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ZOOM-IN] 비 바람 다 맞아가며…투병도 승부도, 유상철은 강하다
입력 : 2019.11.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인천] 조용운 기자= "유상철은 강한 사람."

상주상무 김태완 감독이 '친구'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을 표현한 문장이다. 김태완 감독의 말을 듣고보니 인천 홈구장 한쪽면에도 '유상철은 강하다'고 적힌 걸개가 나부꼈고 인천 팬들의 외침도 한결 같았다. 유상철은 강하다고.

24일 오후 2시. 인천과 상주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37라운드가 열릴 시간에 날씨는 궂었다. 관중들은 거세지는 비바람에 피할 곳을 찾고 외투를 껴입었다. 강수량이 많지 않아도 찝찝함이 느껴졌고 막무가내 바람 탓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유상철 감독은 벤치로 쉬이 돌아가지 않았다. 그라운드 바로 앞 테크니컬 라인을 떠나지 않고 지시하기 바빴다.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4기 투병을 알린 터라 걱정이 앞섰지만 끝까지 선수, 팬들과 함께 싸웠다.

주변의 시선과 달리 유상철 감독에게는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그는 "앉아서 지시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태풍이 부는 것도 아니어서 이 정도 비는 따뜻하게 입으면 맞아도 될 것 같았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경기 전부터 강조한 건 오로지 승부였다. "감독 상태 때문에, 연민을 위해 승리하기보다 팬들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스스로도 이길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비바람 다 맞아가며 버틴 유상철 감독은 용병술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지루하게 흘러가던 경기를 바꾼 교체카드 2장이 귀중한 승리로 연결됐다. 유상철 감독이 준비한 문창진과 케힌데 투입은 영의 균형을 깨고 리드에 쇄기를 박는 결정이었다. 팬들은 "유상철"을 외쳤고 유상철 감독은 팬들 앞에 서서 만세삼창을 했다.



홈팬들과 승리 환희를 만끽하는 건 유상철 감독이 그토록 하고 싶던 세리머니였다. 지난 5월 소방수로 인천 사령탑에 오른 유상철 감독은 그동안 홈에서 승리가 없어 팬들을 마주하기 어려웠던 유상철 감독은 시즌 홈 마지막 경기서 좋은 선물을 안긴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팬들의 외침에 일일이 사인과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공유했다.

암 투병 소식을 스스로 밝히고 세간의 관심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유상철 감독 역시 혼자 있을 때 쾌유를 기원하는 각계각층의 메시지를 확인하면 코끝이 찡해지기도 한다. 심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는데 유상철 감독은 역시 강인하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사실 나보다 더 심한 상황에 놓인 분들도 있을텐데 내가 잘 견뎌내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건 잘 치료받고 빠르게 회복해서 다시 경기장에 서는 것"이라고 약속을 잊지 않았다.



승부사 유상철과 생존왕 인천의 2019년 마지막 장은 잔류와 승강 플레이오프행으로 나뉜다. 공교롭게 강등권 싸움을 하는 경남FC와 오는 30일 최종전을 치른다. 인천이 승점 1 앞서 유리한 입장이지만 유상철 감독은 승리를 다짐한다.

그는 "마지막 한 경기에 모든 것이 결정난다. 홈이 아닌 원정이라 선수들이 더 강해져야 할 것"이라며 "냉정할 필요가 있다. 경남은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고 우리는 비겨도 된다. 그렇다고 안도하지 말고 우리 경기를 통해 득점 상황을 만들면 다득점으로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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