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몰라…북한 축구의 ‘비상식’ 역사
입력 : 2019.10.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축구대표팀이 15일 평양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번 원정은 말그대로 ‘깜깜이 원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과연 평양에서 예정대로 경기를 할 수있는지, 혹은 제3국에서 원정을 치러야 하는지 확인하지 못하다가 지난달 말에야 ‘평양에서 경기를 한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원정은 여러 면에서 정상적인 경기가 아니다.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에 입성해야 하는 경로는 둘째 치고 북한축구협회가 “우리가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끝까지 대답을 회피한 결과 한국의 응원단과 취재단, 중계진이 모두 평양에 가지 못한다. 중계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생중계도 무산됐다.

한국 선수들은 원정 응원단이 단 한 명도 없는 말 그대로 100%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한국 축구팬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역사적인 평양 원정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없다. FIFA 홈페이지가 서비스하는 문자중계로 마음 졸이며 스코어만 확인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 북한 축구의 비상식적인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봤다.



‘애국가, 태극기 안 돼’…제3국 경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한국과 북한이 한조에 속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과 치러야 하는 홈 경기에 대해 “태극기 게양, 애국가 연주를 허가할 수 없다”며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FIFA는 스포츠와 정치를 엄격하게 분리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홍콩 홈관중이 중국 국가가 나올 때 야유를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주기도 했다. 북한의 이 정도 황당 주장이라면 규정상 몰수패를 줘도 할 말이 없는 상황. 그러나 FIFA는 한국과 북한의 특수 상황을 감안해 북한의 한국전 홈 경기를 제3국에서 치르도록 했다. 경기장소는 중국 상하이로 정해졌다.

‘판정 납득 못 해’ 관중 난동 징계

2005년 3월30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 이란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에서는 판정에 항의하는 관중의 난동이 일어났다.
당시 북한이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경기 막판 심판이 북한의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며 관중이 물건을 투척하는 등 소란이 일었다. 이란 선수들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후 의자와 빈 병이 경기장으로 날아들었고, 흥분한 일부 관중은 선수들이 지하 대기실로 피하자 거기까지 쫓아왔다. 경기장을 벗어나 버스를 타는데까지 2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한화 약 1600만원의 벌금과 더불어 2005년 6월 8일 평양에서 치를 예정이던 일본과의 경기를 제3국에서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제재를 받았다.



유례 없는 집단 스테로이드 복용

북한 여자축구는 여자 월드컵 본선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강호다. 그러나 2011년 7월 독일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도중 북한 선수 중 5명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파문이 일었다. 이들은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충격적인 도핑 스캔들에 대한 북한의 해명이 더 비상식적이었다. 북한 측은 “선수들이 대회 기간중 실시한 훈련 도중 벼락에 맞아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 사향노루 분비기관에서 추출된 약을 복용했다”고 해명했다.

FIFA는 북한 선수들에게서 발견된 스테로이드계 약물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였다고 밝혔다. 북한 여자축구는 이 사건으로 인해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참가 금지 중징계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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