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이루트] 불로 뒤덮인 거리, 총을 든 시민까지...벤투호 안전이 우선
입력 : 2019.11.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베이루트(레바논)] 서재원 기자= 밤이 되자 거리에 불길은 거세졌다. 총으로 무장한 시민들도 곳곳에 보였다. 벤투호의 레바논 원정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레바논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을 치른다.

베이루트는 현재 혼란 그 자체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베이루트 중심가까지 시민들의 기습 시위가 번지고 있다. 공항에 도착한 취재진의 차량 앞에도 타이어를 태우는 시위대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15분 걸리는 길을 30분 넘게 돌아가야 했다.

시민들은 총까지 들고 나섰다. 12일 시위 도중 유혈 사태가 발생하자, 거리로 몰려나오는 시민들의 숫자가 늘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숙소롤 복귀하는 택시에서도 곳곳에 총을 든 시위대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택시 기사는 "노 프레지던트!(No, President!)"라는 짧은 영어로 현 시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벤투호는 불안전한 베이루트의 상황을 고려해 최종 훈련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하는 강수를 뒀다. 베이루트의 잔디도 밟아보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서는 것. 벤투 감독은 "이 계획이 팀을 위해서, 선수들을 위해서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아부다비가 좋은 환경, 차분한 환경에서 준비를 할 여건이 된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벤투 감독은 레바논 현지 기자들에게 '상대를 무시하는 행위가 아닌지'에 대한 불만 섞인 질문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레바논 리비우 치오보타리우 감독도 "지금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 훈련을 하기 쉽지 않다. 같은 상황이라면 우리도 훈련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벤투 감독의 선택을 옹호했다.

경기도 경기지만, 무엇보다 벤투호의 안전이 걱정이다. 레바논 현지 코디네이터도 "최근 몇 년 중 베이루트의 상황이 가장 안 좋다. 경기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판단 아래 진행되겠지만,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라고 계속해서 안전을 강조했다.

대표팀은 레바논전 직후 곧장 공항으로 이동해, 아부디바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베이루트에서 27시간 동안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 더 나아가 최악의 환경에 동요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벤투호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해야 경기적 목표인 승점 3점을 가져갈 수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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