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권 공짜로 쓰더니…’ 평양 경기 생중계 무산이 더 화나는 이유 [이슈 포커스]
입력 : 2019.10.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지난 2016년 8월. 북한의 조선중앙TV는 리우올림픽 개회식과 주요 경기장면을 녹화중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중계권은 그 가격이 매우 비싸다. 한국의 경우 방송사 간의 중계권 확보 경쟁이 붙으면서 가격이 더 올라가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이 어떻게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해서 방송을 했을까.

당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연합체인 한국방송협회가 인도주의와 스포츠정신에 따라 별도의 비용 부과 없이 북한에 올림픽 방송권을 지원한 결과였다. 북한은 역도 등 메달이 나온 종목 위주로 리우올림픽 경기를 방송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는 북한이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인기 팀들의 경기가 북한에 녹화 중계됐고 큰 호응을 얻었다고 중국 CCTV가 보도했다. 당시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이 북한에 중계권을 풀어줬다.



‘영상 무단사용’ 사례도

북한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만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를 방영했던 것은 아니다. 북한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자 뒤늦게 이 결과를 방송한 적이 있다.

한국의 방송사들은 당시 북한이 월드컵 중계권 없이 무단으로 한국의 영상을 가져가서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공식적으로 한국의 선전을 칭찬하고 홍보한 게 이례적이었고,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문제삼지는 않았다.

북한은 이후 주요 국제대회에서 아시아방송연맹(ABU)을 통해 중계권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아시아방송연맹(ABU)은 북한을 비롯해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도 월드컵 영상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FIFA나 IOC는 북한이 공짜, 혹은 터무니 없이 싼 가격으로 대회 중계권을 가져가도 ‘폐쇄 사회에 있는 북한 사람들도 스포츠 이벤트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생중계 개념 없어

북한은 스포츠 경기의 생중계 개념이 거의 없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자신들이 이긴 경기만을 녹화 방송한다.

예외가 있었는데, 바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 북한과 포르투갈전이다. 당시 본선에 진출했던 북한은 1차전에서 강팀 브라질을 상대로 1-2 패배하며 선전했고, 2차전에서 기대를 갖고 생중계까지 감행했으나 결과는 0-7 참패였다. 당시 북한의 중계진은 5골을 실점한 후 아예 말이 없어졌다고 전해진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예선탈락한 북한 선수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 모종의 ‘정신교육’을 받았다는 루머가 외신을 통해 돌기도 했다.



막무가내 태도에 피해는 한국 축구팬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의 경기 중계권은 홈팀에게 있다. 북한이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한국과 북한의 H조 3차전 경기에 대한 생중계를 불허해도 규정 위반은 아니다.

한국 방송사들은 이번 경기 중계를 위해 에이전트를 통해 북한과 협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중계권 액수나 협상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면서 생중계가 무산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아시아 예선을 치르는 홈팀이 중계권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건, 자국팬들 역시 생중계를 보고 싶어하고 경기 중계 시청률이나 광고 수익 등이 홈팀 축구협회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다 자국과 상대팀 축구팬의 볼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기본적인 매너조차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북한과 원정 경기를 치르는 나라의 축구팬들만 연신 피해를 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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