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응변’ 제주 의무팀, 등반 도중 다친 시민에게 유니폼으로 응급처치
입력 : 2020.0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제주] 허윤수 기자= 올 시즌 승격을 노리는 K리그2 제주 유나이티드가 훈훈한 미담과 함께 2020년을 시작했다.

제주는 지난 1일 남기일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선수단과 함께 한라산 사라오름을 찾았다. 새해를 맞아 승격이란 목표를 더욱 진하게 새기기 위함이었다.

코치진과 선수단은 오전 9시 30분 산행을 시작했다. 다소 쌀쌀했던 날씨와 새벽 사이 서리가 내리며 탐방로가 미끄러웠다.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등반 시작 후 1시간 30분여가 지났을 무렵, 제주 이정효 코치가 급히 의무팀을 찾았다. 일출을 보고 내려오던 시민이 미끄러져 넘어진 것. 가벼운 상황이 아니었다. 시민은 다리와 팔꿈치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함께 온 일행은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부축하고 있었다.

제주의 채윤석, 김범수 트레이너, 신용섭 물리치료사가 황급히 달려왔다. 이들은 빠르게 시민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채 트레이너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일단 팔꿈치를 움직이지 못하셨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며 쉽지 않았던 순간을 전했다.

팔꿈치 통증이 심한 상황. 팔을 고정할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땅한 물건이 없었다. 이때 조광수 코치가 챙겨온 유니폼이 머리를 스쳤다. 제주 의무팀은 이 유니폼을 이용해 임시로 시민의 팔을 고정하는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채 트레이너는 “조 코치님께서 가지고 있던 유니폼을 목에 걸어 팔을 고정했다. 허리와 골반은 바로 진단이 불가하고 잘못 손을 댈 경우 2차 손상이 올 수 있어 최대한 편한 자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응급조치를 받은 시민은 산에서 내려간 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다친 시민의 일행은 거듭 제주 의무팀에 고마움을 전했다. 채 트레이너는 “일행분께서 감사하다며 연락처를 물어보셨다. 하지만 당연한 일을 한 것이고 당시 상황을 고려해 연락처 대신 시즌이 시작하면 제주를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구급차를 타고 가시는 것을 봤다. 잘 회복하셔서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라며 쾌유를 기원했다.

채 트레이너는 “저희는 이런 데서 보람을 느낀다. 제주 소속의 트레이너이지만 앞에 팀이란 글자를 빼면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는 트레이너다. 그동안 배우고 공부한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용하는 건 똑같다”라며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새해를 맞은 채 트레이너에게 올해 목표를 물었다. 그는 “선수들이 한 시즌 동안 최대한 안 다치고 마무리하는 게 공통적인 목표다”라며 선수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기원했다.

채 트레이너는 “선수들이 38경기 혹은 많은 경기를 소화한다고 해서 아픈 곳이 없이 항상 몸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다. 고통을 감수하고 승리와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운동장에 나선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부족한 모습이 나올지라도 당연하다는 것보단 이럴 수도 있겠다고 배려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또 제주를 많이 응원해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다”라며 새해 인사를 전했다.



사진= 스포탈코리아,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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