 22분 이동준에게 실점했다. 이후 적극적으로 라인을 올리며 반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펠리페가 없는 공격은 무뎠다.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석패했다.

비에 흠뻑 젖은 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진섭 감독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상대가 분석을 잘했고, 준비도 잘했다. 감독인 내가 대처를 못했다. 후반에 선수 구성과 전술 변화를 줘 잘 따라 갔는데, 막판에 집중력이 부족했다”며 자책했다.

선수들이야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탓하려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두 골 차를 따라 붙은 건 찬사 받아 마땅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진념과 근성은 광주를 선두로 이끈 힘이다. 그도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진섭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 부산에 졌지만, 만약 이기거나 비겼다고 해서 좋아할 수도 들뜰 수도 없었다. 여러 연결고리가 있는 친정이기 때문이다. 이 잔인한 싸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경기 후 아끼던 이동준과 김진규가 인사하러 왔을 때 더욱 뼈저리게 느꼈을 터.

본인도 알았다. “개성고 감독을 지냈고, 내가 코치를 하면서 부산이 2부로 떨어졌다. 나에게 아픔”이라면서도, “어찌 됐든 나는 광주에 몸담고 있다. 광주의 승격을 바라보겠다. 우리가 먼저 승격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부산이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라가면 좋을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제 7경기 남았다. 광주가 여전히 승점 5점 차로 앞서 있다. 부산보다 유리하다. 박진섭 감독은 다가올 홈 2연전에서 승격에 사활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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