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에서 우승팀 통역원이 된 NC 조민기 통역
입력 : 2020.12.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현서 기자= NC 마운드의 숨은 투수, 조민기 통역

지난 11월 24일 고척돔. 2020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집행검을 들어 올리며 새 역사를 쓰고 있을 때 바로 뒤에서 눈시울을 붉힌 채 묵묵히 서 있던 숨은 주연. 외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와 마이크 라이트의 입과 귀를 담당했던 조민기 통역(31)이다. 올 시즌 루친스키는 19승 5패를 기록하며 NC의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루친스키가 놀라운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언어, 문화 등 어려운 과정을 쉽게 전달하는 조민기 통역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조민기 통역은 2018년부터 NC 외인 선수들의 통역을 맡았다. 독특한 이력도 있다. 연기자 출신이다. 배우에서 우승팀 통역원이 되기까지 그리고 야구단 통역의 삶은 어떨까? 스포탈코리아가 NC 조민기 통역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생생히 들어봤다.


#한국시리즈 우승

Q. 우승 당시 현장에 있던 소감.

A. 긴박한 상황 속에서 우리 팀이 우승했다. 꿈에 그리던 장면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니 선수들을 비롯해 스태프, 코치진이 감격을 많이 한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Q. 집행검의 행방은?

A. 현재는 NC소프트 본사에 있는 거로 알고 있다.

Q. 우승 반지도 갖고 있나.

A. 감사하게도 구단주님께서 선수들과 동일한 반지를 제작해주겠다고 하셔서 기대하는 중이다.

Q. 우승 보너스도 받았나.

A. 아직은. 윗분들께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통역의 길

Q. 연기자 출신인데 야구단 통역을 하게 된 계기는.

A. 연기자를 꿈꾸다가 잘 안 됐다.(웃음) 다른 길을 알아보던 중에 친한 형의 제안으로 한 때 유명했던 메이저리그 덕 레타 타격 코치님의 인터뷰 영상을 최초로 찍게 됐는데 그때 야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샘솟았다. 그리고 때마침 지인의 추천으로 NC에 이력서를 넣게 됐고 면접을 잘 봐서 이 자리에 있게 됐다.

Q. 야구단 통역사가 꿈인 학생들에게 팁을 주자면?

A.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동시통역 스킬이라고 생각한다. CNN이나 외국 방송을 보면 인터뷰 자료들이 많다. 영상을 보면서 동시통역 연습을 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중요하다. 긴박한 상황에서 선수에게 코치진의 의사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해야 하고 반대로 선수의 의견을 코치진에게 전달할 때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사회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

Q. 야구단 통역사로서 장단점은.

A. 야구팬이라면 더그아웃에 있는 것과 생생한 현장을 느껴보는 것 그리고 선수단과 함께 생활해보는 것이 꿈일 것이다. 선수단과 식단, 숙소, 동선 그리고 쉬는 날까지 똑같다.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바로 옆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단점은 야구는 시즌이 길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통역들은 외인 선수들의 매니저 역할도 하기 때문에 생활을 같이 한다. 그러다 보면 친구들과는 점점 멀어지고... 대인 관계는 다 사라지고... 개인시간이 없는게 단점이지만 이 외에는 다 좋다.

Q. 통역하면서 생긴 오해도 있나?

A. 우리(통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오해가 생기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는 문화가 너무 다르다. 한국과 외국의 문화 차이도 있지만 특히 한국야구만의 문화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외인 투수들은 캐치볼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원정에서는 시간상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캐치볼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한국 문화에서는 서로 넘어가고, 도와주자는 분위기지만 이 친구들(외인 투수)은 ‘난 야구 선수로서 돈을 벌고 있고, 내 루틴과 모든 것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문화의 차이로 생긴 오해가 있지만 (이 부분은 많이들 겪는) 시행착오 중 하나여서 잘 해결해 나가고 있다.



#with 선수들

Q. 팀을 떠난 외인 선수 중에서 연락하는 선수도 있나?

A. 2018년부터 만났던 선수들과는 다 연락한다. 로건 베랫 선수 같은 경우는 마이크 라이트 선수와 돈독한 사이여서 라이트 선수가 NC로 오게 됐을 때 ‘내 친구 가니까 잘 좀 해달라’고 연락 오기도 했다.

Q. 지금까지 가장 잘 맞았던 외인 선수는?

A. 내가 워낙 흥이 있다 보니 라이트 선수와 코드가 맞았던 거 같다. 개그 콤비였다.

Q. 이번에 라이트 선수가 팀을 떠나게 돼서 아쉬웠겠다.

A. 그렇다. 이번에 (라이트 선수의 아내가) 출산을 하면서 아이 태어났을 때도 같이 있었는데...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다.



Q. 재계약이 남은 루친스키는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갔다. 다시 한국으로 오는건가.

A. 많은 짐을 아파트(숙소)에 놓고 갔다. 짐을 가지러라도 한국에 와야 한다.(웃음)

Q. NC에서 영어회화를 잘하거나 관심이 있는 선수도 궁금하다.

A. 제일 관심을 보이는 선수는 강윤구 선수, 모창민 선수 그리고 나성범 선수다. 모창민 선수는 하루에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만날 때마다 알려주고 있다. 자녀들이 영어를 물어볼 때마다 당황스러워서 단어를 외워야겠다고 하더라.



#앞으로의 일정

Q. 올해를 끝으로 통역을 그만둔다고 들었다.

A. NC구단은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단장님의 취지에 맞게 회사 근무 연수에 따라 부서를 이동한다. 내년부터는 다른 업무를 맡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 같다.

Q. 정확히 어떤 업무인가?

A. 아직은 업무 배정이 안 됐다. 앞으로 어떤 일을 맡을 지 기대된다.

Q.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한마디.

A. 우선, 이번 시즌 고생 많았고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줘서 감사하다. 올해 긴 시즌을 소화하느라 내년에 부상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니 다들 몸 관리 잘해서 내년 시즌에도 파이팅 했으면 좋겠다. 파이팅!


사진= 조민기 통역 제공, TVN 드라마 푸른거탑 캡처
영상= 김형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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