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김학범은 다 계획이 있다...그래서 '학범슨'이다!
입력 : 2020.01.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방콕(태국)] 서재원 기자= 괜히 '학범슨'으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8분에 터진 정태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사우디라바이라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역사적인 우승이다. 2013년 신설된 U-23 챔피언십 역사상에서 한국은 우승컵과 인연이 없었다. 2016년 신태용호의 준우승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나머지 두 번의 대회에선 모두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네 번째 도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그 중심에는 김학범 감독이 있었다.

기록적으로도 완벽한 우승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4개 조 16개 팀 중 조별리그에 전승을 기록한 팀은 한국뿐이었다. 한국의 파죽지세는 토너먼트에서도 계속됐다. 8강전에서 요르단은 2-1로 격파했고, 준결승전에서 호주를 2-0으로 꺾었다. 결승전은 90분 내 승부를 보지 못했지만 연장 후반 8분에 터진 정태욱의 결승골로 승부차기 전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학범 감독의 팔색조 용병술이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 감독은 매 경기 다양한 선발 명단 변화를 통해 경기를 준비했다. 상대 팀 입장에서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일정한 경기력을 보이며 6경기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김학범 감독 이하 코치진, 23명의 선수 모두 '원팀(One team)'이었다는 뜻이다.

결승전에서도 김학범 감독의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결승골의 주역 정태욱에 따르면, 김학범 감독은 (승부차기 포함) 130분의 경기를 준비했다고 한다. 김 감독이 모든 상황을 대비했다는 뜻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동준을 투입하며 흐름을 바꾼 것도 주효했고, 차례로 이어진 이동경, 김대원 카드도 한국이 더욱 공격을 몰아칠 수 있는 힘이 됐다.

특히 마지막 카드를 아끼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상황까지 준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 감독은 연장 후반에 접어들자 골키퍼 안준수에게 워밍업을 시켰다. 경기 후 만난 김 감독은 "골키퍼도 그렇고, 페널티킥 차는 사람을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우리가 골을 넣는 상황도 생각했다. 마지막 교체카드 한 장을 끝까지 고민했다"며 승부차기를 대비해 골키퍼를 교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다 계획이 있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그랬지만, 김 감독의 계획대로만 움직인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본선에 대한 목표를 벌써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최고 성적인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 김 감독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어쩌면 한국 축구가 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세우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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