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포커스] 여자축구 벨 감독에게 거는 기대 : 성적 보다 패러다임을 바꾸길
입력 : 2019.10.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은경 기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특별한 이유나 지향점이 있었나?”

22일 열린 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신임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이 받은 질문이다.
그의 답은 “어떤 분이 (외국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2002년 예를 들더라. 여자축구를 한 단계 발전시켰으면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올림픽 출전 같은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3년 정도 길게 한국 여자팀을 맡으면서 장기적인 발전을 이뤄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도 그런 점을 바랐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감독에게 모든 이들이 바라는 건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한국 여자축구가 돌아볼 것이 있다. 여자 대표팀은 사령탑 선임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 8월 사령탑을 맡게 된 최인철 감독이 과거 선수를 폭행하고 폭언을 했다는 증언이 취임 직후 터져 나왔다.

그동안 한국 여자축구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할 수 있는 최 감독의 ‘폭력 지도 경력 파문’은 충격적이었다. 과연 지도자가 선수를 윽박질러서 얻어낸 결과물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야 할까.

최 감독은 결국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가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이가 벨 감독이다.

벨 감독은 잉글랜드 출신이며 독일에서 오래 생활했다. 여자축구 지도자로서는 2014/2015시즌 프랑크푸르트를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린 경력이 있다.

벨 감독이 한국 여자축구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에 성공한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한국팀을 단숨에 세계 수준으로 변화시킬 거라는 섣부른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벨 감독이 한국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동기 부여’를 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1999년 여자 월드컵 때만 해도 미국과 결승에서 격돌했던 중국 여자축구는 올해 여자 월드컵에서 16강에 턱걸이한 후 세계와의 격차를 실감하며 무너졌다. 한때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북한 여자축구는 아시아 예선에서 미끄러져 2019 여자 월드컵 본선조차 밟지 못했다.

동아시아 여자축구가 과거처럼 강압적인 강훈련, 무조건적인 체력 훈련만을 앞세워 봐야 무섭게 발전하는 유럽이나 탄탄하게 최강 자리를 지키는 미국처럼 세계 수준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벨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에 대해 “경기에서 이기는 것, 그리고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지도자가 선수를 이해하고 선수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여자축구와 남자축구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벨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독일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코치들끼리 이런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만일 세계 랭킹 300위의 남자 선수와 세계 1위의 여자 선수를 코칭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모두가 랭킹 1위의 여자 선수를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내가 독일에서 지내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독일 테니스의 보리스 베커와 슈테피 그라프가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었다. 독일에서 그 누구도 베커와 그라프를 직접 비교하며 남녀 테니스의 차이를 운운하지 않았다. 스포츠에서는 게임에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한 여자축구와 남자축구는 분명 다른 점이 있지만, 여자축구는 여자축구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벨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 말 중 가장 인상깊은 말은 바로 이 대목이다. "한국 여자대표팀을 어린 여자 선수들이 보면서 꿈을 꿀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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