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포커스] 오로지 '북한을 위한' 경기, 스스로 극복할 수밖에
입력 : 2019.10.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곽힘찬 기자= 세계 어딜 가더라도 이런 월드컵 예선 경기는 없다. 원정팬과 원정 취재진이 없고 생중계조차 되지 않는 국제 경기. 오로지 홈팀을 위한 경기다.

파우룰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5시 30분 평양에서 북한과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른다.

평양 원정은 지난 1990년 통일축구 이후 무려 29년 만이다. 역사적인 순간이지만 실시간으로 볼 수 없다. IT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말이다. 우리가 TV로 시청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북한이 폐쇄적으로 나와서다.

북한은 선수단의 방북만 허용했을 뿐 취재진, 응원단에 대한 답변을 끝까지 주지 않았다. 관계자가 평양으로 들어가 TV 생중계에 관한 협상을 계속 진행했지만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대표팀은 수만 명에 달하는 ‘북한’ 관중들이 들어찬 김일성 경기장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북한이 모든 외부적인 관심을 차단하면서 대표팀은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심판의 편파 판정이다. 실시간 중계가 되지 않는다는 걸 심판진들은 모두 알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도 출입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외부와 100% 차단된다. 수만 명의 북한 관중들이 주는 위압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현장의 분위기에 압도당한 심판진은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김일성 경기장은 인조잔디다. 인조잔디용 축구화가 준비되어있긴 하지만 적응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평양 원정 경험이 없는 대표팀 선수들이 적응하기에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인조잔디는 천연잔디보다 부상 위험도가 높아 경기 내내 의료진의 촉각을 곤두서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경기장은 원정팀의 무덤이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일본도 북한 원정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당시 경기를 치른 일본 선수들은 “무섭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거둔 유일한 1패도 평양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대표팀은 어떤 곳에서 경기를 치르더라도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수만 명이 내지르는 “조선 이겨라”를 들으며 경기를 뛰어야 한다.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이런 월드컵 예선 경기는 없을 것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제 스스로 극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