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산 최명희, 올해도 '언성 히어로'는 계속 된다
입력 : 2020.02.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안탈리아(터키)] 조용운 기자= "우리 팀 언성히어로는 최명희 입니다." 안산그리너스 관계자들은 주저 없이 최명희(30)를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소리없는 영웅으로 꼽는다.

안산은 지난해 K리그2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은 실패했지만 하위권에 맴돌던 팀이 5위로 수직 상승했다. 안산의 돌풍이 운이 아니었음은 이번 겨울 엑소더스 사태로 잘 드러났다. 눈에 띄던 선수들이 일제히 안산을 떠났다. 다른 팀이 단번에 군침을 흘릴 만큼 경쟁력이 충분했다는 의미다.

많은 이가 떠난 가운데 최명희는 안산을 지킨다. 그의 가치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플레이스타일이 화려하거나 골을 많이 넣는 포지션이 아니다보니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었을 뿐이다.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건 팬과 관계자들이 입을 모은 '최명희가 남아서 다행'이라는 평가다.

올해 최명희는 한층 더 중심으로 자리잡는다. 어린 선수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고참급 나이가 됐고 포지션도 변화에 직면해 구심점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은 최명희와 일문일답.

- 지난해 주전조 선수들이 너무 많이 떠났다.

"작년 팀 성적이 플레이오프는 못 갔지만 분명 좋았어서 어느 정도는 떠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다 나갈 줄은 몰랐다.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고 봐도 될 정도다."

- 본인도 이적 가능성이 없지 않았을텐데.

"직접 들은 건 없다. 지난 시즌이 끝날 시점에 에이전트와 계약을 해지했다. 안산과 계약기간도 남아있어서 여기 남을 생각이었다."

- 팬들 입장에서는 다행인 얘기다. 실제 최명희가 남았다고 안도하더라.

"안산에서 3년차인데 팬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하다. 새로운 감독님 밑에서 새로운 경쟁을 하고 있는데 올해도 많은 경기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늦깎이 프로 3년차다. 안산에서 보낸 지난 2년이 어땠나.

"프로 1년차 때는 첫 경험이다보니 정신없이 흘러갔다. 2년차도 감독님이 바뀌어서 경쟁하느라 시간이 지나갔다. 그래도 2년차 때 성적이 좋았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그런데 3년차에 또 감독님이 바뀐 상황이다."

- 말 나온 김에 김길식 감독은 어떤가.

"젊은 감독님이라 생활할 때 눈치보지 않게 배려해 주신다. 선수들 모두 밝게 생활하는 걸 우선으로 주문하신다. 대신 축구할 때는 많이 뛰고 강한 스타일이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훈련이든 경기든 100% 쏟아붓는 걸 원하신다."

- 20여일 발을 맞췄다. 지난해와 축구적인 부분은 어떻게 다른가.

"작년에는 전방 압박 대신 다 내려서서 빈치씽코를 두고 빠른 역습 축구를 했다. 지금은 전반부터 앞으로 나가서 압박수비를 한다. 체력적으로 더 많이 뛰는 축구가 확실해졌다."

- 늘 훈련장에 가장 먼저 와 준비한다고 들었다.

"성격인 것 같다. 늦게 가거나 시간을 맞춰가는게 불안하다. 차라리 일찍가서 보강 훈련을 하는 스타일이다."

- 그런 태도가 감독이 달라져도 꾸준히 기용받는 비결 같다. 올해도 주전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보는지.

"절대 아니다. 올해 선수단 나이가 어려졌다. 그래서 그라운드 안에서는 고참 선수가 필요하다는 예상 때문인지 유리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젊은 패기를 무시할 수는 없다. 경쟁이다."

- 훈련을 지켜보니 포지션에 변화가 있다. 나이, 포지션, 입지까지 여러모로 중심이 된 듯 한데.

"작년에는 측면 수비수로 많이 뛰었는데 올해는 중앙 미드필더로 뛴다. 경기장에서 많이 뛰고 도움이 되어야 한다. 창원시청에 있을 때 수비형 미드필더를 봤었지만 아무래도 지난 2년간 뛰었던 포지션과 달라 새롭다. 다시 적응해야 한다. 관련 영상을 많이 보고 우리 경기 영상분석 때도 감독님 주문을 떠올리며 집중하고 있다."

- 중앙에서 수비력이 필요한 임무다. 지난해 호물로를 전담마크했던 것이 떠오르는데.

"호물로를 막았을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전략적인 맨투맨이었고 나 역시 자신 있어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올해는 그런 성격의 미드필더보다 많이 뛰는 쪽으로 진행될 것 같다. 감독님도 이 포지션에 대해 중앙에서 축이 되어주길 주문한다. 위치적인 면을 많이 요구하는 편이다."

- 벌써 정말 많이 뛰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더 뛰어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는데 잘 먹고 잘 쉬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평소에 약을 잘 안 먹는데 올해는 먹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 그런 점에서 언성히어로라 불리는 것 같다. 기분이 어떤가.

"그런 얘기를 들으면 책임감이 더 생긴다. 지금까지 축구를 해온 걸 보면 많이 뛰는 걸 늘 생각했다. 다른 선수보다 한발 더 뛰어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뿐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가 많이 뛰는 축구라 더 뛸 생각이다."

- 올해 K리그2는 강팀도 많고 관심도 상당하다.

"걱정도 되지만 불타오른다. 내가 상대할 선수들은 아무래도 공격적인 선수들일텐데 잘 마크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 승률이 올라갈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 올해 목표가 무엇인지.

"기사 댓글을 보면 꼴찌 예약이라고 하더라. 그런 얘기를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년에 보여준 것 이상을 보여주겠다는 열정이 더 타오른다.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플레이오프를 바라본다. 아무리 주위에서 약하다고 해도 새로운 팀이 된 만큼 순위는 예측할 수 없다고 본다. 플레이오프에 꼭 진출하고 싶다."

- 선수들과 꼴찌 이야기를 나누는지.

"그렇다기 보다 지금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많이 뛰던 선수들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흐름만 잘 타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 팬들의 우려가 크다.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한다면.

"팬들이라면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감독님 밑에서 작년과 다른 축구를 배우고 있고 새로 온 선수들과 기존의 선수들이 발을 잘 맞춰가고 있다. 연습경기 경기력을 보면 선수들이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하려고 하는 만큼 긍정적이라고 본다."

사진=안산그리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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