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배기종 ''강등 후 은퇴도 고민했지만...감독님 통해 더 배우겠다''
입력 : 2020.02.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방콕(태국)] 서재원 기자= 강등 이후 은퇴까지 고민했던 배기종(38, 경남FC)이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달리겠다는 마음이다.

배기종은 경남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2017년 주장직을 처음 맡게 된 후 경남의 신화도 시작됐다. K리그2(당시 챌린지) 깜짝 우승과 동시에 승격의 기쁨을 만끽했고, 이듬해에는 K리그1 준우승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2019년에는 도민구단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도 도전했다.

물론 마지막은 아쉬움이었다. ACL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과부하가 걸린 경남은 K리그2로 다시 내려가는 아픔을 겪었다. 배기종은 부산아이파크와 승강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눈물을 쏟았다. 팬들 앞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는데,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 때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 물러날 때가 된 것 아닌가'라고 말이다.

은퇴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은 '다시 뛰자'였다. 비록 풀타임으로 경기를 뛸 몸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 출전하더라도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데 몸 상태는 크게 이상이 없었다. 배기종은 경남의 승격을 위해,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 최근 인터뷰가 논란이 됐다.

제가 오스만 선수에 대해 말실수를 했다. 작년에는 성적도 안 좋고 팀 분위기도 안 좋았다. 성적이 안 좋으면 외국인 선수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커진다. 오스만 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오스만 선수뿐 아니라, 경남 선수들 모두가 기대 이하였다. 잘해주기 바랐던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거였다. 오히려 오스만 선수가 팀 상황 때문에 자신의 포지션에 뛰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한국 축구에 적응할 시간도 부족했다.

- 사실 가장 먼저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가장 늦게 인터뷰를 하게 됐다. 주장에서 내려왔기에 본인보다 다른 선수들이 더 주목 받기를 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제가 인터뷰를 즐겨하는 선수가 아니다. 강등도 됐고, 새로운 선수들도 왔기 때문에 저는 뒤에 빠져 있고 싶었다. 새로운 주장과 부주장이 선임됐으니, 제가 뒤로 물러나는 것이 맞는다고 봤다.

- 3년 동안 달았던 주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어떤 기분인가.

제가 스스로 내려놓기 보다는 안 하게 됐다. 솔직히 제가 주장을 하면서 안 좋았던 것보다 좋은 것을 많이 겪었다. 사실 아쉽다. 작년에 강등이 됐고, 감독님이 새로 오셨다. 제가 언제까지 할 수는 없는 거다. 교체 타이밍이었는데, 지금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쉬움이 덜 하다.

- 주장직을 오래했다. 주장을 그만두게 됐을 때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나.

제가 선수들에게는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제가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선수도 있었다. 구단이 좋았을 때 제가 주장을 했으니, 선수들이 좋은 것만 기억해준 것 같다. 새로 주장을 맡게 된 성민이가 리더십도 있고, 잘 할 거라 믿는다. 지금도 잘 하고 있다.

- 지난해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주장으로서 봤을 때 뭐가 문제였나.

준비를 못했다. 재작년에 2위를 하고, ACL도 나갔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1부 리그 2년차였다. 외국인 선수뿐 아니라 주축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 ACL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준비 부족이었던 것 같다. 기대치가 높았는데, 저희 스스로 준비가 안 됐던 것 같다.

-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감독님도 오셨다. 선수들 모두 새로운 축구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인 것 같다.

저도 같은 생각이다. 생소하다. 프로 15년차인데 그동안 이런 축구를 해본 적이 없다. 다 똑같은 마음일 거다.

-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 연습경기에서도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오합지졸이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맞춰가고 있다. 계속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베스트11이 구축되면 더 좋아질 것 같다.

- 배기종 선수 개인은 이번 시즌이 어떨 것 같나.

경기에 많이 안 나가더라도, 이런 축구도 있다는 점을 배울 것 같다. 은퇴 후 지도자에 대한 생각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가 될 것 같다. 설기현 감독님의 전술적인 부분이나,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 등을 배워가고 있다.

- 경남 프런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배기종 선수가 2년 이상 더 뛸 몸이라고 들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다. 경기에 아예 못나가고 밑에서만 있는 게 전부는 아닐 것 같다. 프로팀에 오래 있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게 아니다. 경기장에 나가서 제가 아직 뛰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보여줘야 동기부여가 생긴다. 시간만 때우거나 자리만 채우는 것 같으면 그만 하는 게 맞다.



- 배기종 선수는 그동안 짧은 시간을 뛰어도,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풀타임을 꾸준히 뛰는 것보다 잠깐 잠깐 출전하면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예전부터 후반 조커로 뛰는 경우가 많았다. 신인 때부터 그랬다. 그 패턴을 아는 사람이 있고,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거다. 경기 도중에 들어가면 템포를 맞추기 힘들다. 저는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들어가자마자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템포를 남들보다 쉽게 맞추는 편인데, 호흡적인 부분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저는 2~3일 전부터 호흡을 끝까지 올려주는 식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 언젠가는 결심할 부분이다. 은퇴의 시점을 언제로 잡고 있는가.

저는 언제든 준비가 됐다. 작년에 강등되고 사실 은퇴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런데 저만의 결정이 아니라, 가족들도 생각해야 했다. 마음을 다시 잡았는데, 은퇴 시점은 항상 올 거라 생각한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말이다. 제 스스로 경쟁에서 안 된다고 느끼거나, 몸이 아프지 않는 이상 뛸 생각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언제든지 은퇴할 준비는 돼 있다. 말로는 40살까지 하겠다고 하지만, 딱 정해둔 것은 아니다.

- 은퇴 다음 단계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도자는 해보고 싶다. 현재 B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있다. A급은 은퇴 후에 들어갈 예정이다.

- 어떤 지도자를 꿈꾸고 있는가.

성격이 강한 스타일은 아니다. 축구로서 많이 아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설기현 감독님처럼 말이다. 감독님은 선수 하실 때도 지도자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하셨다. 선수들끼리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 축구를 많이 아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맞추고,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 남은 시간 동안 뭘 보여드리고 싶은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하고 싶다. 항상 생각하는 부분이다. 운동장에 들어왔을 때 팬들이 기대를 할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경기에 투입됐을 때 뭔가 할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 대전하나시티즌 원정이 개막전이 됐다.

개막전이 사실 쉽지는 않다. 원정이라 더욱 쉽지 않을 거다. 저희한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더군다나 대전하나 구단의 (재)창단 경기로 진행된다. 하지만 저희도 감독님의 프로 데뷔전이다. 우리도 승리해야 하는 명분이 있다. 감독님의 첫 경기인 점을 생각하며 준비해야 한다. 어찌됐든 힘든 경기가 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작년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픔을 겪고 다시 새로운 팀으로 변해가고 있다. 선수들도 기대하고 있으니, 팬분들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목표는 승격이겠지만, 감독님 말씀대로 승격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좋은 선수들도 많이 들어왔으니, 재밌는 축구를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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