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북한전 영상 공개 '시종 거친 경기...노골적 파울'
입력 : 2019.10.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축구회관] 이은경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축구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국과 북한의 경기 풀 영상을 공개했다.

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대표팀이 평양에서 받아온 경기 영상 DVD를 취재진 대상으로 상영했다. 한국은 지난 15일 북한 평양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북한과의 3차전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0-0이었다.

이날 경기는 생중계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인터넷 연결도 원활하지 않아 서울의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이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받은 경기 현황을 곧바로 한국 취재진에게 배포하는 식으로 ‘깜깜이 다단계 문자중계’가 이뤄졌다. 17일 새벽 귀국한 선수들은 “거친 경기였다. 북한 선수들이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거친 몸싸움, 살벌한 분위기

5만 명을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의 텅 빈 관중석, 북한 벤치의 스태프와 선수들은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마자부터 끝날 때까지 마치 싸움을 하듯 전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경기장 A보드에는 ‘금강산 화장품’ ‘육용판형콤퓨터’ 같은 낯선 글자가 낯선 글씨체로 써 있었다. 화면만으로도 뭔가 진공 상태처럼 살벌하고 기를 펴기 어려운 분위기임이 느껴졌다.


화질이 좋지 않아서 어떤 장면은 선수들의 등번호가 정확히 식별되지 않았다. 경기 상황이 정확히 몇 분에 일어난 것인지도 확인이 어려웠다.

이 경기를 지켜본 스웨덴 대사가 전반 초반 양팀의 충돌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서 SNS에 올린 게 화제가 됐다. 현재까지 사람들에게 공개된 유일한 장면이다.

문제의 장면은 전반 10분께 벌어졌다. 김진수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드로인한 것을 북한의 심현진이 공중볼로 따냈는데, 이 과정에서 나상호의 파울이 나왔다. 이후 선수들이 엉키면서 양팀 선수들이 서로 달려드는 충돌이 있었다. 손흥민과 정일관 양팀 주장이 이를 진정시켰고, 주심이 주장들을 불러 자제할 것을 이야기하는 듯한 장면도 나왔다.

현장에 있었던 대한축구협회 김민수 대리는 “나상호가 파울을 하긴 했는데, 그 전에 황인범이 북한 선수에게 얼굴을 맞았다. 경기 영상에서는 그 부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서 양팀 선수들이 모여들었고, 황인범은 계속 주심에게 얼굴을 맞았다고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수들은 교묘하게 파울을 쓰는 것도 아니고 마치 육탄전을 벌이듯 노골적으로 상체를 들이밀거나 몸을 던져 다리를 거는 장면이 보였다. 특히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수비들이 달려들었다.

현장에서 지켜본 스태프가 ‘황인범이 맞는 장면은 화면에 안 보인다’고 한 말을 감안하면, 이날 경기에는 영상만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거친 장면이 굉장히 많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선수들은 “북한이 공을 잡지 않은 선수에게도 위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고 말했다.

전반 30분에 나온 북한 리영직의 경고 장면은 퇴장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을 정도의 거친 백태클이었다.



북한 수비조직력은 위협적

대한축구협회는 15일 문자중계를 하면서 “전반 초반까지 50대 50으로 경기가 팽팽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상으로 확인한 결과 전반 30분까지는 북한이 70 이상의 점유율과 공격을 보였다. 영상을 보던 기자들 사이에서 “북한이 잘 하는데?”라는 이야기가 수군수군 나오기도 했다.

북한은 김철범, 리영직, 박명성, 리영철의 수비진이 탄탄한 호흡을 맞췄고, 한국 공격시에는 미드필드진 대다수가 골지역으로 몰려 마치 이중 벽 같은 수비진을 쌓았다. 플레이가 매우 거칠긴했지만 수비조직력은 경기 내내 돋보였다. 전반 40분이 지나면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초조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한편 유벤투스 2군 소속으로 관심을 모은 북한의 한광성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귀국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한광성은 보이지 않더라”고 한 말 그대로였다.

한광성이 북한 조직력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모습을 보인 반면, 북한의 빠른 역습 때는 주로 주장 정일관(미드필더)과 박광룡(공격수)이 마무리를 하면서 한국의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위협적인 장면을 몇 차례 보여줬다.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난 슈팅도 있었다.

한국은 북한의 수비벽에 막혀 전반 내내 이렇다 할 슈팅을 하지 못했다. 후반 들어 황희찬, 권창훈 등이 교체 투입되면서 공격에 활력을 찾았으나 끝내 득점에는 실패했다.

경기 내용상 북한은 시종 ‘절대 실점하지 않겠다. 0-0 무승부가 목표다’라는 분위기로 몸을 던지며 수비에 총력전을 펼쳤다. 피지컬이나 체력 면에서도 북한이 밀리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경기 후 “주심이 경기를 자주 끊었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은 심판들이 북한의 거친 플레이에 대해 제대로 잡아주지 않고 계속 경기를 끊고 주의만 준 것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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