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K리그 PO 고민해야” 이영표는 산업의 관점서 바라봤다
입력 : 2019.11.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상암] 김성진 기자= 레전드 이영표(42)가 축구 팬들의 오랜 화두인 K리그의 운영과 관련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2011년 이후로 K리그에서 사라진 플레이오프(PO)의 부활이다.

이영표는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자선축구대회 컴패션 에이매치에 참석했다. 현재 이영표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이날 이영표는 취재진과 차담회에서 K리그의 PO 부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영표는 현역 시절 안양LG(현 FC서울)을 거쳐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밴쿠버 화이트캡스(캐나다) 등 다양한 리그를 겪었다.

특히 프로스포츠 산업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유럽과 북미를 경험했기에 두 지역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이영표는 정규리그로만 우승을 유럽의 시스템을 “전통성이 있다”면서 “PO는 인위적이다”라고 하위 팀이 우승할 수 있는 PO 제도에 대해 표현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관점에서는 리그만 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관점은 완전히 이슈로 생각한다”고 비교했다.



▲ 새로운 팬 유입 필요, “많은 관심 유도해야”
현재 이영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K리그 발전위원회 위원이다. 그는 발전위 회의에서 PO 부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영표가 PO 부활을 주장한 이유는 팬들의 관심 유도다.

이영표는 안양LG에서 뛰던 시절의 기억부터 떠올렸다. 그는 “내가 선수 때 K리그에 PO가 있었다. 정규리그를 우승했음에도 PO를 해야만 했다”면서 “선수 때는 왜 또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맞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PO 부활도 고민해야 한다. 더 사람들이 즐길 거면 안 할 이유가 없다”며 K리그와 국내 환경에 맞는 리그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많은 축구 팬들은 PO 제도에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PO에 의한 우승팀을 정하는 것이 전통성에 위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영표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선을 그었다. K리그의 발전 및 산업적인 파이다.

그는 “이 정도의 발전 속도에 만족하면 전통성을 고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K리그는 팬층이 확고하지 않다. 또한 신규 팬들이 유입되고 있다. 이영표는 “축구 팬이 아닌 사람들을 흡수해야 한다. 결승전도 홈 앤드 어웨이를 해야 한다. 많은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프로야구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끝나 수익이 떨어졌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야 팬이나 업계 모두 만족한다는 분위기라더라”라고 덧붙였다.



▲ “이슈가 중요하다. 산업적으로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K리그1의 우승 경쟁은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양강 구도다. 2경기가 남은 가운데 두 팀 모두 우승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체감상으로는 우승 경쟁이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영표는 “두 팀에는 이슈다. 하지만 다른 팀은 아니다. PO라면 모든 팀이 관심을 두게 된다”고 보았다. 그는 “PO라면 시끄럽게 떠들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도 덧붙였다.

과거 6강 PO를 할 때 챔피언결정전까지 근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우승과 관련한 다양한 뉴스와 이슈가 생산됐던 것을 떠올리게 했다. 이영표는 “전체를 봐야 한다. 리그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전통적인 관점의 축구 팬들에게는 PO 제도는 불합리하다. 이영표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영국에서는 축구는 축구다워야 한다고 본다. 전통을 깨면 안 된다고 본다. 영국에서 축구는 이벤트가 아닌 삶이다. 놀이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미국은 재미, 놀이로 받아들인다. 문화의 차이다. 장단점을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어 팬이 아닌 다수가 관심을 두게 이슈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유럽이 맞다. 4~5팀이 우승권에서 싸워야 한다”면서도 “팬이 가득 차서 더 신규 팬이 유입할 수 없으면 이런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팬 유입이 절실하다면 PO 도입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또한 축구 산업 측면에서도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PO가 각인되면 PO만 스폰서 유치 등의 부가 창출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2009년 K리그는 정규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지만, PO만 현대자동차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고 2010년에는 K리그 타이틀 스폰서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예를 경험한 바 있다.

이영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시적이나 폭발력이 있고 (팬들의) 관심을 두게 한다”며 PO를 통한 긍정적인 효과를 전했다.

K리그는 출범 후 지금까지 36년의 세월 동안 다양한 리그 방식을 운용했다. 이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을 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영표의 PO 부활도 같은 맥락이었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스포츠를 즐기는 다수의 팬이 선호하고 국내 환경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중요하다.

이영표가 던진 화두는 K리그의 발전을 위해 곰곰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

사진=스포탈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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