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인터뷰] '롯데 마지막 다승왕' 조정훈 “지금도 야구하고 싶다'' 고백
입력 : 2020.07.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창원] 김현서 기자= “안녕하세요. 전 롯데 자이언츠 야구 선수 조정훈입니다”

'2009년 다승왕', '포크볼의 대명사’ 타이틀을 가진 조정훈(35)의 첫 인사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전 롯데 선수’라고 짧게 소개했다.

2009년 프로 야구 무대를 주름잡았던 당대 최고의 포크볼러 조정훈. 200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한 그는 4년 뒤, 주무기 포크볼을 앞세워 공동 다승왕(14승)에 오르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구속 130km 중반의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공은 상대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치는 일명 ‘악마의 포크볼’. 롯데 팬들의 기대감은 극에 달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팬들의 바람과 달리 그의 활약은 길지 못했다. 이듬해 팔꿈치 부상이 그의 발목을 붙잡으며 7년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게 된 것. 기나긴 재활을 마치고 2017년 1군 무대에 복귀했으나 또다시 부상에 울어야 했다.

결국 2018년을 마지막으로 롯데를 떠난 그는 모교인 용마고등학교 야구부 코치로 합류해 야구 인생 제2막을 열었다. 롯데 팬들에게 2009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수, 조정훈 코치를 만나 근황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오랜만이다. 모교(용마고) 코치가 된 특별한 계기는.

A: 운동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다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야구에 대해서도 더 공부하고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코치를 시작하게 됐다.

Q: 현역 시절 주무기였던 포크볼을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나.

A: 손 감각이 있는 제자들에게 한 번씩 시켜보고 있다. (가능성이 보이면) 거기에 맞춰서 가르치려고 하는 편이다. 후계자가 보이나? (웃음) 그렇다기보다는 작년에 지도했던 제자 중에 현 NC 김태경 선수와 두산 조제영 선수가 정말 잘 던진다. 두 선수를 가르치면서 (지도자로서) 공부도 많이 됐다.




Q: KBO 리그에서 손꼽히는 포크볼러다. 잘 던지는 비법이 있나.

A: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더 과감해지더라. 주위에서도 ‘잘 던진다. 잘 던진다’고 얘기해주니 계속 좋아졌던 것 같다. 배운 건가? 아니다. 포크볼을 던지는 선배님들의 영상을 보고 혼자 연습했다. 야구장에서는 포수한테 공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1년 동안 거의 매일 포크볼만 던졌다.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조금씩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Q: 롯데 후배 중에서 포크볼을 잘 던지는 투수를 뽑는다면.

A: 박세웅 선수, 박진형 선수, 김원중 선수를 뽑고 싶다. 세 선수 모두 자기 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던지더라.

Q: 2009시즌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특별하게 다른 점이 있었나.

A: 입단 후 3년 차까지는 크게 생각 없이 야구를 하다가 이듬해인 2008년, 어느 날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당시에 롯데 감독님도 바뀌었다. 외국인 (로이스터) 감독님이 오시면서 더 치열하게 야구를 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조금씩 등판 기회를 잡으면서 (2009시즌에)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인가.

A: 와, 진짜 많은 것 같은데! 우여곡절이 많아서...(고민) 아무래도 재활 기간 끝나고 복귀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지 않을까. 최근이기도 했고 많은 분이 인상 깊게 봐주셨으니까.

Q: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타자는.

A: 현재 LG에 있는 정근우 선배와 김현수 선수를 상대할 때 가장 힘들었다. 어떤 점이? 그냥 이유 없이 내 공을 잘 쳤던 것 같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라서 그런지 (맞대결에서)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두 선수의 기에 눌렸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잘 치더라.

Q: 팬들에게 화제가 됐던 장면들을 꼽아봤다.

1) 2009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에서 유일하게 승리투수가 됐는데 어떤 기분이었나. (2009년 9월 29일 잠실 두산전)


A: 플레이오프를 치르기 전, 정규시즌에서 공동 다승왕(삼성 윤성환·KIA 로페즈)을 차지했다. 그런데 사실 단독으로 오를 수 있는 등판 기회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되면 플레이오프는 2,3차전에 등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단호하게 거절하시더라. 솔직히 너무 속상했다. 결국 마음이 상한 상태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했는데 막상 마운드에 서니 되게 긴장되더라. 어떻게 하다 보니 결과가 좋았다. 최선을 다하기도 했고.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은 정말 소름 끼쳤다. 야구하는 동안 제일 희열을 느낀 경기였던 것 같다.

2) 2017년 복귀전. 하늘을 쳐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2017년 7월 9일 사직 SK전)

A: 1군에 등록되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복귀전 당시 외야에서 마운드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야구하면서 제일 길게 느껴졌다. 관중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마운드를 향해 걸어가는데 설레면서 두근거림이 생기더라.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기도했다. ‘첫 시작을 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혼자 생각할 시간을 잠깐 가졌을 뿐인데 그렇게 이슈 될지 몰랐다.

팬들이 ‘조정훈’ 이름 세 글자를 연호했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 많은 팬이 계시지는 않았다.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관중석은 조금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팬들의) 목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더라. 오랜만에 들으니까 진짜 집에 온 듯한 편안한 마음이었다.

Q: 이듬해(2018년)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몸 상태가 안 좋았나.

A: 2017시즌 마지막 경기 때(준플레이오프 5차전) 어깨가 좋지 않았다. 원래 나오려던 이닝보다 빨리 나오는 바람에 데미지가 생겼다. 결국 부상이 재발하면서 힘들어졌다.

마지막 시즌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겠다? 솔직히 지금도 야구를 하고 싶다. 지금 한다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고...(아쉬움) 어느 선수든 계속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테니까. 아마 나이가 조금 더 어렸으면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사회 흐름에 맞게 살아야 하니까…아쉬움이 남는다.

Q: 마지막으로 근황을 반가워할 팬들에게 한마디.

A: 어쩔 수 없이 (프로 무대를) 떠나게 되면서 팬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못 드리고 좋은 마무리도 못 보여 드려서 죄송한 마음뿐이다. 지금은 아마추어 야구를 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주시면 여기서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다.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촬영= 박성묵PD
영상편집= 김정헌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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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s486@sportalkorea.com, 카카오톡 ID: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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