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성과도 중요하지만...대전하나의 축구문화 만들어야''
입력 : 2020.02.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남해] 서재원 기자= "시민 여러분 속에 들어가는 축구단이 돼야 한다. 대전하나시티즌만의 축구 문화는 감독과 선수들만 만드는 게 아니라, 팬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요즘 쉴 틈이 없다. 훈련도 훈련인데, 전지훈련 일정이 인터뷰 스케줄로 가득 차 있다. 17일 경남 남해에서 만나 자리에서도 "벌써 몇 번째 인터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답도 시원시원했다. 과거에 알고 있던 황선홍 감독이 아니었다. 포항스틸러스와 FC서울 시절 때는 미디어에 친화적인 감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황 감독 스스로도 "달라졌다"고 했다. 솔직히는 "달라지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답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의지가 남달랐다. 다시 태어나는 팀의 수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느껴졌다. 그래서 걱정도 많다. 시즌 준비에 대해서도 "잘 안 된다. 늦게 시작했고 바뀐 선수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물론 긍정 에너지는 넘쳤다. 그는 "선수들이 워낙 잘 하려고 노력해줘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잘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말 오랜 만에 돌아왔다. 2018년 4월 서울을 떠났으니, 약 2년 만에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 다시 선수들과 호흡하게 된 소감에 대해 묻자 "좋다. 운동장에 있는 게 즐겁다.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재밌게 하고 즐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밌게 하려고 한다"며 "지도자도 변해야 한다. 그런데 변하려고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도 있더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선수들과 즐겁게 한다는 마음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에서의 실패가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권위적이다'는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대전하나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유하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제가 트러블을 일으킬 만큼 권위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이다. 지금도 그렇다. 넓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외국인 선수들을 잘 융화시켜 에너지를 끌어올리려 노력 중이다"며 "지도자는 실패하면서 성장하는 거다. 과거의 실패를 보완해 나간다면, 대전하나에서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2003년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전남드래곤즈 2군 코치로 시작해 1군 코치, 수석코치로 단계를 밟았다. 이후 부산아이파크, 포항, 서울 등에서 감독직을 맡았다. 경험만 보면 K리그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다. 하지만 K리그2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 감독은 "사실 저도 고민이 많다. 많은 감독님들이 예측불허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축구를 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열정과 뛰는 양 때문에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다는 조언도 받았다. 지금은 대전하나를 비롯해 제주유나이티드, 경남FC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다른 팀들도 무시할 수 없다. 냉정하게 생각하고 경기 플랜을 짜야할 것 같다. 화려함보다 실리적인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K리그2는 K리그1보다 결과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모든 팀들이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선수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게 좋은 축구를 추구하는 건 맞지만 화려함과는 또 다르다. 상대를 압도하지 못해도 차근차근 팀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재정이 좋아지고 좋은 선수들이 왔다고 해서 축구를 화려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화를 통해 선수들이 심적으로 쫓기지 않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선수들도 그런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니, 만만치는 않을 거다"고 K리그2의 어려움에 대해 논했다.

이어 "저도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다. 개막이 2주 밖에 안 남았는데, 상당한 기대가 부담이 된다. 대전하나가 승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있다.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로 경계해야 할 점이 그 부분이다. 많은 분들이 승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데, 그것이 우리에게 부담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을 차분하게 구현해야 한다. 차분하게 하면 더 단단해지고 좋아질 거라고 본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과한 압박감을 경계했다.

황 감독은 포항 시절 스틸타카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대전하나에서 구현할 축구는 '콤팩트 축구'다. 황 감독은 "저는 콤팩트한 축구를 좋아한다. 공격 나갈 땐 속도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기자기한 면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속도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상대가 수비적으로 돌아서면 속도를 내기 어렵다. 조금 공간이 있을 때, 속도를 내는 것을 고민하고 상대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때는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 공수 모두 콤팩트하면 좋겠다"고 대전하나에서 구현할 축구에 대해 설명했다.

황 감독이 대전하나에서 구현하고 싶은 건 오로지 축구적인 부분만은 아니다. 그의 최종적인 목표는 대전하나의 축구문화를 만드는 것. 황 감독은 "인터뷰도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허정무 이사장님도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적극 공감한다. 시민 여러분 속에 들어가는 축구단이 돼야 한다. 대전하나 만의 축구 문화는 감독과 선수들만 만드는 게 아니라, 팬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제가 먼저 적극 참여하고 싶다.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분위기로 성장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그룹 차원에서도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팀 문화를 만들어가는 거라 본다. 대전하나라는 팀이 1~2년하고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좋은 틀을 다져야 한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문화는 팬들의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경기장에 안정적으로 팬분들이 오실 수 있도록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 내적으로는 깨끗하고 투명해야 한다. 선수단 내부 체계도 잘 잡혀야할 뿐 아니라 유스부터 자생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할 부분이다"고 대전하나에서 목표한 바에 대해서 확고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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