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방콕] '경남 캡틴' 하성민 ''은퇴한 '형' 위해 16번 단다...새로운 마음으로!''
입력 : 2020.01.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방콕(태국)] 서재원 기자= 하성민(경남FC)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설기현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된 것은 물론, 남은 축구 인생을 은퇴한 형 하대성(前 FC서울)을 위해 뛰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하성민이 경남의 새 주장으로 임명됐다.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사다. 22일 태국 방콕에서 만난 하성민은 "설기현 감독님이 따로 부르셔서 주장을 하라고 하셨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감독님의 말을 듣고 이틀 동안 잠을 못 잤다. '감독님이 왜 나를 시켰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어떤 점을 바라시는지 고민하느라 잠을 못 이뤘다. 저는 당연히 기종이형이나 (이)광선이가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부담이 큰 자리다. 더군다나 경남은 강등의 아픔을 겪은 팀이다. 많은 것이 바뀌는 과정에서 주장 완장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성민은 "부담이 많이 됐다. 무엇보다 기종이 형이 주장으로서 워낙 잘해주셨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는 생각을 했다. 며칠 동안 고민해보니, 감독님도 고민 끝에 결정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에 부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경기에 나가든 못 나가든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주장을 맡게 된 사연에 대해 밝혔다.

주장 완장을 달고 시작하는 전지훈련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부분이었다. 하성민은 "감독님이 바뀌시고, 코칭스태프도 바뀌었다. 훈련 프로그램과 전술적인 부분도 180도 바뀌었다. 감독님께 맞추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다. 3년 째 방콕에 오고 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과거 2년은 K리그1에서 준비했다면, 올해는 K리그2에서 준비를 한다. 달라진 마음으로 준비해야 한다"라고 달라진 경남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 훈련에 100%로 임했다면, 이제는 120%를 쏟고 있는 것 같다. 솔선수범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마음자세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했고, 제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려 했다. 지금은 못 나가더라도, 벤치에 있더라도 팀이 무조건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승격해야 한다는 마음 밖에 없다. 다른 팀을 압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의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설기현 감독과 선수단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는 위치다. 워낙 세밀하기로 유명한 설기현 감독이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성민도 "감독님 자체가 포스가 남다르시다. 존재 자체만으로 기에 눌리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감독님의 체지방과 근육량을 보면 오히려 저희보다도 좋으시다. 선수들 스스로 긴장하고 관리하게 된다"면서도 "그래도 생각보다 빡빡하시지 않다. 오히려 자유로운 스타일이시다"고 설기현 감독에 대해 논했다.

설기현 감독의 축구가 '신선하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돌고 있다. 경남의 훈련과 연습경기를 지켜본 축구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다. 전술적으로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축구다. 하성민도 "사실 조금 어렵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술이다.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상대보다 압도해야 한다. 지금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새로운 축구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더 컸다. 하성민은 "많이 기대가 된다. 선수들의 눈빛이 작년과 많이 다르다. 기존 선수들의 경우, 부산과 마지막 경기를 하고 서포터즈 분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경험했다. 아픔을 겪었다"며 "사실 저는 경기 끝나고 팬분들에게 인사를 못 드렸다. 화도 났고, 죄송한 마음에 다가가지 못했다. 나중에 영상으로 봤는데, '우리가 이렇게 훈련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 치르듯이 임해서 반드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 감독의 축구에 적응할 것을 다짐했다.

하성민이 새 시즌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진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은퇴한 형 하대성의 존재 때문이다. 서울의 대표 스타, '상암의 왕'으로 불리던 하대성은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현역 선수 은퇴를 발표했다. 하성민에게 하대성은 친형이자, 축구계 선배, 더 나아가 존경의 대상이었다.



"형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축구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진짜 어릴 때는 하대성하면 비슷한 또래들이 다 알 정도로 워낙 유명했죠. 그런데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부상 등으로 시련이 자주 왔죠. 그런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말년에 초라하게 은퇴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렵게 노력한 것에 비해 한 번에 내려온 것 같아 가슴이 아팠어요."

하성민은 형을 보면서 성장했다. 한 때는 형처럼 되기 위해 그의 플레이를 따라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형과 같은 선수는 될 수 없다고 느꼈고, 살아남으려면 다른 장점을 어필해야 한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하성민이 하대성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유다. 그런 형의 은퇴 소식은 그에게도 충격이었고, 남은 커리어를 형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8번을 달던 하성민이 새 시즌에 16번으로 등번호를 교체한 이유다. 하성민은 "제가 8번을 좋아하는데, 형의 은퇴 소식을 듣고 은퇴할 때까지 16번을 달고 뛰기로 마음먹었다. 개인적으로 형이 선수생활을 2~3년 더 하기를 바랐다. 제가 더 아쉬웠다. 그래서 형의 번호를 대신 달기로 했다. 물론 형에게는 아직 이야기를 안 한 부분이다"고 형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내비쳤다. 하성민에게 '형' 하대성의 존재는 그가 경남에서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하는 이유가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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