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이슈] 레바논 현지 훈련 포기, 파격적인 벤투 선택의 결과는?
입력 : 2019.11.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베이루트(레바논)] 서재원 기자=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원정 국가에 일찍 들어가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이번 레바논 원정은 더욱 극단적으로 변해 현지 최종 훈련까지 마다했다.

지난 10일 출국한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캠프를 마련해 사흘간 훈련을 진행했다. 통상 경기 하루 전 스타디움에서 최종 훈련을 하는데 벤투 감독은 아부다비서 마무리 체크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경기 전날 오후 늦게 적지에 들어가 간단한 기자회견만 참석했다.

레바논 현지 기자들의 화두도 건너뛴 한국의 훈련이었다. 레바논에서 볼을 만지거나 잔디를 밟아보지 않고 곧장 경기하는 한국의 계획이 못마땅한 듯이 벤투 감독과 리비우 치오보타리우 레바논 감독에게 같은 질문을 건네기 바빴다.

벤투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계획의 일부다. 팀, 선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훈련 포기 이유를 들었고 "아부다비에서 현지 적응을 하며 차분한 환경에서 준비했다. 현지에서 훈련을 한다고 상대를 존중하고 안 한다고 덜 존중하는 건 아니다. 최선의 결과를 위한 계획으로 알아달라"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벤투 감독은 원정 경기 결과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은 안방에서 좋았던 성적에 비해 홈을 벗어나면 널을 뛰었다. 벤투호 출범 후 아시안컵을 포함한 원정 성적은 5승5무1패를 기록하고 있다. 결과는 나쁘지 않지만 필리핀, 키르키스스탄, 바레인 등에 고전했고 2022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 첫 경기였던 투르크메니스탄전도 흐름이 답답했다. 깜깜이로 치러진 북한 원정도 낯선 환경 탓인지 원하는 경기력이 후반에야 나왔다.

원정에서 약한 면이 두드러지자 벤투 감독은 "똑같은 자세로 원정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상대에 따라 전략적으로 다르게 가져갈 수 있지만 과정과 태도는 홈, 원정 모두 똑같다"며 "우리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장소가 어디든 최대한 신경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레바논 훈련 포기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현재 레바논은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가 번지면서 정세가 불안하다. 과거 한국이 레바논 원정을 떠났을 때 훈련장 근처에서 총성이 들리고 듬성듬성 잔디가 파인 훈련장을 배정받아 스트레스를 받았던 걸 생각하면 극단적인 선택에 시선이 쏠린다.

물러설 수 없는 원정을 앞둔 벤투호의 각오는 상당하다.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라고 벤투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고 주전 골키퍼 김승규 역시 "공식 훈련을 진행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 잔디에서 많이 뛰어봤다. 워밍업 때 적응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개의치 않았다.

사진=뉴스1
영상=김형준, 박성묵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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